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성도 생츄어

가야 할 곳

[???]

어이, 신입. 일어나

선배가 일어나있는데 신입인 네가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야

당신의 뺨이 딱딱한 것에 찔리고 있다

아침의 차가운 바람을 들이마시며 당신은 눈을 뜬다

[???]

아침밥이야. 빨리 일어나서 준비 좀 해

정말이지 칠칠치 못한 신입이네

동그랗고 작은 생물이 선배 티를 내며 떨어진다

그의 이름은 마구엘. 류온을 따르는 수수께끼 생물....

라는 것 이외 모든 것이 수수께끼다

[류온]

일어났나, 마법사. 수프가 있다. 서둘러서 먹어라 

류온은 모닥불에 얹은 냄비의 내용물을 조심스럽게 휘젓고 있었다

아까부터 감도는 냄새의 정체는 그것이었을까

그거 류온이 만들었냐고 당신은 묻는다

[류온]

의식주는 내가 챙겨주겠다고 말했을 터다 

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아도 나는 모른다

커다란 스푼으로 내용물을 떠내고 맛을 본다

[류온]

윽.... 오늘도 50점이군. 하지만 내 수프는 맛이 전부가 아니야

필요한 영양은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한마디

당신은 벌써 류온의 곁에서 도망가고 싶어졌다

수프를 나누어 담은 접시를 들여다본다 

안에는 버섯이나 들풀 같은 것이 뒤섞여 펄펄 끓고 있다

냄새는 괜찮지만 외형은 최악이었다

딱딱한 빵과 함께 수프를 입에 머금는다 

걸쭉한 느낌과 쓴맛이 입안을 지배한다

윽, 예상 이상으로 맛없다....

[마구엘]

맛없어도 먹어

영양을 섭취하지 않으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한 마구엘 선배는 수프에는 입을 대지 않고 

빵조각을 부리로 찌르고 있었다

당신은 마지못해 수프를 입으로 나른다

첫인상은 최악이었지만 먹으면서 혀가 익숙해진 건지 

못먹을 정도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위즈](회상)

이거 계속 먹고 싶은 맛이다냥

만약 위즈가 이 수프를 먹었다면 뭐라고 했을까?

위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류온]

자고 있는 동안 너의 외투를 빨아두었다

익숙한 외투가 잘 개어져 당신의 옆에 놓여있다

[류온]

내 것이 되었다는 것은 너도 성당의 기사단의 일원이다

너무 초라한 꼴은 하고 다니지 마 

의식주를 챙겨주겠다고 했지만, 설마 빨래까지 해주다니 

왠지 미안하다 

[마구엘]

성당에서 지급되는 옷을 입고 싶으면 마련해줄 수도 있어. 어때?

고마운 제안이지만 위즈와 재회했을 때 저쪽이 알아보지 못하면 곤란하다

그러니 지금의 모습이 좋다. 당신은 마구엘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마구엘]

그렇군. 좋을 대로 해.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게 제일이야 

하지만 나에게 옷은 필요 없지

그림자가 다가온다

류온과 마찬가지로 집행기사의 표식을 몸에 달고 있는 여성이다

쇠사슬이 달린 낫을 땅에 끌고 온다

그 끝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

어라, 일어났어? 당신,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고?

류온과 같은 집행기사인 라샤를 소개받았다

[라샤]

마법을 쓴다고요? 마치 전설에 나오는 현자님 같네

라샤도 류온과 마찬가지로 성당과 그 주변의 성역을 수호하는 집행기사다

다만, 집행기사는 하나의 성역에 하나만 존재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라샤가 지키는 것은 여기서 먼 곳에 있는 성역이라고 한다

[라샤]

마법사님과는 언젠가 싸워보고 싶어

[라샤]

분명 대지를 가르고, 천둥번개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심판수마저 일격에 묻어버리겠지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하지만, 대지를 가르는 힘도 

천둥번개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것도 할 수 없어 라고 당신은 대답한다

말하면서 라샤는 수프를 떠서 입에 담는다

[라샤]

음. 쓰고 야채는 손질이 덜 돼있고

혀끝에 기분 나쁜 까칠한 느낌이 있어서

모래를 마신 것처럼 목구멍이 안좋아.... 죽을 만큼 맛없네!

역시 맛이 없나. 그럼에도 라샤는 먹는 것이 의무인 듯 

수프를 입으로 옮긴다

[류온]

그 정도로 맛없진 않아....

맛없다고 자각하고 있던 류온도 조금 울컥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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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나고 당신은 말을 꺼냈다

대성당 뒤에 서있던 심판수ㅡㅡ 라는 건 

도대체 무엇인지 쭉 신경 쓰였던 것을 물었다

[라샤]

대지의 지배자야. 인간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심판수 나름 

인간은 그것에 따를 뿐이야

성당이 성역(생츄어)이라고 불리는 건 

성직자들이 심판수를 모시고 그들의 비호를 받고 있기 때문

'악'의 낙인이 찍힌 사람들은 성역 이외의 장소에서

심판수의 노여움을 사지 않도록 

조용히 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라샤]

악이라고 판결 받은 사람들을 인페르나인이라 부르고 있어

[류온]

심판수는 성역(생츄어)에 사는 사람들만 보호하지만 

최근 들어 인페르나에 가세한 갸륵한 심판수가 나타났어

[류온]

우리 집행기사에게 그 심판수를 처단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지금부터 그 녀석을 토벌하러 간다

[라샤]

살해당한 우리들의 동료의 원수를 갚으러 가는 거야....

바람이 숲의 나무를 흔든다

고요해졌다. 숲의 잎과 가지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만이 들렸다

동료가 살해당했어? 라고 당신은 침묵을 깨고 묻는다

[라샤]

집행기사 사자.야니타 그게 살해된 동료의 이름이야

[류온]

살해한 것은 전갈과 같은 꼬리를 가진 심판수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우리들은 지금부터 그 심판수를 찾아 벌을 내린다

[라샤]

앞으로 우리가 하려는 건 그저 복수야

갑자기 이런 가혹한 임무에 어울리게 해서 미안하네~?

라고 말하며 라샤는 큰소리로 웃는다

아무리 소리를 지르며 웃으려 해도 

그 웃음 뒤에 숨겨진 비장함은 감춰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