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징빔이들아. 

게임기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 취미를 가진 아저씨야.

옛날에 워낙 못살아서 우리 집에서는 게임기를 가진다는 것을 꿈꾸기가 힘들었었는데, 이젠 벌이가 괜찮아서 그런대로 모으고 있단다....

일평생 게임패드라는 녀석과는 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가 고물상에서 작동하는 걸로 주워다 온 PS1이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구나.

거실에도 라이브러리를 채우고, 게임방에도 라이브러리를 채우고

벌이가 괜찮을 수록 늘어나는 기기들과 패키지들.

하지만 지금 시기에서는 전부 다 하기도 힘들어.

나이가 들어버렸거든.

예전처럼 게임을 하루종일 할 수 있는 체력도 안되고, 열정도 많이 사그라든 거 같아.

가끔씩 게임을 켜서 한두판 진행하면서, 길게는 2년~3년을 걸려서 깨는 게임들이 있다.

하지만 라이브러리는 돈을 내고 계속해서 채운다.

나이가 든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갈망하듯 사재끼는 것들이 옛날의 결핍에 대한 채움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아저씨에게 어렸을 적부터 가장 큰 추억으로 자리 했던 게임이 하나 있었는데

유독 오락실 게임 중에서 눈에 띄기만 하면 바로 자리잡고 두시간 죽치고 앉아있었던 로봇 대전 게임.

바로 테크로맨서 라고 알려진 초강전기 키카이오야.

그리고 그 키카이오가 아케이드 기판 말고 그래픽 업 버전으로 가정용 게임기에 이식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바로 세가의 마지막 콘솔이자, 쉔무와 함께 대차게 망해버린 드림캐스트라는 게임기로 말야.

드림캐스트야 예전에 구매를 해뒀지만, 키카이오의 타이틀을 구하는건 꽤 어려웠단다.

가격이 꽤 비쌌어. 한 17만원 정도 하던가, 그래도 매물이 보이는 족족 나가는 물건이니, 보이자 마자 타이틀을 냉큼 사버렸지.

이때 당시 패키지 안에는 게임사로 직접 보낼 수 있는 앙케이트 엽서와, 페이백 포인트가 같이 들어있었어.

띠지는 비닐을 까면 그대로 툭 떨어지기 때문에 잘 접어서 패키지 안에 보관하는게 좋았지.

그리고 당시 키카이오 관련 굿즈들. 

드라마 앨범과 테마송 싱글 앨범, 그리고 OST 집 판매하는 쪼리들을 보고 있으면

캡콤은 키카이오로 여러가지를 하려고 했던 느낌이 없잖아 들긴 해.

미디어믹스가 잘 되었으면 IP가 죽진 않았겠지만..

이젠 기억하는 사람도 많이 없는 게임이 되어서 좀 슬프구나.

당시 격겜 패키지를 사면 이런식으로 설명서 안에 기술표가 전부 들어있었단다 

요새는 트레이닝 모드 들어가서 연습하면 그만이지만, 보통 아케이드 이식작이기에 트레이닝 룸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도 한몫 했나봐.

그런데 스트리트 파이터 알파는 또 나름 트레이닝 모드가 잘 되어있는거 보면, 그냥 이식하는 사람들의 노력차이일지도 모르겠구나.

시디를 넣기전에 우선 소닉 어드벤쳐를 빼주자.

아무리 설정해줘도 기기가 오래되다 보니 매번 시간을 설정해줘야 하는게 좀 불편하지만

그래도 작동을 하는게 어디냐. 

가볍게 켠왕을 해보자.

메인메뉴는 이런식으로 돌아간단다.

일반 모드, 키 컨피그, 포인트 보상, 지금은 안되는 네트워크 대전 등등... 옵션이 꽤 많음.

드림캐스트의 나름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메모리팩으로 미니게임을 받아 포인트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옵션도 있는데, 이는 작동이 잘 안되는거 같구나.

아저씨는 지금 포인트 채굴을 해야해서 히어로 모드만 주구장창 뺑이를 돌리고 있단다.

참고로 히어로 모드로 모은 포인트로 해금 할 수 있는 요소는 보통 숨겨진 캐릭터들과 컨셉아트들, OST와 애니메이션들인데

생각보다 해금해줘야 할 것들이 방대하여 이건 나중에 좀 따로 다뤄보고 싶구나.

아케이드 판에서는 기기의 켠 시간으로 동작하는 것들이 여기서는 다 따로 열어줘야 해서, 어느정도 목표의식을 만든건 좋다고 생각해.

스테이지 1의 와이즈덕은 그냥 눈 감고도 깰 수 있는 수준이야. 사실 이게 트레이닝 모드를 대신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캡콤 격겜의 특징처럼, 방어 후 카운터로 이어지는 DNA는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에

가드를 열심히 해주면서 반격만 해도 얼마 맞지도 않고 끝낼 수 있는 게임이긴 하지.

