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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늑향 5권 후기

미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2.07 02:14:36
조회 286 추천 7 댓글 5
														

호로와 로렌스의 꽁냥질도, 레노스 마을의 분위기도, 에이브와의 거래도

유독 씁쓸한 분위기가 컸던 에피소드였음


왜 이렇게 씁쓸한 기분이 드는지... 곰곰히 생각해봤음


호로는 파슬로에 마을에서 로렌스와 여행을 시작하고, 현재의 즐거움을 느끼며 자신의 외로움을 덮을 수 있었음

사실 파치오 마을까지는 로렌스와 여행이 호로에게도 그토록 중요했다고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음

마을을 빠져나갈 구실, 수백년간의 외로움을 달랠 동반자, 자신을 선택해준 것에 대한 보답과 인연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


독자 입장인 나로서는, 뤼빈하이겐에 가서야 호로의 외로움이 얼마나 무거운 지를 알 수 있었음

더욱이 크멜슨 마을에서는 홀로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뼈저리게 느낄 만큼 보여주었기 때문에

테레오 마을을 떠나며 호로도 이 여행이 끝나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던 로렌스의 독백에 적극 동의했음


그런데 레노스에 들어서자 호로는 외로움을 덮어줄 정도로 즐거웠던 현재보다 더 강하게 그려지는,

미래의 그리움을 두려워하고 있었음. 마치 이미 사라져버린 요이츠를 그리워하는 것 처럼.


호로는 그런 의중을 드러내지 않은 채,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이 장난을 치지만...


어딘지 모르게 상대를 이해해주는 듯한 태도..

그 뒤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모습..

그런 그녀에게서 느닷없이 통보된 이별..


이 여행의 즐거움이 즐거움으로 남을 수 있도록 여기서 헤어지자는 그 말이,

그 말을 내뱉는 호로의 모습이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현실적이더라



3권에서 묘사됬던 로렌스의 불안과 걱정의 심리는 무서울 정도로 공감이 갔지만

5권에서의 이별 통보는 로렌스만의 착각 속에서 극대화 된 상상보다 훨씬 차갑고 정적이었음

여러가지 경우의 수로 남겨두었던 망상과 보고 싶지 않아 덮어두었던 단 하나의 현실이 이렇게 다를까 싶을 정도로.


5권이 유독 씁쓸했던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싶음



호로는 현랑, 장난을 칠 때조차 앞 일을 내다보는 존재임

그러나 로렌스는 현재의 상황을 파악한 뒤 거기서 얻어낼 수 있는 손익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상인


이렇듯 항상 앞일을 내다보는 호로와 어떻게든 현재를 파악하려는 로렌스의 관계는 마치 앎과 모름의 관계 같기도 함


호로는 미래를 알고, 로렌스는 현재를 모름

더 정확하게 호로는 암울한 미래가 정해져 있음을 알고, 로렌스는 암울한 미래를 경우의 수로 두고 있음


로렌스가 현재의 정보를 파악하려는 이유는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를 몇 가지 경우의 수로 줄여 대비하기 위함임

반대로, 호로에게 미래란 정해져 있는 것임,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된다고 한들 끝에 다가갈 수록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음

정해진 미래 앞에서 현재의 수는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훤하겠지만, 바꿀 수 없는 미래를 받아 들여야 하는 것임



그래서 로렌스는 그 암울한 미래의 수를 피하기 위해 현재의 수를 고민하고, 호로는 그 미래가 이미 정해진 수임을 로렌스가 모르길 바람


작가가 이 어긋남을 간접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탓에 겉으로는 순탄해보여도, 사실 어긋나있는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됨

이러한 어긋남은 레노스 마을과 교회, 에이브와의 거래에서도 똑같이 드러나고 있음

상대에게 이익을 보증하면서도 자신만 알고 있는 그 암울한 미래를 계속 모르길 바라지


모두가 평화롭게 일상을 유지하고 심지어 이득을 보고 있지만 어딘가 불가피한 어긋남이, 더구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음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글 전체에서 씁쓸한 분위기가 풍겨왔던 거 같음



작가도 참 약은 게,

이전까지는 전형적으로 캐릭터의 감정과 이성이 충돌하는 에너지를 이야기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면

이번 에피소드는 감정과 이성의 어긋남을 원심력 삼아 여정의 끝이라는 구심점을 빙빙 도는 듯한 전개를 보여주었음


사실 이대로 거래가 탈 없이 성사되었다면 감정과 이성의 충돌로 이야기가 겉잡을 수 없게 내달렸겠지만

이런 주제의식을 에이브와 마을 및 교회에 까지 적용함에 따라 신의 한 수를 둘 공간이 생김..


그야말로 모든 경우의 수를 버리고 현재에 순응하여 서로가 진실되기를 요구하는.. 그것이 비록 강압적일지라도..

정해진 미래와 현재의 어긋남을 끼워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던 탓이었겠지


호로와 로렌스가 느꼈던

자신의 기분과 바람이 일치하지 않는 양가적인 심리도,

상대의 기분보다 상대의 바람을 우선하는 상냥함도,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외로움을 저울질 하는 피조물의 한계도,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상황의 불가피함을 받아들이는 이성이 어긋나 있던 탓이었을 거야

유독 5권에서 씁쓸함이 크게 느껴진 이유도 이러한 어긋남이 에피소드 전반에 적용되는 큰 주제였던 탓일 테고



그렇다면 이 씁쓸함을 넘어서 충만함을 느끼려면 감정과 이성이 일치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감정이 우선인가 이성이 우선인가

로렌스는 삶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이성을 우선하면서 살아왔지만 호로를 만난 뒤 부터는 이성이라는 고삐를 살짝 풀어줄 줄도 알게 되었고.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는 항상 현재에 순응해 감정과 이성이 일치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호로와 더욱 단단한 관계로 발전하게 됨


웃기게도 호로가 장난을 칠 때 로렌스가 경우의 수를 따져 반격하면 로렌스가 말리는데

현재에 순응해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을 때에는 호로도 로렌스에게 놀라는 눈치를 보임

이를테면 호로가 생각하고 있던 정해진 미래가 바뀌었기 때문이겠지


앎의 힘이 이러한 확실성과 안정성이라면, 모름의 힘이란 바로 이런 새로움과 놀라움일거야


하지만 로렌스 이외에 어느 누구도 이렇게 현재에 순응하려는 자는 없었어

교회 옆 골목에서 동화와 빵 한조각에 기쁨과 만족을 느끼는 거렁뱅이 말고는.




학자 조나단 하이트는 바른 마음이란 책에서, 감정과 이성이라는 단어보다 직관과 추론이라는 단어가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고,

다른 여러 비유보다도 "감정이라는 코끼리 위에 타고 있는 이성이라는 기수" 의 비유가 적절하다고 설명하였음


로렌스가 호로를 강제로 조종하기보다, 고삐를 쥐었다 풀었다 하며 기분을 맞춰줄 때, 호로도 로렌스를 배려하고 잘 따라준다는 것을 보면

조나단 하이트의 비유도 참 그럴 듯 하지?


그럼 우리가 현재에 순응하기 위해서, 정해진 수를 바꾸기 위해서는 감정의 고삐를 어떻게 쥐고 있어야 할까?

깊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일지도 모름






5권 마지막에 나온 "그 장면" 때문에 결국 못 참고 이 시간까지 후기 씀

솔직히 이번엔 갓렌스가 다했다



이제 자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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