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공군에서 전역한뒤 SK텔레콤 T1팀에 복귀한 임요환은 23일 오후 서울 역삼동 연습실 에서 시각장애우 이민석(21)씨와 두번째 만남을 갖고 이씨가 꿈에도 그리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넸다. 선물은 바로 스타크래프트 한판. 이씨가 지정한 맵에서 경기를 펼친 임요환은 2분간 화면 을 보지 않는 조건으로 경기를 했다. 경기는 임요 환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씨는 저글링으로 임요환 의 본진을 공격하기도 하고 럴커로 수비하기도 하는 등 뛰어난 게임 실력을 보여 지켜보던 TI 박 용운 감독과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

임요환과 이씨의 첫 만남은 4년전으로 거슬러 올 라간다. 2004년 블리자드가 개최한 국내 이벤트 에 초대된 임요환은 시각장애우 이씨와 20분 동 안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펼쳤다. 당시 이씨는 임 요환과 팽팽한 접전을 벌여 전세계 게임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씨는 명암도 구분하지 못하는 시 각장애우이지만 맵을 외우고 소리에 의존해 일반 인 못지 않게 게임을 즐기는 흔치않은 인물.현재 백석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음악을 전공하 고 있다.

임요환은 이씨가 한번 더 자신과 경기를 하고 싶 어한다는 바람을 전해듣고 이에 “이왕이면 크리 스마스 선물이 됐으면 한다”며 급하게 시간을 냈 다. 임요환은 “4년전 눈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경기를 풀어나가는지 몹시 놀라웠다”면 서 “사실 당시 경기에서 질 뻔 했다”며 이씨의 실 력을 추켜세웠다.

4년만에 황제와 마주앉은 이씨는 “더 이상 소중 한 선물은 없을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루도 빼놓지않고 e스포츠 관련 방송을 들으며 이 날을 꿈꿔온 그는 임요환에게 따뜻한 마음이 담긴 털장갑을 선물했다. 프로게이머에게 무엇 보다 소중한 것이 손이고 언제나 핫팩으로 손을 따뜻하게 하는 임요환은 습관을 알고 있기 때문 이었다. 이씨는 “앞으로 시각장애우들을 위해 스 타크래프트 해설을 해줄 수 있는 해설가에 도전 하고 싶다”며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욱 긴박감 넘치는 해설로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