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략선 = 민간 승무원이지만 정부로부터 적의 배를 공격하고 나포할 권리를 인정받은 무장 사유 선박)

로비

결국, 가지고 와 버렸다......

손에는 브루노의 묘비에 걸려있던 디트리히의 군복 상의와 군모가 있었다.

그대로 놓아두면, 바람에 날아가버리거나 도굴꾼들의 손에 빼앗길 운명이었을 터.

이는 일시적인 보호 조치일 뿐이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로비

하지만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어서 좋을 건 아니다.

디트리히가 전사한 브루노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조만간 반드시 브루노의 딸인 클라리아에게 돌려줄 것이다.

로비

(하지만, 그 때까지는......)

로비

......디트리히 각하.

지금 당신은 어디에 계신 것입니까?

로비는, 그 옷을 꼭 껴안으면서, 그 자리에 없는 디트리히에게 물었다.

물론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좁은 사괸실의 쓸쓸한 공기는, 가슴을 세게 조이는 것 같았다.

이윽고 로비의 뺨에는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로비

눈물? 어째서......?

로비는 문득 깨달았다. 그 눈물의 이유를.....

하지만 그것은, 입 밖으로 꺼내봐야 좋을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로비

내 아버지를.......

그리고, 내 자신이 품은 결의를 배신할 수는 없다.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흘러넘치는 감정을 집어넣 듯, 디트리히의 상의와 군모를 가슴 안 쪽으로 집어넣었다.

바람이 창문을 세게 두들겼고, 조만간 폭풍이 올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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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도르키마스 국왕 아르투르의 사자가, 로비의 사관실을 찾았다.

왕좌에 앉아있는 아르투르는, 초췌했다.

왕궁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디트리히의 출분은 타국과 결탁하여 도르키마스 국을 빼앗는 계획의 일부라고 아르투르는 믿고있는 것 같다고 한다.

그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망상이었다.

그러나 디트리히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의심이 비대해진 아르투르 왕은 그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아르투르

로비 프로이세 소좌.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타국으로 출분한 나의 동생, 테오드릭을 데리고 돌아와 주었으면 한다.

로비

헛.....

아르투르

소형함이지만, 날아 다니기에는 좋은 함이다.

이미 함까지 준비되어있다......

그만큼 필사적이라는 증거였다.

아르투르

하지만 군 소속인 그대가 타국의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있어서야, 좋지 않은 의심을 받을 지도 모른다.

로비

신분을 위장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측근의 사람이 한 장의 서신을 로비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도르키마스 국의 인장이 찍힌 [사략먼허증] 이었다.

로비

저로 하여금 공적으로서 행동하라.....?

공적선으로 위장한 소형함 1척이 도르키마스 국외의 영공을 날아다녀도 눈에 띄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공적의 모습으로 있으면, 동종 업계인들에게서 디트리히....테오드릭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르투르

테오드릭은, 나에게 소중한 동생이다.

어떻게 해서든, 나의 나라로 돌아와 주었으면 한다.

아르투르의 말은 허상이었다.

말 이면의 부정적인 감정을 로비가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로비

그 명령, 삼가 받들겠습니다.

아르투르

아무쪼록 부탁하마.

패기가 사라진 표정에 눈만 번쩍이고 있었다. 로비는, 그의 표정에서 광기를 느꼈다.

동생 [테오드릭]이 만약 발견되면......그를 어떻게 할 것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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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군인인 이상,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각하....아니, 테오드릭 님을 찾아내겠습니다.

로비의 손에는, 디트리히의 군복이 있었다.

클라리아

원수 각하의 군복과 군모는 네놈이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혹시라도 단서가 될 지도 모르니까.

클라리아

각하가, 우리를.....도르키마스 국을 버렸을 리가 없다.

게다가 우린 아직 각하가 필요하다!

클라리아

로비 소좌. 나도 부탁한다.

어떻게 해서든 원수 각하를 찾아다오.

로비

(지금의 나는 알 수 있다. 각하가 출분한 이유를.)

로비

(분명, 죽을 곳을 찾아 떠나신 것이다.)

로비

(각하에게 있어서, 죽음 만이, 공허해진 마음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라면......)

로비

(각하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고 계속 살리는 것이, 나의 복수가 될 것이다.)

당직사관

로비 함장님.

곧 출항 준비가 끝납니다.

명령이라곤 하지만, 설마 공적을 맡게될 줄은

로비는 자신이 처한 입장에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로비

도르키마스 공군 제 함대 소속, 특무함 <폴라.슈테른>

주기 점화. 기관시동.

(*폴라 슈테른의 일어 표시는 '極北に兆しあり', 직역시 '극북에 흔적이 있다' 인데,

 독어 사전 찾아보면 'Polarstern = 북극성', 북극성은 밝기 때문에 예전부터 항해할 때 방위의 기준이 되는 별이었다고 함.)

로비는 디트리히가 남긴 군복의 상의 소매에 팔을 집어넣었다.

크기가 맞지 않는 군복을 거칠게 걸쳐 입은 모습은, 어쩐지 로비가 상상하는 공적의 이미지에 가깝단 생각이 들었다.

로비

특수임무라고는 해도, 우리가 맡고 있는 임무는, 도르키마스 국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임무다!

각자 자신의 역할을 다하도록!

로비는 방향을 잡았다.

뱃머리를 북쪽으로 돌린다.

로비

발묘! (발묘 = 내렸던 닻을 거두어 올림, 즉 배가 떠난다는 의미)

<폴라.슈테른>--- 출항하라!

북쪽 하늘은 앞으로의 앞날을 보여주듯 하얗게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