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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켚소설] 레디메이드 견생 #05

탕수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9 20:24:59
조회 187 추천 1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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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견생> #05



12.


 감각공유를 시작하고 3일이 지나서야 P는 귀마개와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어떠한 악취도 계속 맡다보면 무뎌질 때가 온다. 소음이 의식의 주변으로 밀려갈 즈음 그는 숙면을 되찾았다. 


 품에 따뜻함이 안겼다. 구수하면서 꾸릿꾸릿한 냄새가 나는 털뭉치였다. 8세대 네오독 HACHI가 침대로 올라왔다. 이불을 끌어 내리고 파트너를 흔들었다. 첫 산책이 계획된 날 아침이었다. 


 미쓰바(三葉) 그룹의 CI, 삼엽이 커다랗게 인쇄된 외투를 걸쳤다. 정직원을 상징하는 ID카드도 걸었다. 물론 P는 인공진화연구소 사람이지 이 기업 사원이 아니다. 데네소르가 말했다.


 “네옴 시티에서 미쓰바는 평판이 좋은 편입니다. 어설픈 방탄복보단 좋을 겁니다. 뭐 그렇다고 빈손으로 나가시진 않으시겠지요.”


 “하하... 당연하죠.”


 최소한의 급소는 가릴 플레이트 캐리어는 입었다. 옆구리 홀스터에 권총도 잊지 않았다. 지형 암기도 어느 정도는 끝냈다. 신병을 전장에 보내는 지휘관마냥 데네소르는 몇 번이고 확인했다.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십시오. 그럼 HACHI군도.”


“걱정마세요.” 


“헥헥!” 


 사람과 견공이 동시에 답했다. 네오독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 입헌군주제의 장단점이나 의원선거 선거구 개편 추이를 논하는 같은 지능은 없어도 예, 아니오, 안녕, 잘가요 정도는 발성 가능했다. HACHI에겐 바람 새는 소리만 나왔는데 아직 기능회복이 덜된 것이라 P는 생각했다. 


 새 건물 특유의 시멘트 시린내, 내장제의 도료 냄새가 멀어진다. 동시에 아스팔트 흙내가 올라온다. 영화에서 악당이 인질을 아지트에 끌고 갈 때, 눈가리개를 씌워 비밀을 지킨다. 개의 후각을 가졌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냄새가 주는 정보는 엄청났다. 체취만으로 성별, 나이, 소지물품을 특정했다. 특히 마약과 무연화약 냄새는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잠깐만요]  


 스마트 고글에 메시지가 뜬다. HACHI의 전뇌와 연결된 메신저였다. 군견이 가다 말고 가로수에 코를 박는다. 저변 의식에 입력된 데이터와 실물을 대조했다. 비료와 식재(植栽) 시기가 P에게 전송된다. 본토에서 직송된 벚나무로 미쓰바 그룹이 네옴시티 당국에 공여했었다. 

 

 오늘 산책의 목적은 네오독 감각 데이터 최신화, 감각 공유 테스트였다. 개가 받아들이는 세상이 그대로 피드백되어 사람에게 전해졌다. 


 “음?”


 바람을 타고 냄새가 날아온다. 쇠와 기름내다. 동시에 발자국 여러 개가 지면을 디뎠다. 특정 방향으로 청력을 집중하자 개개의 걸음이 식별되었다. 4개의 패턴이다. 


 ‘무장 인원 4명. 아직 나를 식별 못함.’


 여긴 네옴시티의 상업지구다. 기업과 주재직원과 외국인들이 살았고 그나마 치안이 작동하는 곳이다. 발소리가 바르고 긴장할 때 풍기는 체취가 없다. 적어도 무장강도는 아니라는 게 P와 HACHI의 공동 결론이었다.


 과연 네 남자가 저벅저벅 다가온다. 소총과 방탄복으로 무장했는데 통일된 제복을 입었다. 시 소속의 치안요원이다. 그들은 P를 보자마자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실례하지만, 검문 좀 하겠다.”


 “신분증은 여기.”


 미쓰바 그룹 자원관리과 소속 P사원. 네옴시티에서의 대외적 신분이다. 데네소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목줄도 없는 개와 나란히 걷는 수상한 남자. 그게 P의 현 모습이다. 강압적 언사나 몸수색은 생략되었다. 요원들은 미소와 함께 인사했다.


 “협조에 감사한다.”



13.


 미쓰바 빌딩 입구로 기묘한 행렬이 다가온다. 전술차량과 장갑차 사이로 새까만 리무진이 보인다.


 “정시보다 빠른데.”


 “급하면 뛰어야지. 안 그렇냐.”


 B와 T, 베어와 티파가 직원들과 함께 정문에 섰다.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는 날이다. VIP가 탄 롤스로이스 방탄 리무진이 스르륵 선다. 왕실 국장이 선명하게 빛났다. 


 “몇째였더라. 하도 많아서 헷갈리네.”


 “원, 투, 쓰리는 죽었고... 모르는 차니까 열째 밖이겠지?”


 “조용.”


 슈트 차림의 노신사, 데네소르가 말했다. 머리는 희끗하지만 몸은 칼을 담은 듯 예기가 서렸다. 리무진 코치도어가 열리고 나온 자는 왕실 예복을 걸쳤는데 D와 대조되게 뚱뚱했다. 


“반갑소. 뭘 이래 마중까지 나와선.”


“용안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하.”


 왕족이 악수를 청했다. 순금과 황옥, 마노, 오팔 등 다채로운 보석 반지가 손가락마다 걸렸다. 너클로 써도 될 정도다. 한 나라의 왕자보다는 졸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역시 일본 건축 제일의 미쓰이(三井) 상사요. 빌딩 멋지게 올렸구려.”


“과찬이십니다. 연회를 준비했으니 안으로 드시지요.”


“핫하하!!” 


 왕자 일행이 D의 안내를 받아 내부로 향한다.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자 티파가 피식 웃었다. 평소의 탱크탑 핫팬츠 대신 남성용 정장을 걸쳤는데 위화감이 없다. 


“병신. 협상 파트너 이름부터 틀렸어.”


“그래도 삼성(三星)이라고는 안 했으면 양반이지. 우리 영감 고생 좀 할려나.”


 베어가 출입 시스템 사진을 뒤지며 말했다. 저 돼지는 23번째 왕자였다. 당연히 왕권 승계 순위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구워 삶기겠지. 수육 푸짐하게 나올 거야,”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모조리 죽었다며. 그래서 저런 떨거지까지 나대는 건가.”


“아쉬운 쪽은 저쪽이니까.”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 전초작업으로 기업들은 각종 권리를 사들였다. 방금 들어간 스물세번째 왕자에겐 자신의 영지와 백성이 있을 터. 미쓰바는 석유와 일꾼이 필요했다. 산중지왕이 시해된 숲에는 여우들이 왕을 참칭하며 거들먹거렸다. 땅꾼, 벌목꾼, 사냥꾼, 모피장수 입장에서는 절호의 찬스였다. 미쓰바뿐만 아니라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인류의 기술이 결집된 사막 위의 황금도시가 소돔으로 전락하는 미래는 예정된 파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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