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까진 우리집 형편은 그닥 여유롭진 않았는데 아버지 직업 특정상 컴퓨터는 정말 어릴 때 부터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있을 땐 워낙 어려서 특별히 게임같은 건 하지 않았고 그저 3D미로 화면보호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스타크래프트 CD를 가져오셨다 나와 형은 키보드 마우스 다루기도 미숙해서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큰누나는 아주 잘 다루었다 게임하는 걸 구경하기만 했지만 직접 하는 것 보다 보는 것이 훨씬 더 재밌었다 유아중붕은 당시엔 게임을 더럽게 못했고 큰누나는 존나 잘하기 때문이다

잠시 pc이야기는 접어두고 

이사를 하게되면서 집안형편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그래도 여전히 가난한 편이었다) 이삿짐도 제대로 정리안된 방에서 나와 형은 텔레비전에 터틀몬을 연결했다 어느 구멍에 어느 선을 꽂아야 할 지 잘 몰라서(야한 얘기 금지) 정말 힘겹게 연결했다 키면 터틀몬인가 거북이인가 화면에 뜨고...

출처 갓챠맨(governance) 블로그 사진자료 대부분은 여기서 긴빠이쳤음......

저 우주선?모양 패드가 닳고 닳도록 주구장창 게임만 해댔다

게임이 무려 1500개나 있었다 근데 다 다른 게임은 아니고 무슨 PR달려서 원래 있는 게임들과 똑같았는데 스테이지가 더 진행 돼있거나 어떤 상황이 주어져 있는? 걸로 복사 돼있는 거였다

처음엔 나와 형은 모든 게임을 다 해보았지만 처음엔 수퍼보이(슈퍼마리오)만 정말 주구장창 해댔다 이게 우리 형제에겐 제일 쉬웠기 때문이다 나중가선 다른 게임도 곧 잘 하긴 했다 사족이지만 내가 형보다 게임을 훨씬 더 잘하는 편이어서 항상 나중가면 나만 살아있고 형은 죽어있어 내가 하는 걸 구경만했당 이런 구조 때문에 자주 싸웠던 것이 자기가 죽으면 바로 터틀몬 게임기에 있는 리셋버튼을 마구 갈겨버렸다(후에 고장의 원인이 된다) 지금은 형이 나보다 게임을 훨씬 더 잘한다(롤기준)

사진상 9번에 있는 오리아저씨 게임은 총모양 게임기로 티비화면에 나오는 오리를 쏴죽이는 게임인데 이것도 무척 재밌게 했었지만 총이 참피마냥 고장이 존나 잘나서 금방 안하게됐다

그래도 정말 지겹도록 하고 제일 잘했던 건 수퍼보이였다 나중에는 시골 할머니댁으로 게임이가 좌천 당해서 친척 사촌들과 같이 게임할 때도 이 게임을 하며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유일하게 누나 보다 잘하는 게임이었다 합기도 다닐 때도 도장에 짝퉁 페미컴 게임기가 있어 슈퍼마리오를 했는데 거기서도 꺼드럭대며 잘하는 척을 엄청 했다 고학년 형들보다도, 관장님보다도 이 게임만큼은 내가 더 잘했었다

처음엔 사진에 있는 파랑색 패드로 했지만 맛탱이가 자주 가서 서브 패드가 두 어개 더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구해왔는 지 의문이다

중간중간 고장도 계속 났는데 도중에 새걸로 한 번 산 적도 있다 그 후에도 또 고장내면 다신 사주지도 않고 고쳐주지도 않는 으름장을 받아서 어떻게든 계속 자력으로 고쳤었다 그러나 넥슨이 생기고 크아와 메이플, 테일즈위버에 빠져 등한시 하게 된다

그래도 시골에 갈 때 마다 종일 터틀맨으로 게임했다 지루한 시골에서 시간 보내기 진짜 개꿀이었다 나중엔 시골에도 컴퓨터가 생겨(인터넷은 안됐다) 안하게 됐지만 사촌동생들이 정말 즐겁게 했다 그리고 모두 이젠 나이를 먹어가다 이제 아예 잊혀지게 돼서 행방을 알 수가 없다 아마 버려졌겠지

어린이집 때 부터 왕따를 당한 중갤재능충(선생님한테 편애받아서 애들이 따돌림)이었던 내게 정말 유일한 친구는 터틀몬 뿐이었다 이걸로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도 잘 지냈었고 따분한 시골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비록 이 게임기와 관련된 기억들중엔 좋은 것만 있진 않으면서도 생각하노라면 서글퍼질 정도로 행복했던 때였다(그냥 그 시기가 그리운 거겠지만) 디시에서 동현이의 퍼니박스를 봤을 때 절로 터틀몬 생각이 나기도 했으니까 

파는 사람이 있길래 한 번 사서 해볼까 생각 들긴 했는데 연결하기도 개빡셀듯 

중갤이벤트 빌미로 추억 딸 제대로 쳤네 재밌당 근데 게임 얘기가 아니라 게임기 얘기라서 잘리려나 

함 봐줘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