물론, 그렇다고 콤보의 깊이가 아예 없는건 아니다.

오히려 스파보다 좀 더 매끈하게 들어가는 콤보와 너무 어렵지 않은 접근성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철권과 스파의 스토리모드를 깨는 것도 힘들어하는 아저씨인데, 키카이오는 어떻게든 깨는 걸 보면 

그만큼 유저친화적으로 만든 조작감이라고 생각한단다.

스테이지 2의 펄시온.

보자마자 알겠지만 모티브는 에반게리온.

이 게임 전체가 기존 메카닉 밈들의 총집합이기 때문에, 등장 기체들이 어디서 모티브를 따온 녀석들인지 알아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지.

스테이지 3의 라파가는 보는대로, 마크로스의 패러디.

카와모리 쇼지가 직접 디자인한 기체로 거워크와 비행모드, 인간형 모드까지 3중으로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야.

그리고 작중 최고 개사기 캐릭터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조작이 어려운것도 아니지.

스테이지 4의 폴린이 타는 볼론은 처음 봤을땐 마징가 쪽에 나오는 집 모양 메카의 패러디인 것 같은데, 이것저것 섞은 것 같아서 정확하게 뭐라고는 못하겠어.

개그캐같은 컨셉이긴 하지만 막상 이녀석으로 잡고 히어로모드를 밀면 공장이 따로없단다... 게임이 존나 쉬워지는 마법이지.

예로부터 개캐는 좀 요상한 컨셉을 달고 나온 거 같아.

스테이지 5의 외모 빨 못하는 젤 빙신같은 놈... 딕센.

건담을 모티브로 만든 기체로 그냥 외관만 보면 존나 쎄보일 거 같은데

절대로 강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필살기와 마무리가 강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녀석으로 마무리 기술을 쓰려면 스턴건을 먼저 먹이고 경직상태에서 써줘야하는데, 게임 이스템상 처맞으면 아이템이 안ㄹ아가는지라 그게 쉽지가 않아.

게다가 필살기중에는 다중히트를 맞춰야 확정 컷신으로 넘어가서 그 기술은 봉인 된 채로 게임을 해야해.

쉽지 않은 캐릭터 중 하나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이동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포지셔닝이 쉽다는 것. 하지만 스코어 어택에서는 쓰기 어렵지.

스테이지 6의 트윈잼은 겟타를 모티브로 한 기체.

이녀석은 정말게임을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써보질 않는 녀석이라 무어라 판단하기가 어렵구나...

하지만 쓰는 힙스터들은 좋다는 이야기가 좀 있어서 관심은 가지만 기체가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지 쉽사리 플레이 하기는 좀 그래.

여하튼, 사진 제한으로 나머지 스테이지는 올리지 못했지만

이후 나오는 녀석들은 아저씨가 고른 기체인 고우라이와

마징가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 기체 키카이오.

그리고 괴물같은 놈들 3마리 (골디버스, 쿠바르, 감다) 등등....

보스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이지들이 몰려있지.

특히 막판의 골디버스는 4판을 이겨줘야 해서 많이 쉽지가 않았다.

여전히 어려운건 어려운거구나...

그렇게 장장 40분의 한판을 끝내고 나온 점수창.

매번 꺨 때마다 점수는 늘고야 있긴 한데, 250만점 가는게 쉽지가 않구나.

에이징 이슈라고 하던가, 그래도 꾸준히 해서 캐릭터를 굴리는건 어렵지 않지만

뭔가 그 이상을 탐하기에는 젊지않아서 서글프다...

5만 골을 모아야 뚫을 수 있는 블로디아 2 커스텀.

아케이드 기판에서는 더미데이터로 남아있는 걸 여기서는 아예 해금컨텐츠로 넣어주었단다.

나중에 이녀석을 해금해서 쓰는 것도 좀 보여줬으면 좋겠지만

일단 글 자체가 좀 길어져서 이만 줄인다...

일요일 점심, 아빠가 짜장면 먹자고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던 게 기억난다.

탕수육 먹을래? 아빠 최고!

군만두는 서비스로 오고, 양파에 춘장 찍어서 짜장면이랑 크게 한입 하고 나면

배부른채로 누워서 만화보다가, 재미 없으면 놀이터 놀러가서 애들이랑 좀 놀다가

땀 좀 빼고 저녁 즘 되면, 선선한 바람에 동네 하천 걸어오면서 

문방구 들러 1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키카이오 조지고 집에 가던 그 여름날.

난 어렸을 때 빠르게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너무 빠르게 어른이 되고보니

이젠 돌아가고싶구나...

더이상 예전의 그 즐거움도 열정도, 옅게 남아 추억이 된 채로. 그냥 그 자리에 있는걸 어루만지다가 

먼지만 한번 쓱 닦고 나오는 기분이다.

어린이날,

한시간 만이라도 동심으로 달아갔다가 돌아왔다.

긴 글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