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는 ADHD확진 나왔다.

뭐... 개인적으로는 자기 객관화가 되는 편이라고 믿고 있었고
나 자신이 ADHD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결과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줄기차게 낮은 주위력과 충동성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었는데 그건 뭐 나도 아는 것이었고....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인지기능 평과 결과 때문이었다.

언어이해 : 124(95)
지각추론 : 111(78)
작업기억 : 107(67)
처리속도 : 125(95)
전체지능 : 122(93)

내가 스스로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작업 기억에서도 평균 이상인 107점....

종합 IQ 122(상위 7%) 

뭐? 내가 고지능 ADHD라고?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나는 평생을 스스로를 빡대가리/저능아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상위 7%는 커녕 항상 하위 7%에 처박혀 있었다.
그런데 내 지능이 서울대 입학자 평균 지능이랑 동급이라고?
심지어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으로 인해서 작업 기억력에 커다란 맹점이 있는 상태에서?  

????????????

검사 결과가 좋은? 것을 보았을 때는 기뻤다. 한 3초 기뻤다.
그리고 좌절했다.
아마 우울증 약을 먹고 있지 않았다면 또 다시 과거처럼 내 안의 무저갱으로 빠져 들었을지도 모르는 좌절감이 나를 감쌌다.


조금만 세상이 내게 관용적이었다면?
부모님이 어렸을 적에 나를 ADHD치료를 해주었다면?
내게 행운이.. 그저 조금의 행운이 허락되었다면?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나는 가지고 태어난 지능으로 세상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는 운명이 허락되지 않았나?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36년을 날개짓 한번 해보지 못하고 갇혀 살아야 했나?

성공의 척도가 IQ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상위 7%의 고지능의 인생이라고 믿기지 않는 형편없는 나 자신의 삶.....

마치 스스로 가난하게 태어났기에 거지가 되었다고 믿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재벌 2세였는데 거지가 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기분

차라리 평균 이하의 지능이라고 했으면 그럼 그렇지.. 하고 쓴 웃음 짓고 말았을 것을!

병원에서 ADHD 확진과 함께 준 콘서타....
ADHD에 대해서 조사했다면 모를 수가 없는 약
한 때 내가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며 갈구하던 것이었지만 도저히 먹을 기분이 들지 않았다

지금 먹으면 콘서타를 먹고 잘못된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갈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