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마의 희생은 감동적이었음. 하지만 왜 감동적인지 의문이 들었음.

사실 감동적인 이유를 한마디로 보자면

‘엘마는 끝까지 자기 자신이고 싶다는 의지로서 죽음을 택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선택이 왜 감동적인지 가슴으로 알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상태였기에 조금 생각을 해봄

이때까지 그래왔듯 우리는 미카팀이 주연 캐릭터를 작중에서 희생시킬 때, 단순히 정해진 역할만을 수행하는 장기말처럼 취급하지 않고 캐릭터의 의지를 존중해주고 그에 대한 예우를 담아 작중에서 퇴장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음

따라서 엘마의 희생이 단순히 GRCh38로 향하는 통로를 닫았다는 의의만으로 감동을 주었다고 할 수 없다는 건 스토리를 감상한 모두가 알 수 있음

그래서 작중 스토리를 조금 살펴보면

우선 아서 흄 박사는 작중에 엘마에게 선택권을 줬음

GRCh38에 도달해

인간으로서 살아갈지,

혹은 인형으로서 살아갈지…

하지만 조금 생각을 해보면 이 선택이 말도 안 되는 게

GRCh38에 도달한다는 전제를 엘마에게 강요하고 있음.

섬머가든의 경우도 마찬가지임.

모티브가 된 보르헤스의 단편을 참고했을 때 섬머가든은 흄 박사가 엘마의 잃어버린 기억들로 만들어 놓은 미로임.

보통 미로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단 두가지임

출구를 찾던가, 들어온 방향으로 되돌아가던가

그러나 이 미로는 어느 새인가 엘마가 입구로 되돌아가는 걸 허락하지 않음

그리고 나가려면 출구인 황제폐하와의 합일을 해야 한다며 작중에서 강요함.

그리고 흄이 마련해 놓은 강요된 선택지들 앞에서 엘마는

우리 모두가 봤듯이 미로 그 자체를 부수는 선택을 해 버림.

애초에 이건 흄 박사가 제시한 그 어느 선택지에도 속하지 않은 것임.

흄박사가 제시한 선택지들은 GRCh38에 도달한다는 사실이란 점에서 그 자체로는 엄청난 것이지만 누군가 마련해 놓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뿐이라는 한계에서 주체적이지 못하여 인간적이지 않음.

따라서 난 엘마의 자살과 다름없는 선택이 감동적이라 생각함

비록 인형으로 죽지만 누구도 강요하지도 않은 자기 자신만의 결론이란 점에서 그녀의 선택은 주체적이며 인간적이니까.

엘마의 존엄성은 자신의 존엄성을 버리는 선택을 할 때 완성된다는 점이 아이러니이지만

그래도 그런 점이 이번 엔딩에 아련함을 더해줬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