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연출 서사 뭐 이런 거도 훌륭하지만 가장 특출난 점은 바로 감정의 사실성임.

혹성탈출 클로버필드 보면 다른 동종 장르영화들과 차별화된 공통점이 하나 있음.

장르적 전형성에 매몰되지 않는 감정의 사실성.

그게 시저를 사람보다 더 사람같이 만들어서 황당한 고지능 원숭이 이야기를 사회차별과 인간해방에 대한 이야기로 다룰 수 있었고 정체불명의 우주괴수가 날뛰는 도시 한복판에서도 장르적 호들갑 없이 마치 테러의 현장같은 공포와 생존의 사실적 감정을 통해 원인도 모른 채 오직 막대한 결과만 모조리 감당해야하는 혼란의 시대상을 엄청나게 잘 반영시켰지.

그래서 클로버필드는 속편을 만들 이유가 없는 영화임 감독의 입장에선. 애초 괴물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

배트맨도 충분히 감독의 그런 사실적인 인간철학이 코믹스 세계로 제대로 반영됐으리라 생각됨.

그런 면에서 놀란의 현실주의적 배트맨이 현실에 기반하느라 표현이나 시대 및 캐릭터 설정이 코믹스무비에서는 새로운 묵직한 사실성과 현실감은 확보해줘도 다소 상상력과 표현력이 제한되면서 코믹스 세계의 (팀버튼 배트맨같은)영화적 재창조라기 보단 하나의 영화적 차용에 그쳤던 느낌인 반면 맷 리브스의 사실적인 감정주의는 어떤 이야기든 캐릭터든 인간적인 감정의 설득력과 그 개연성만 서사로 잘 갖춰진다면 딱히 놀란같은 현실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더 넓은 상상의 표현과 시도도 가능한데다 그만큼 시대와 사실성에만 구애받지 않는 창작적인 가능성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거.

감독이 속편에서 미스터 프리즈나 포이즌아이비, 마법류까지 안나올 이유가 없다라고 언급하는 거 보면 확실히 맹점이 뭔지 잘 알고있는 듯함.

얼마든지 그런 황당무계한 캐릭터들 소재들도 한 명의 인간이게만 사실적으로 잘 잡아낸다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거지.

이번 배트맨의 고담시티도 놀란같이 가상의 코믹스 세계관에다 최대한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현존하는 공간 시간으로 다루는 방식이 아닌 팀버튼 배트맨처럼 마치 코믹스 방식같이 세계관에서부터 분명한 의도하에 불분명한 시간대와 가상의 공간으로써 만들어지고 다뤄지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