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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커즈를 망치처럼 휘두르는 불칸

빠와렌치(68.40) 2015.03.05 15:40:38
조회 9170 추천 67 댓글 14

출처: Vulkan Lives, Ch.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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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하나 말해주지, 형제님." 내가 숨가쁘게 말했다.

나와 커즈가 팔 하나 정도 거리를 두고 숨을 골랐다. 커즈가 재밌다는 듯이 듣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형제 중에서 나를 가장 힘 센 아들로 만드셨어. 육체적으로 나를 이길 형제는 없지. 같이 스파링을 할 때면 항상 봐줘야 했어... 특히 너를 상대할 때 말이야, 콘라드."

커즈의 이미 창백한 얼굴에서 즐거운 기색이 싹 사라졌다.

"난 밤의 유령이다." 커즈가 위협했다.

"너의 재능은 뭐지, 콘라드?" 커즈가 칼을 낮게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고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지켜보는 죽음이다." 내 배에 대고 장기를 쏟아낼 듯이 칼을 쥐며 말했다.

"제일 약골이었어, 콘라드. 너를 보면서 두려웠던 건 사실이야. 나도 인정해. 왜 그랬는지 알아? 너를 다치게 할까봐 두려웠던 거야. 하지만 더 이상 봐줄 필요는 없어." 증오에 일그러지는 형제의 얼굴을 보고 절로 웃음이 났다. "이제 내가 얼마나 더 나은지 마음껏 보여주면 되니까."


증오가 폭발한 커즈가 칼을 내던지고 맨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예상대로 달려든느 것을 보고 자세를 살짝 가다듬었다. 일부러 한 대를 맞아주었다. 내 뺨의 살점을 잔인하게 찢어냈다. 그리고 야수같은 얼굴을 하고 내 목을 찢으려 손톱을 내밀었지만... 내가 손목을 잡고 몸을 피하자 제 풀에 나를 지나쳐갔다.


대장간은 망치질을 하는 곳이다. 철을 의지대로 구부려서 원하는 모양으로 변화시키는 행위, 대장장이의 삶이자 기예이다. 철은 자신을 쉽사리 굽혀주지 않는다. 바위를 쪼개고 살을 가르는 것이 본성이다. 힘만 가지고서는 철을 길들일 수 없다. 솜씨와 감이 있어야 한다. 망치가 언제 가장 높은 위치에 도달했는지, 언제 내리쳐야 온전히 두드릴 수 있는지를 나는 알았다. 녹턴 시절의 아버지, 느벨로부터 배워오고 각인된 바였다.


그렇게 배운 솜씨를 발휘하여 내 형제를 대장장이의 홈망치처럼 들어올려 모루에 내려치는 것 처럼 휘둘렀다. 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파랗고 파란 빛이 방을 채우고 에너지 장막이 소멸되었다. 커즈의 등이 망치가 되어 장막을 깬 것이었다. 강철 바닥에 나뒹구르는 커즈의 몸에서 에너지 줄기가 흐르면서 머리칼과 말초신경을 태웠다. 관성에 의해 구르다가 드러누운 커즈의 갑옷에서 연기가 자욱히 피어올랐다.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망치를 주웠다. 돈브링어(Dawnbringer)는 기억했던대로 묵직하고 튼실했다. 손잡이에 만든 작동 룬을 엄지로 문질렀다.

"여기까지 오게 내버려두지 말았어야 했어, 콘라드." 내가 말했다. 내 형제는 장막의 에너지가 아직 다 빠지지 않아 몸을 둥글게 만 채 꿈틀대고 있었다.  겉으로는 울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수치심과 자괴감에 또다시 우울증에 빠진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커즈는 또다시 웃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어, 불칸." 그가 몸을 추스리며 말했다. "공간이동 장치말이야. 이 방에서는 차단되어있어. 네 등 뒤의 문 말고는 빠져나갈 길이 없지." 장막을 건드린 충격을 무릅쓰고 부들부들 떨며 커즈가 일어났다. "나를 마침내 붕괴시켰다고 생각 한거야, 형제여? 빠져나갈 길을 열어줬다고 착각한 거야?" 그가 씩 웃었다. "희망은 참 잔인하지, 안그래? 헛된 희망이야, 불칸."


