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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소설에 대한 정확한 비평은 이건다 한겨레21의 정문순 비평

ㅋㅋㅋ(220.127) 2008.07.26 00:11:33
조회 12663 추천 26 댓글 5

통속과 자기연민, 미성숙한 자아

조숙한 여자아이 수준의 인식에 머무르는 대한민국 여성작가

▣ 정문순 문학평론가

각박하고 메마르다 못해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듯한 세상에서는 남의 아픔에 무감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 눈 밝은 사람이 아니면 설 자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합리성을 가장한 살인적인 경쟁과 효율의 신화가 지배하는 세태에 무력하게 길들여진 사람들일수록 피로의 하중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비인간적인 세태에 꼼짝없이 순응하는 데 대한 죄의식을 덜기 위해서라도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은 것에 곁눈질하는 데 잠시 시간을 할애하는 건 그리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자기성찰이 빈약한 한국 사회에서 우리의 가슴을 아프거나 부끄럽게 하는 것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 공지영의 소설은 소외된 사람들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음에도 자신을 향한 나르시시즘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다. 그의 작품을 영화화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한 장면.

가령 불의의 시대에 이상과 정의로움의 염원으로 피끓는 청춘을 세상에 바쳤으나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삶,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해외 차관을 얻기 위해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 또는 어린 나이에 궂은일로 가족을 뒷바라지한 여성 가사노동자들 등 경제성장기의 이면을 떠받친 삶들, 가장 최근인 10년 전에 현재로서는 마지막으로 형이 집행된 사형수들, 그리고 가부장제 사회의 폭력에 멍이 든 여성들. 이런 삶들을 포착한 공지영의 소설이 서 있는 지점은 얼어붙은 마음에 곁불을 쬐고 싶은 독자들의 요구와 만나고 있는 곳이다.

과거에 들러붙은 소설들

공지영의 소설에서 가장 빈번히 다뤄졌던 1980년대를 반추한 ‘후일담’류 소재들을 비롯해 60년대 가정부에서 90년대 사형수에 이르는 삶들은 대부분 지나간 시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록 오늘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들러붙어 벗어나지를 않는다. 그녀의 소설이 386세대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소설의 몸통은 어디까지나 80년대이며, 90년대 이후 그들의 삶은 죽었거나 망명을 가서 잊히는 등 희미한 그림자나 곁가지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또 <봉순이 언니>에서 ‘식모’라는 천대와 모멸을 받았던 가사노동자들은 사람들의 기억에도 희미한 한 세대 이전의 인물들이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독자들이 안심하고 울어줄 대상은 이미 형 집행을 받아 되살릴 수도 없는 기결 사형수이다. 미결수인 사형수는 24시간 수갑이 채워질 정도로 주변에게는 여전히 공포와 기피의 대상이다. 사람들이 두려움을 벗고 그에게 연민을 품어줄 수 있는 건 비로소 형이 집행되고 난 뒤의 일이다. 사형수를 대하는 독자들의 시선 또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시간상의 거리는 곧 존재감의 거리다. 오늘 현실의 몸을 갖추지 않는 과거지사는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절실함을 찾을 수 없는 실체 없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공지영의 과거회귀형 소설들은 독자들이 교감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절박한 고민에 이르는 길을 허용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공지영의 소설이 경쟁사회에서 지친 영혼들을 가볍게 위무하는 차원 이상을 바라지 않는 한, 운동권 출신이나 가정부, 폭력 피해 여성, 사형수 등의 절박한 삶과 무관한 독자들은 그녀의 소설을 통해 절실하지 않은 잉여의 감정을 소비하는 데 그칠 뿐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공지영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은 엄정한 태도와는 거리를 둔 감상의 과잉 분출에 가깝다. 90년대 초기에 나온 <고등어>에서 작가가 80년대 사회운동에 투신한 젊은이들을 “강가에 나가서 강물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조차 죄책감을 가졌던 세대”라고 표현하는 데서 보듯 지난 연대에 대한 작가의 인식은 주관적 감상이 지나치다 못해 신파조로 전락한다. 시간이 흘러 90년대 후반에 발표한 <길>에서 생전에 운동권 출신의 아들과 완고한 아버지와의 갈등은 “아버지 세대와 우리는 결단코 화해할 수 없다”고 한 아들의 강경한 발언으로 집약된다. 자신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 세대에 대한 아들의 인식은 별다른 굴곡을 거치지 않고 다분히 고집스런 어린아이의 투정 수준으로 단순화되고 마는 것이다. 공지영의 소설은 시대의 아픔을 얘기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음에도 엄정한 시선을 견지하기보다 정작 다른 데 집착함으로써 평론가 송승철이 지적했듯 스스로를 향한 ‘나르시시즘’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다.

