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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켚소설] 레디메이드 견생 #04

탕수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3 21:12:02
조회 107 추천 1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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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메이드 견생 > #04



10.


“산책 말입니까? 몸이 뻐근하시다면 헬스장이 있습니다.”


“제가 아니라 이 친구 때문이에요.”


 P의 발치에 중형견 한 마리가 앉았다. 져먼 셰퍼드와 시베리안 허스키의 믹스 같은데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데네소르의 눈치를 열심히 보는 중이다. D가 이 구역 최고 서열임을 아는 모양이다.


“재활입니다. 감각을 활성화하기엔 산책이 제격이지요.”


“오호. 얼마 전까지 빙하기에 갇힌 견공이었군요. 어엿한 성체아닙니까.”


“유아기도 노년기도 생략했습니다. 전성기만 누리기도 짧은 생이에요.”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 이 친구 말입니다.”


“최장수 개체가 100일을 못 넘었어요. 천수를 누린 적이 없긴 해요.”


  네오독 사인 대부분은 급조폭발물의 조기 폭파 또는 저격이었다. 복제견 희생 하나로 한 사람, 한 부대 이상을 살려냈다. 목숨을 저울질할 수 있다면 분명 남는 장사였다. 네오독이 아무리 비싸도 유족 보상금, 정치적 부담보다는 저렴하다.


“건물 안에서 산책은 안되겠습니까. 아시겠지만 이 도시는...”


 데네소르가 말을 흐리고는 시계를 들여다본다. 그는 열을 세더니 손끝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휘이이이이잉!-


 하늘에 오선지가 생겼다. 새하얀 비행운 무리가 죽음의 곡선을 그리며 다가온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소름끼쳤다. 공습경보가 울렸다.


“...항상 정시에 날아옵니다. 기도회가 한창일 시간입니다. 어디 종파였더라...”


 D의 품에서 전화가 울렸다. 관측반의 보고는 빨랐다. 이미 탄종과 발수, 발사지점까지 파악이 끝나 있었다.


“하나가 이리로 온다더군요. 무유도로켓이라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예? 그게 무슨!”


 비싼 돈 들여 지은 미쓰바 그룹 네옴지부가 화끈하게 구워질 위기에도 D는 태연자약했다.


 로켓 하나가 이리로 날아온다. 갑자기 조명이 어두워진다. 어디 전력시설에 맞았을지도 모른다.


 급조 로켓의 탄두 로트까지 보일 정도로 다가올 찰나 하늘에서 광탄이 쏟아져내렸다. 건물 어딘가에서 고개를 수줍게 내민 기관포가 불을 뿜자 로켓은 그대로 격추되었다. 파편이 일부가 사옥 유리창을 때렸는데 스파크가 튀며 전부 튕겨나갔다.


“언제 설치한 겁니까! 사우디 정부에서 허락은 해주던가요?”


“보안 시설의 일부입니다. 뭐 이젠 허가 주체도 없긴 합니다.”


 민간기업 시설에 기관포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무섭게 정확한 사격으로 봐선 레이더와 사격통제장치도 패키지로 갖췄으리라.


“보호막은 또 뭡니까. AT필드라도 됩니까?”


“정답입니다. 오리온 탐사선, 루나 게이트웨이에서 이미 선보인 기술입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미쓰바도 참여했었지요.”


 전자기력을 응용한 방어막인데 미쓰바 그룹의 특허였다. 언론이나 대중에겐 AT필드란 이름으로 불렸다. 직전의 정전은 방어막에 전력이 집중되느라 생겼던 일이다.


-쿠우우우웅!-


 묵직한 진동이 연속으로 울렸다. 제때 격추된 로켓은 이곳으로 날아온 한 발뿐. 나머지는 해당사항 없다. 종교행사로 사람이 운집한 장소, 민간인 거주구역, 시장을 가리지 않았다. 전력이 회복되며 조명이 들어온다. 데네소르가 말했다.


“아시겠습니까. 나가시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P는 대답할 수 없었다. 분명 갓 깨어난 네오독에겐 산책이 세상과의 접촉이 필요하다. 그윽한 흙내음, 비릿한 물냄새, 메마른 바람을 느껴야 한다. 살아갈 날이 얼마 안될 복제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그는 결심했다.


“저는 군 간부 출신입니다. 총 정도는 쏠 줄 압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빵!하고 나가는 걸 말씀하신건 아니겠지요? 여긴 전국시대요 막부말기며 소돔과 고모라입니다.”


“하지만!”


 고작 개와 산책하려고 위험을 감수하다니 D에겐 이해하기 힘든 고집이다. 네오독이야 예비품이 한가득 있고 데이터만 있으면 상관없지 않은가. 데네소르가 웃었다. 조소가 아닌 속에서 우러난 감정이었다.


“좋습니다. 나가셔도 좋습니다. 단, 시험을 통과해야겠습니다. 우리 손으로 또 장례를 치를 수는 없으니까요.”



11.


 네옴시티 미쓰바 빌딩에는 CQB훈련 시설이 존재했다. 3개 층을 이어서 시가전과 실내전 환경을 조성했다. 요격포와 방어막도 있던 판에 이제 어색하지도 않다. 시설 입구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공주 양반! 여긴 어쩐 일이오?”


 곰 같은 사나이, B가 살갑게 맞이한다. 몸 군데군데 초록색 페인트가 번졌는데 무슨 작업이라도 한 것 같다.


“대장이 시험을 보라 하셨어요.”


 P에게 주어진 시련은 간단했다. 모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 CQB훈련때는 탄두가 젤리인 페인트탄을 쓴다. 이기고 진다고 사람이 죽을 위험은 없다. T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할아방탱이가 심술났나보네. 공주님 뭐 잘못했어?”


 개 한 마리가 다가온다. P의 다리사이로 빠져나와 티파에게 앵겼다.


“와! 뭐야. 얘가 HACHI야? 다 컸잖아. 안기 딱 좋아.”


 네오독은 성기가 없고 성별도 없지만 티파의 가슴에 파묻히고 비비는 꼴을 보니 저놈은 수컷이 분명하다. 공주가 자초지종을 말하자 티파는 다시 자지러졌다.


“그래서 날 이겨라? 무기징역이잖아. 망할 영감쟁이가. 너 네옴 성채에서 평생 살아야 돼.”


“해보겠습니다!”


“저어어어기 곰탱이 보이지. 내 작품이야.”


 T가 B를 턱끝으로 가리켰다. B는 주먹감자를 올려 화답한다.


“쌈박질밖에 못하니까 현장이나 뛰지. 빡통 암고릴라!”


“그래서? 또 바디페인팅 해줄까? 곰카레로 만들어줘?”


 P는 묵묵히 총기를 집어들었다. 보병 제식소총이다. 간부후보생 시절 잡아본 가장 익숙한 무기였다. 부무장과 예비탄도 넉넉히 챙겼다.


“까짓 것 해보죠.”


“새끼! 기합차구나. 좋은 패기다.”


 티파는 달랑 권총 한 정만 들었다. 핫팬츠에 탱크탑, 보안경이 끝이다. 완전무장한 공주님과는 대비되는 모습인데 영락없는 뉴비와 고인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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