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드에이를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서 그런지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온전하진 않아도 어스무레하게 기억이 난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살짝 섬뜩해지는.

알앤비/소울 장르를 좋아하고 듣는 노래 대부분도 이에 해당되다보나 음악에 대한 관심은 항상 흑인음악 쪽만 슬쩍 건드리다 마는 정도로 끝나. 타 장르에 대한 관심도는 0에 가깝다는 말 ㅇㅇ. 그렇지만 키드에이는 나같은 락알못도 굳이 억지로 관심을 쥐어짜내지 않고서 한큐에 이목을 내놓아버리게 만드는 그런 압도적인 파워를 가진 음반인듯.

개인적으로 예술이 가진 힘은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에서 시작해서 정서를 촉발시키고 마지막엔 개인의 정신세계까지 좌우하는데 있다고 생각하기에 내 주관적인 정의에서 '예술적 파워'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음악은 키드에이의 음악이야.

내가 알앤비/소울 장르의 명반들을 들었을 때 샘솟는 애정은 인간의 원초적인 정서를 노골적이고 세밀하게, 그리고 친숙하게 표현하는 매력에서 기인하기에 미술에 비유하자면 사실주의 회화를 볼 때의 그 느낌과 어느정도 상통하더라고.

그러나 키드에이를 들었을 때 쏟아져 내린 감각적인 자극은 애정, 행복 이런 narrow하고 한정적인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압도적인 자극 그 자체인듯. 마크 로스코의 그림에서 느끼는 압박감, 숭고함에 가깝다고 생각해.

키드에이의 사운드는 어지럽고 촘촘하고 보컬과 합일하여 기승전결 없이 연주를 계속해 나가는 느낌을 줘. 늘상 보컬이 음악을 리드하고 지휘하는 알앤비/소울 장르에선 보기 힘든 모습인 것 같아. 키드에이를 들을 때면 항상 내가 음악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음악이 내 정서를 잡고 뛰는듯한 기분이 들어.

흑음갤인데 키드에이 얘기만 해서 좀 그렇네. 그래도 흑음이 짱짱맨이야. 키드에이 외 다른 락앨범들에선 이렇다할 감상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주관으로 점철된 감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