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본인은 오래 살았던건 아니지만 꽤나 서브컬처 계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덕후다. 유치원 시절 때부터 만화 대여점에서 만화를 빌려봤으니 적어도 15년은 넘었으리라. 그 기간동안 한국 서브컬처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한국 서브컬처 계에서 소비자와 창작자의 관계는 굉장히 좋지 않았다. 대여점 문제와 스캔본 그리고 텍스트본 등의 문제로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갈등이 있었다. 창작자는 소위 팬이라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정당한 수익을 가져오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불신하였다. 소비자들은 작품을 포기하고 태업하는 작가들의 모습에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한마디로 한국 서브컬처는 시작부터 개판이었다. 저작물의 경제적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예 저작물과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생긴게 10년도 안됬다는 것을 우리 나이 또래 사람들은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이 발달하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결제 방법은 간단해졌고, 컨텐츠에 돈을 쓰는 것은 사람들에게 당연히 여겨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소리바다를 통해 음원을 무료로 다운 받는 것이 아니라 멜론으로 결제하여 스트리밍을 하게 되었고, 불법 복돌이 게임을 하지 않고 STEAM을 통해 정품게임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웹툰 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유료화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터졌다. 나는 이 사건에서 젠더 문제를 완전히 빼고 생각해도, 이 점은 매우 명확하다. 대다수의 웹툰 창작자들이 그 컨텐츠를 소비하는 독자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이 사태의 중심에 있는 <레진 코믹스>를 탈퇴하기 시작했다. 그 시발점은 바로 이 트윗이었다.

'야이~ ㅎㅎ그래서 만화 안볼꺼야?'
이 트윗은 한국 게임 커뮤니티를 뒤엎은 "그럼 하지마 콰아아아" 급의 임팩트를 가져왔다. 그래서 한국 게임계가 어떻게 됬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LOL'과 '오버워치', 두 외국산 게임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으며, 한국 게임은 '응 안해'라는 말로 조롱을 받고 있다. 레진코믹스를 탈퇴한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 웹툰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 웹툰 다시는 안봐. 일본, 미국 만화가 훨씬 스토리와 작화면에서 뛰어난 점이 많다는 것을 그들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질적으로는 대등한 수준의 작품이 있을지 몰라도 양적으로는 그쪽이 훨씬 많은게 당연한 것이니까.
그들이 네이버 웹툰을 보든 일본, 미국 만화를 보든 그들은 웹툰에 대한 결제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바보라서 결제해서 본 것인 줄 아는가? 그들도 구글로 조금만 검색해서 들어가면 결제하지 않아도 만화를 볼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그들은 웹툰을 그린 창작자를 존중하고, 저작물을 돈을 내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결제해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들은 당연한 것을 당연시 하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만화를 봐주는 독자가 있어야 자신들도 비로소 작가가 된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걸까

위 사진은 유명 만화가 윤태호, 강풀, 주호민 씨가 속해있는 만화책 출판 및 매니지먼트 회사 누룩미디어 소속 선우훈 씨가 올린 트위터의 내용이다. 위의 내용은 굉장히 예의없는 발언이다.
'와 그 지능으로 재밌게 본거면 뭘본거임?'
작가라는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재밌게 봤다는 독자에게 이런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것이 과연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더라도 예의가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생각과 표현을 존중했던 사람에게 저런식으로 메세지를 남기는 것 자체가 기획사에도 들어 있는 프로답지 못하다. 거만하다.
이번 사건에 말을 남기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정식으로 연재처를 찾아 연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소비자를 자신의 생각을 받아먹는 새끼새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본인들이 옳고 대중은 틀리다라는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다. 그들은 그들을 선택한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 사건을 통해 표출하는 분노를 자신들을 좋아했던 독자들에게 표출하고 있다. 대화는 없다.

'씨발 똥같은 새끼들 알지도 못하면서 지랄거리냐 무식하네 존나'
나도 레진코믹스에 월 2~3만원씩 때려박던 유저였고, 지금은 탈퇴했다. 다시 가입할 생각도 없고 웹툰을 볼 생각도 이제는 없다. 작품을 작품으로 봐야지 작가 때문에 보이콧하는건 옳지 않다고?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하지도 않고, 그에 대한 대화도 하려 하지 않는데 뭐하러 내가 그들을 찾아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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