비가 내렸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일 년 내내 절대로 그치지 않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 마치 세계가 멸망해도 계속해서 내릴듯이.

~

오늘도 반란군 야영지에서 환영체를 쓰러트리면서 녹스를 주워 모으고 있었다.

“…연구소에서도 청소부 신세였는데 여기 와서도 변하는 게 없네.”

그런 내 신세에 속으로 눈물을 삼키면서, 차근차근 재현체를 쓰러트리면서 늪지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우연히 맑고 깨끗한 물 웅덩이를 발견했다. 여긴 땅이 물러서 한번 물이 고였다 싶으면 그대로 늪이 될텐데. 저렇게 물이 고여있다니 신기하네.

웅덩이에 감탄하면서 웅덩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 눈 앞에서 갑작스럽게 환영체가 나타났다.

“깜짝──”

말을 마치기 전에도 환영체가 덤벼들었다.

“위험합니다!”

곧 바로 내 앞에 있던 유우키가 그렇게 외치면서 검을 빼어들고 환영체의 앞을 막아섰다. 그 순간 은빛 섬광이 작렬했다.

순식간에 난도질 당해서 사라져버리는 환영체. 너무 빨라서 제대로 재현체 모습도 보지 못했는데. 검을 검집에 차분하게 집어넣은 유우키는 이내 몸을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레브씨,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아. 고마워.”

그대로 유우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는 주변에 녹스가 있나 살펴보려던 찰나, 뒤에서 고고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나설 기회도 없었네요.”

뒤를 돌아보자 한 손에 돌덩어리를 든 네루아가 서있었다.

“이거 받으시죠.”

그대로 돌을 던지는 네루아. 나는 사뿐히 돌을 받아들면서 입을 열었다.

“땡큐.”
“흥, 그대에게 그런 말을 듣기 위해서 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네루아의 말은 한 귀로 흘려버리고서 받아듣 녹스를 살펴봤다.

약간 다른 녹스들과는 다르게 좀 크고 색도 다른 녹스. 어쩌면 희귀한 녹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오늘은 충분하겠네.”

그대로 몸을 돌려 연구소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어서 구현시켜 보세요.”
“윽, 막 돌아왔는데 쉬지도 못하게 하고. 알았다고.”

돌성애자의 재촉에 쉬지도 못하고 녹스를 재현시켜야하는 내 신세가 왠지 슬퍼졌지만 눈물을 삼키고는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녹스를 꺼내 재현시켰다.

그러자 온 몸이 흠뻑 젖은 갈색빛 단발 머리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젖었다. 그것도 교복이 젖었다! 그러니 교복은 진리다! 라니, 이 놈의 망할 사고회로!

어째서 이렇게 만든거냐고,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눈 앞의 소녀를 살펴보았다.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타입인가보다. 응? 어떻게 아냐고? 굳이 보려던 건 아닌데 젖은 교복 사이로 비치는 스포츠 브라가 있으니까.

눈 앞의 소녀는 잠깐 멍해있다가 눈을 크게 뜨고, 여러번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자신의 뺨을 꼬집고 난데없이 “히에에에엑!!”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