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서 점점 짬티가 묻어나는게, 뭐 별거 없이 대충 쓰고 훌렁 훌렁 넘어간 것 같은데 막상 있을 건 다 있고 할 것도 다 해놓은,

그런 느낌이 드는 4권이었음

작가 후기에 데뷔한지 1년째라고 써있으니 최소한 늑향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짬이 차기 시작했을 수도 있겠네

그런데 일을 너무 스무스하게 하면 티가 안난다고

테레오 마을에서의 일이 생각보다 규모도, 리스크도, 의미도 큰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사건들만큼 인상이 강하게 남지는 않았음

늑향의 무기 중 하나가 경제적 이권 다툼을 다루는 배경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상황 자체의 플롯은 좋은 편임

복잡하고 모순적, 역설적이지만, 동시에 논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으면서 이익과 리스크가 뚜렷한 관계가 바로 경제적 이익으로 엮인 관계이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그 관계에서 주인공들이 이전만큼 유기적으로, 또 책임감있게 구성되어있다는 느낌은 안듬

일단은 테레오 마을의 이야기가 호로와 로렌스의 이야기라기 보단 엘사의 이야기라 시너지가 발생 하지 않은 탓이지만

이번 권에서는 유독 편의상 벌어지거나 편의상 해소되는 부분이 많음

물론 작가가 여러가지 설정을 이용해서 그런 해소구간을 능구렁이마냥 잘 넘겨버리기 때문에 납득이 안되는 건 아님

하지만 그렇게 넘겨버렸기 때문에 개인 간의 갈등구조가 사라졌고, 때문에 인상이 약함

최소한 엘사와 호로를 주축으로 토르에오와 기독교 신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강하게 나가줬으면

테레오 마을의 사건도 충분한 인상을 주었을 지도 모름

갈등이라곤 혐레오 마을 꼰대들이 지랄하는 거 밖에 없음

나머지는 로렌스가 돌아다니면서 이빨 잘 깐 썰 밖에 안되고 ㅇㅇ

그래서 작가는 갈등 대신 꽁냥을 넣어주었습니다

작가는 호로와 로렌스의 관계가 눈에 띄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줌

호로는 투덜대면서도 로렌스를 의지하고 로렌스를 의식적으로 자신의 삶의 일부로 끌어들여 그와 모든 것을 함께하고자 함

로렌스도 오로지 호로를 위해서 행상로로 계획하지도 않을 마을을 거쳐가며 호로에게 계속 진지한 물음을 건내고 호로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음

이전까지 서로의 대화는 감정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맞대어 주파수를 맞추어보려는 시도이자 과정이고, 각 개인의 감정와 목적의 손익 계산이었다면

이제는 통일된 주파수 안에서 공동체로서의 손익 계산을 하고 있음

또 주파수는 통일되었지만, 중강 중간 살짝씩 튀기도 하는 전파에서 그 꽁냥댐이 강조되는 것이 아주 부러워 뒤질 거 같음. 로렌스 죽어라

내가 책에 쓰인 구절을 현실에서 써먹는 건 진짜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108p에 나오는 과일, 맥주 비유는 진짜 능글맞게 써먹을만한 드립이라고 생각함

특히 엘사와 에반의 모습을 부러워하는 로렌스가 호로와 이야기하는 장면은 씨발 로렌스 나가 죽어라

아무튼 이미 1권부터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있었던 호로의 요망함과 둘 사이의 꽁냥댐이

4권에서는 이상하게 크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자꾸 생각이 남

1,2,3권 다시 읽을 생각 안했는데 4권은 다시 읽는 중임

격한 갈등 없이 이야기가 스무스하게 전개되서 다시 읽기 편한 탓도 있긴 한 거 같음

군대 갔다온 애들은 알거임

짬 잘 먹은 놈이 작업하는 거 보면 얼마나 스무스한지

딱 그런 느낌임

마지막으로는 크멜슨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호로의 늑대 모습이 참으로 멋졌음

사실 그냥 오래 살아서 능지 떡상한 괴물처럼 묘사된 이전의 모습과는 다르게, 정말 신이라 불릴 정도로 위엄이 있다고 할까?

그 상황에서 던진 이런 저런 물음들과 상황이 너무 간결하게 매듭지어진 감이 있어 아쉽긴 하지만

작가가 원고를 쓸 당시에는 "아직" 리먼 사태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짬 차면서 배가 부른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음

남은 1월 동안은 4권 다시 읽고 꿀절임 계획하면서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