"네 말이 맞아." 내가 돈브링어를 치켜들며 인정했다. "이 안에 공간이동 장치를 넣어두었어. 이런 감옥에서 벗어날 수단으로 말이야. 나를 여기까지 이끌 거라고, 마지막 한번 더 나와 싸우고 싶어했다고 믿었어. 다른 대비를 안 했을 거라고 생각하도록 만든 것 같군." 망치 머리를 아래로 향하여 바닥에 대고 두 손으로 손잡이 끝을 잡았다.


"하지만 한가지 까먹은 게 있어."

커즈가 궁금하다는 듯이 귀를 앞으로 내밀었다. 드디어 내가 단념하게 만들었다고,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뭐지, 형제님?"

"이 게 망치라는 거 말이야."


턱을 아래에서 위로 후려치자 커즈가 붕 떴다가 바닥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바닥과 부딫혔다. 한 쪽 무릎으로 채 서기도 전에 다시 왼쪽 어깨에 망치를 휘둘러 어깨장식을 반으로 갈랐다. 배에 망치를 찌른 후 쳐서 무릎을 꿇렸다.


망치 끝을 목에 대고 밀어붙이자 넘어질 듯 하면서 뒷걸음길치자 반대쪽 벽에 쾅하고 부딫혔다. 목갑이 쪼개져 덜렁거렸다. 목청에 대고 망치끝을 눌렀다. 왼손은 망치 머리 아래를, 오른손은 손잡이를 잡고 목뼈를 부러뜨릴 기세로 눌렀다.


"그래..." 커즈가 숨막혀하며 말했다. "그래..."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 자리에서 죽여서 커즈의 고통을 끝내고 나와 아들들에게 한 짓에 대한 약간의 복수를 취하고 싶었다.

"어서..." 커즈의 눈은 부탁하는 기색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커즈가 진심으로 죽고싶어했음을 깨달았다. 카라탄 시절부터 죽기를 원했다. 일부러 남겨둔 속임수라고 행각했던 나약한 모습은 속임수가 아니었다. 커즈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도 증오한 나머지 모든 것이 끝나기를 원했다. 내가 여기서 그를 죽인다면 커즈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줘버리고 내 자신은 커즈처럼 타락할 것이었다.


"난 저주받았어, 불칸..." 그가 간신히 말했다. "그러니까 끝장내!"

마음 한켠에서 심연이 빨갛고 검게 넘실대었다. 괴물이 마음에서부터 솟아올라 나를 삼키려 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죽었다. 망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복수를 향한 집념이 느껴졌다.
그리고 페러스가 보였다. 자랑스럽고 고결한 얼굴이 나를, 사랑하는 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끝장내..." 커즈가 재촉했다. "살아봤자 또 재미삼아 죽일 거야. 코락스, 돈, 길리먼... 어쩌면 트라마스에 도착해서 라이온을 꾀어낼지도 몰라. 살려두기에 너무 위험하단 말이야."

나는 목을 놔주었다. 그러자 목청을 붙잡으면서 폐로 공기를 빨아들였다. 축 늘어진 장발 사이로 나를 죽이고 싶다는 듯 바라보았다. 모욕이었다. 살려줄 이유가 없을 때 살려줌으로써 오직 그만이 타락한 존재임을 다시 증명한 것이었다.
"여기서 못 나가." 그가 내뱉었다. "보내주지 않을 거야."


내가 불쌍하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또 틀렸어. 네가 가진 수단만으로 나를 붙잡을 수 없어, 콘라드." 망치를 휘둘러 군기처럼 세우고 말했다. "차단기 따위는 효과가 없어. 망치를 잡자마자 여기서 나갈 수 있었지만 일부러 남은 거야. 너에게 고통을 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도 너를 살려줄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으니까. 우리가 비슷한 건 맞아, 콘라드.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 처럼 비슷한 건 아니야. 절대 아니야. 하지만 너를 다시 본다면, 그 때는 죽이고 말겠어." 마지막 말은 간신히 할 수 있었다. 베라스가 고쳐준 제정신이 마침내 조각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베라스가 아니라 내 정신 스스로가 광기를 떨쳐내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친 것이었을까? 내가 알 길은 없을 것이었다.


돈브링어의 손잡이에 달린 룬을 눌렀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공간이동의 불길에 내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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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 뭐 없던 환상도 망치로 다 박살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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