상처받은 영혼, 자의식의 과잉

초기작부터 근작인 <별들의 들판>에 이르기까지 공지영이 줄곧 그려온 ‘후일담’류 소설은 80년대에 20대를 통과해야 했던 자기 세대의 체험을 특권화하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을 노출하는 것으로 그치지는 않는다. 공지영이 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상처받은 영혼으로 자처하는 작가 자신의 자의식이다. 심지어 <봉순이 언니>처럼 80년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소설에서조차, 작가는 어린 시절 몇 년간 ‘나’를 돌봐주었던 가정부 봉순이 언니에게 아이로서 느낀 단순한 애정과 연민을 성장 후 ‘제3세계 지식인’의 각성과 비약적으로 연결지을 정도로 자의식의 과잉을 드러낸다. 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남 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여성이 사형수의 도움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설정이지만, 사형수에 대한 연민이 강조될수록 부각되는 건 사형수가 아니다. 사형수에게서도 뭔가 배울 것이 있다고 말하는 소설의 통속적인 발언은 처음부터 사형수와 대등하지 않은 권력관계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며, 남는 것은 흉악범마저 배려할 줄 아는 작가 자신이다.

공지영 소설의 갈피마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외롭고, 허무하고 그래서 죽을 것만 같았는데 실은 누구의 옷자락이라도 움켜쥐고 날 좀 어디론가 데려가 줄래요”(<사랑 후에 오는 것들>)라고 외치고 싶은 욕망이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목소리이다. 이러한 자기연민은 평론가 박철화가 공지영의 작품을 ‘순진함’이라는 열쇳말로 읽어냈듯 세계 인식의 미성숙에서 기인할 것이다. 공지영의 소설에는 세상이 왜 이렇게 수수께끼투성이이며 알쏭달쏭한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듯한 미성년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린다. 소설 속 인물들은 격정극 배우들이 연기하듯 성격이 단조로우며, 쉽게 토라지다가 이내 화해하기 일쑤다. 그의 소설 전편을 꿰차고 있는 것은 조숙한 여자아이 수준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순진함’ 90년대 여성작가들의 혐의

그러나 ‘순진함’이 유독 여성작가로서 공지영에게만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90년대에 상업적으로 잘 팔린 신경숙과 은희경 등도 이런 혐의를 피해갈 수 없다. 신경숙의 소설적 자아를 지배하는 것은 <외딴방>에서 우물 속에 비친 하늘의 별을 마음에 품은 십대 미성년의 내면이며, 은희경의 소설들은 <새의 선물>에서 어른들의 위선을 알아채버린 영리한 여자아이의 인식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여성작가들이 어린아이의 미성숙한 자아를 가져야 했던 것은 세상이 여성작가들에게 어른이 되지 않기를 요구한 지배적인 통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드세지 말고 세상과 맞장뜨지 말아야 하고 고분고분하며 세상과의 불화를 감당하기보다 쉽게 물러서고 자기연민에 탐닉하는 것은, 공지영 등의 여성작가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상처 입거나 패배를 두려워하는 한 공지영의 작품은 화해와 사랑이 유난히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는 그녀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극심한 피로에 지친 내면을 위로받고 싶을 뿐 세상과의 정면 승부를 감당할 수 없는 독자들과 출판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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