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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글카스) 롭붕이 문학 써봄모바일에서 작성

Dawqu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23:18:01
조회 3488 추천 39 댓글 11
														
뒷골목의 간판 없는 해결사 사무소, 나의 집이자 감방이요 언젠가는 침소가 될 장소이기도 했다. 나는 그 곳에서 잡다한 의뢰를 접수하고 대강 하루이틀은 끼니를 챙겨먹을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대가를 지불 받는다. 대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달라거나, 연인의 뒤를 밟아달라거나 하는 나로서는 쉬운 일들이지만 간혹,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으리라고 으름장을 놓는 듯 한 내용의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이런 위험한 의뢰 중에서도 그런대로 급이 나뉘어 있다. 가령 주거지를 점거한 쥐 몇 마리를 해치우는 정도는 재수없이 조직 놈들을 맡게 되는게 아니고서야 수월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밖의 경우들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허름한, 그것도 소속 해결사 명단 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잡스러운 사무소에서는 처리할 수가 없는 의뢰가 종종 날아온다. 나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지만, 우리가 죽기를 바라는게 아니라면 적어도 우리가 그 의뢰를 해결해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이제와서야 회고하자면, 그 때 그런 의뢰를 받아서는 안됐다.

I. 의뢰

시작은 그저 오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의뢰인이 내보인 간절함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도 물론 있을 것이다. 여하튼 간에, 나는 늘 그렇듯 아침이 밝기가 무섭게 허름한 건물의 창들을 열고 탁상에 얹어져있는 촌스러운 명패를 닦는 일을 나름 새 하루의 시작으로서 수행하고 있었다. 그 때, 의뢰인이 문을 열고 나에게 다가왔다. 가만, 아직 문 안 열었는데. 또 들어오면서 잠그는 걸 잊었나보다.

"여기가 그... 아무튼 사무소 맞습니까?"
진심으로, 내뱉는 숨결 하나하나 마다 담배 냄새가 베어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날 처음 안 것 같다.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일을 안합니다. 사무소 사람들도 다 출근을 안했고요."
"저기, 맞은편에 3층짜리 건물 보입니까?"
"네, 잘 보이는군요."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을 새 것으로 다시 사고도 저 건물 한 채를 살 수 있을만한 돈을 주겠습니다. 다만 의뢰 내용은 반드시 당신이 의뢰를 승낙한 이후에만 이야기 해드릴 수 있습니다."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 이런 소리를 할 만한 부류는 크게 보았을 때 두 가지 정도가 있다. 남을 속여서라도 반드시 매듭지어야만 할 일이 있는 간절한 사람, 혹은 그저 미친놈.

"...의뢰 내용도 보지 않고 의뢰를 받으라고요? 농담하시는 겁니까?"
"농담이 아닙니다. 지금 나는 아주 진지합니다."
이런 경우엔 편리한 이분법을 통해 의뢰인을 평가하기가 아주 어려워진다. 어쩌면 너무나 간절한 나머지 반 쯤 미쳤거나 맨정신으로 미친 짓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목숨이 아깝고 의뢰를 처리하기 위해 남겨두고 가야할 것들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혹여 우리 능력 밖의 일을 무리하게 처리하도록 요구하신다면, 우리는 당신을 죽이고 외곽으로 도망치는 수 밖에 없게 되겠죠."
"내가 하는 소리가 제정신이 아닌 것 처럼 들린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압니다. 그렇다고 당신들이 이 의뢰를 처리할 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도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는 아닙니다."
그의 눈에서 어렴풋이, 하염없이 밝고도 어딘가 침울한 광채가 흘렀다. 그는 간절한 사람이였나보다.

"...의뢰를 승낙하겠습니다. 동료들이 오는대로 의뢰 내용을 전달하도록 하죠. 기한은 언제까지입니까?"
나도 내가 그 의뢰를 왜 승낙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가 우리를 찾아온 데엔 이유가 있었으리라고 생각했기에, 그가 우리를 믿는 만큼 나는 그를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간단합니다. 나는 오래 전 헤어진 내 딸을 찾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이 곳 근처에 위치한, 지금은 매몰된 구 L사의 지부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L사의 몰락 이후로 지부 주변은 줄곧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질 았으니, 그 아이는 아마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고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착해 살고 있을겁니다."
"잠시만요, 보통은 항쟁이 일어난다면 그 곳을 빠르게 벗어나려 하는게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낮이고 밤이고 근방의 치안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이동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지부 주변은 지리 상 사방이 뒷골목에 가운데만 도시의 영토로 취급되는 기이한 구조라 벗어나기 위해선 반드시 뒷골목을 거쳐야만 합니다."
"그렇군요."
뒷골목의 항쟁은 생각보다도 더 큰 규모로 일어나기도 한다. 잔챙이 쥐들의 영역 싸움 정도를 생각하면 안된다. 나조차도 그 싸움에 너무 깊게 얽히게 된다면 죽게 될 것이 자명했다.

"그래서..."
침묵이 흐른다.

"저 대신 제 딸을 찾아 주셨으면 합니다. 딸이 죽었다면 그 아이가 남긴 물건만이라도 가져와주셔도 좋습니다. 저에게는 남은 시간이 없습니다. 몹쓸 병에 걸렸다는데, 딸아이를 찾다보니 어느새 시술을 받을 돈 조차도 남아있지 않더군요. 제가 의뢰비로 지불하는 건 제게 남은 돈 전부, 즉 제 전재산입니다. 아마 제 딸이 살았든 죽었든 당신들이 의뢰를 해결하고 돌아왔을 때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그러니 딸아이가 살아서 돌아온다면 이걸 전해주세요."
의뢰인은 나에게 반듯하게 접힌 흰 종이 봉투와 오래된 슈트 케이스를 건냈다. 건네받은 물건들은 무게감이 상당했다.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약간 오글거리긴 하는데 롭갤에 평가 좀 부탁해보게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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