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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패도 (3)

사랑해코가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16 02:15:52
조회 766 추천 11 댓글 5
														


꿀꺽.


내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주변으로 울려퍼졌다.


"너, 너무 긴장했잖아. 아하하하!!"


긴장한 나와는 달리 목소리의 주인은 내 등을 마구 때리며 웃었다.


"농담이야, 잡아먹을리가 없잖아. 책쟁이는 먹지 말라고 치르노가 잔소리를 엄청 했다니까."


다른사람은 잡아먹는다는건가?


"그, 그래 고맙다."


잔뜩 긴장한 몸에서 철렁 무언가 빠져나가는 기분에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어딜 그렇게 보는거야?"


검은 구체가 사라지자 달빛이 그대로 비치는 투명한 금색머리.


그 금색머리는 내가 지금까지 봐온 그 무엇보다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어?"


누가 내뱉은 탄성일까.


머리카락의 감촉은 마치 달빛을 그대로 머금은 듯 아름답게 빛났다.


무어라 설명할 길이 없었다. 나의 부족한 표현력을 용서해달라.


아차, 무례를 저질렀다. 사과를..


"아..으"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그녀는 그대로 검은 구체에 휩싸여 어디론가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봐도 찾을 수 없었다.


다음날 치르노를 찾아가 그녀에 대해 물었다.


치르노가 말하길 "그녀석은 루미아, 근처에 있던걸 친절하게 데려와줬더니 이몸의 명령을 듣지도 않고---"


궁시렁대는 치르노를 무시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결국 여기있는녀석은 죄다 치르노가 억지로 끌고왔다는건가?


내가 아니었으면 농담이 아니라 6일.. 아니, 4일안에 쿠데타로 멸망했을거다.


잡생각은 여기까지만 할까.


나는 대요정을 불러 지도를 펼치고 회의를 시작했다.


현재 환상향의 북부세력이 모두 지령전을 향하는 상황이다.


대부분이 폭발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세력이고, 나머지는 조심스레 상황을 지켜보는 추세다.


다만 그 폭발을 계속 일으키는게 가능하다면 지령전을 공격해도 별 의미가 없는건 아닐까?


호숫가 근처에는 홍마관과 유카의 세력인가.


홍마관과는 이전에 한번 접촉이 이루어졌다.


우호적인 태도로 나왔으니 지금은 신경 쓸 필요가 없으려나.


앞으로의 방침을 잠시 고민했다.


나는 전투에 소질이 없어 외교와 세력의 균형유지를 맡고있다.


누군가 맡긴건 아니지만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전투가 일어나면 자기에게 맡기라고 호언장담을 하는 치르노가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자신감에는 어느정도 근거가 따라붙기 마련이니 그냥 내버려 두었다.


여담으로 루미아의 얘기를 하자면 그 다음날 주변을 산책하다가 다시 그 구체를 마주쳤다.


나는 구체를 향해 사과의 말을 던졌고, 구체는 잠시 꿈틀대더니 루미아가 나타나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 뒤로 나름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다.


미스티아와 리글의 시선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애초에 그녀석들에게 접근한 이유는 근본부터 다르다.


"저기.. 누가 찾아왔어요."


자기 합리화 도중 대요정이 찾아와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지금 나갈게"


누구지?


=소악마=

[???]


"아~ 만나서 반가워요!"


"당신이 그 사람이군요?"


자기를 소악마라고 소개한 여성이 다짜고짜 내 손을 붙잡고 흔들었다.


당황해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 그래"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윙크를 날리는 소악마.


"무슨 목적으로 나를 찾아온거지?"


잡담이 길어지기 전에 서둘러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저희 홍마관에는 인재가 절실하답니다. 그래서 당신을 우리 홍마관으로 모시고 싶은데요"


"공짜로 부탁하진 않아요! 지금 오신다면 이정도의 금액을 준비할 수 있답니다"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쫙 펼치는 소악마.


고민할 가치도 없다.


"고맙지만, 지금은 딱히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어."


"역시 그렇군요~"


예상했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소악마.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당신이 참 마음에 든답니다"


"어때요? 저랑 같이.."


노골적으로 나의 팔을 붙잡아 가슴을 부비댄다.


돈으로 안된다면 미인계인가?


나한테 거기까지의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수상하다.


"지금은 회의중에 급히 나왔으니 그러한 이야기는 다음에."


자리를 뜨기위해 거짓말로 둘러댔다.


"으음~ 그런가요. 역시 안넘어오네요. 이야기를 나눈걸로 만족할까요~"


"그럼 돌아가보겠습니다!"


잠시 혼자 중얼거리더니 시원스레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소악마.


다만 돌아가기 직전, 굉장히 기분나쁜 웃음을 짓는걸 본건 내 기분탓일까?


몸 위에 무언가 끈적이는게 덮인 기분이 들어 두어차례 툭툭 몸을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담으로 이날 밤에도 루미아를 만나러갔다.


"오늘도 왔구나?"


구체에 다가가자 어느새 나타나 웃는 루미아의 미소는 달빛과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오늘도 왔어"


루미아랑 꽤 친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chapter 2-


홍마관에 피는 한송이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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