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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산의 노인, 최고의 노익장에서 노망난 할배로

게임조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22 06:07:13
조회 13715 추천 26 댓글 48
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남성 게이머에게 사랑받는 남성 캐릭터. 이거 쉽지 않습니다. 남성 게이머에게 남성 캐릭터가 사랑받기 위해선 누구에게나 필요할 정도로 성능이 좋거나 남녀노소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둘 다 해당해야 하죠.

​페이트/그랜드 오더(이하 페그오)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갈공명 [엘멜로이 2세]'처럼 출시 초반부터 많은 게이머가 사용한 성능 캐릭터가 있고, '이아손'처럼 비호감에서 시작에 캡틴 그리스로 감동을 선사한 스토리 캐릭터가 있고, '오베론'처럼 성능과 스토리 양쪽 모두 게이머에게 감동을 선사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 소개해 드릴 '산의 노인'은 인상적인 스토리와 멋진 디자인으로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뻔 했던 캐릭터입니다.


스토리 없을 때조차 쓰일 정도로 성능이 좋거나


레어도가 낮아도 스토리 빌드업이 미쳤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페그오, 더 나아가 원작인 '페이트/스테이 나이트'에는 기본적으로 7종류의 서번트가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어새신'은 일찍이 암살에 관련된 전승을 가진 영웅들이 받는 클래스입니다. 시황제 암살을 시도했던 '형가'나 호조의 닌자로 유명한 '후마 코타로'처럼 말이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암살 전승을 가진 영웅들보다 더 어새신 클래스에 적합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어새신이라는 어원 '아사신'을 이끄는 '하산 사바흐'라고 불리는 자들입니다. 이름 그 자체가 어새신이니 이보다 더 어새신 클래스에 적합한 존재는 없겠죠.

페그오에는 총 5명의 하산 사바흐가 등장하며, 이들은 각자의 암살 기술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자바니야'라는 보구로 적들을 암살합니다. 그래서 각 하산 사바흐는 오른팔로 적의 심장을 터트리는 '주완'의 하산, 수십 명분의 인격을 하나의 서번트로 소환하는 '백모'의 하산, 치명적인 독으로 조용히 적을 죽이는 '정밀'의 하산, 온몸에 빛이날 정도로 힘을 모아 극한으로 속도를 끌어올리는 '요성'의 하산 등 자신의 자바이야와 어울리는 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 한 명. '산의 노인'을 제외하고 말이죠.


캐릭터의 다양성을 위해 대체로 암살 전승을 가진 영웅이 소환되지만


사실 하산 사바흐만큼 어새신에 어울리는 어새신도 따로 없다

산의 노인, 혹은 하산 사바흐로 불린 남자는 페이트 세계관에서 어새신이 암살자 집단으로 거듭날 때 군림하던 우두머리였습니다. 그 이름은 개인을 넘어 암살자 집단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칭호가 되었고, 그 자신은 새로운 하산 사바흐가 타락하려할 때 처단하는 암살자의 암살자라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기존 하산 사바흐와 구분하기 위해 주로 산의 노인으로 불리는 이 서번트는 그냥 어새신 클래스가 아니라 클래스의 정점에 선 자, '관위'의 칭호를 가진 '그랜드 어새신'입니다. 인류가 멸종할 만한 위기가 닥쳤을 때나 볼 수 있는 그랜드 서번트인 만큼 기존 서번트 이상의 힘을 보여주며, 게임에선 자신의 바다로 모든 것을 덮으려던 인류악 '티아마트'가 현현했을 때 등장합니다.

당시 티아마트는 창세의 신답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슈타르와 에레쉬키갈 두 여신이 덤벼서 발을 묶고, 길가메쉬가 자신과 우루크를 미끼로 명계로 떨어뜨리고, 킨구가 자신을 희생해 '하늘의 사슬'을 이용해 구속하고, 최고의 마술사인 그랜드 캐스터 멀린이 꽃밭으로 침식을 막았지만 티아마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죠. 티아마트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창세의 신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남자가 왔습니다. 원초의 어머니에게 죽음을 알려주기 위해. 관위라는 자리조차 버려가면서.

산의 노인은 티아마트에게 죽음이라는 개념을 부여하며 상황을 역전시킵니다.


진짜 육성으로 "할아버지!" 소리가 나왔던 순간


캬~ 이게 어새신이고 이게 하산이지

이보다 멋진 활약이 또 있을까요? 음... 생각해보니 페그오에는 꽤 많군요. 자잘한 얘기는 차치하고, 멋진 활약을 보여준 산의 노인은 죽음이라는 개념을 인간의 형태로 만든 듯한 멋진 디자인, 묵직하면서 절제된 보구 연출, 그리고 성우 나카타 조지의 중저음 목소리로 게이머들을 다시 한번 반하게 만듭니다.

스토리와 디자인이 좋긴 했지만, 출시 당시엔 어새신 클래스에선 보기 드문 커맨드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어새신과 비교하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그만큼 강화 퀘스트를 많이 받으면서 최근엔 혼자서도 적들의 머리를 잘 깨주시는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애정으로 키웠다면 요즘은 다른 서번트와 어깨를 견줄만한 서번트가 되었죠.


일러도 멋지고 성우 연기도 멋지고


보구까지 멋지네 크

여기까지 보면 스토리에 디자인, 성능까지 꽉꽉 담은 완벽 캐릭터로 보이겠지만, 애니메이션 'Fate/Grand Order -절대마수전선 바빌로니아-'가 방영된 후 산의 노인 이미지가 땅에 떨어지다 못해 내핵을 뚫고 반대쪽으로 튀어나오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딱 한 장면. 산의 노인이 갑자기 네 발로 기면서 적을 물어뜯는 장면 때문이죠. 이 장면으로 산의 노인은 초대 하산 사바흐, 어새신 중의 어새신, 죽음을 고하는 자 그 자체에서 노망난 할배가 되어버렸습니다. 절제된 움직임으로 적들의 목을 베고, 죽음을 알리는 만종과 함께 나타나 적의 목숨을 거두는 멋진 캐릭터가 호평일색인 보구 '아즈라엘'을 쓰기는커녕 바닥에 납작 엎드려 적을 우걱우걱 씹다니... 그랜드 클래스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다행히 극장판인 'Fate/Grand Order -신성원탁영역 카멜롯-'에선 멋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미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순 없는 법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산의 노인의 이미지는 점차 다시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바빌론 먹방쇼가 없던 일이 되진 않으니 여전히 일부 마스터에겐 PTSD를 일으키는 안타까운 캐릭터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애니에서도 나쁘진 않았는데


할아버지 ㅠㅠ 아무거나 드시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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