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스티아 루덴베르크.

고스로리 풍의 옷을 즐겨 입는다는 것 이외엔 모든 게 베일에 싸인 수수께끼의 인물이자 초고교급 갬블러의 이명을 지닌 여자다.

언제나처럼 여유롭고 어른스러운 척 우아한 귀부인과 같은 자태를 연기하지만, 그 속은 어둡다못해 시커멓고 온통 거짓말과 독설로 가득 차 있는 불경한 여자.

그런 그녀가 나에기 마코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은 상당히 기이한 일이었다.

조금 얼굴이 미소년스러운 걸 제외하면 그 외 어떠한 요소조차 세레스의 성에 차지 않는다.

키는 160cm가량으로 여자인 그녀보다도 작다. 또한 평균 이하로 왜소한 체격과 바보같이 착한 그 도저히 이해못할 성격도 그녀 자신이 추구하는 남성적 매력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레스는 나에기를 좋아했다, 그것도 엄청, 엄청, 엄청나게.

도대체 그게 언제부터였을까, 이젠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나마 희미하게 뇌리에 스쳐 지나가는 그와의 자잘한 기억들만이 이에 대한 이유를 조금 뒷밤침해줄 뿐이었다.

평소 갬블러로서의 포커페이스와 인내, 욕망을 주체하는게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지금 그녀는 흥분하고 있었다.

"세, 세레스······."

"—나에기, 더 이상 그 입을 열지 말아주세요. 쓸데없는 저항은 포기하고 그저 제게 몸을 맡긴다면 모든 일이 전부 잘 풀릴 거랍니다? 후후..."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을 하려는 거야 세레스? 이렇게 되면 우리들의 관계를 완전히 망쳐버리게 될 거라고."

그렇게 말한 나에기는 현재 상황이 참으로 난감하다고 느꼈다.

갑작스레 세레스가 그녀의 방으로 자신을 불러내더니,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를 다짜고짜 덮치려고 하는 것이다.

이윽고 세레스가 그의 바지를 잡아 격하게 밑으로 끌어내리려 한다. 그걸 제지하여 밖으로 나가기 위해 손잡이를 돌려도 열리지 않고 굳게 닫혀있는 문. 그에 세레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그러자 나에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연스레 좁디좁은 방에서 둘 사이의 술래잡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세레스의 손이 닿으려하면 서둘러 몸을 돌려 피하고, 그녀가 달려든다면 황급히 발을 맞춰 거리를 벌린다.

비록 나에기가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 수준의 운동 능력을 지녔다지만, 그런 그와 비교해도 세레스는 상상이상으로 처참한 속도와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에도 항상 귀부인다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참여하지 않던 그녀다. 그렇게 그녀는 키보가미네 학원에 오고나서도 전과 똑같이 어떤 운동하나 하지않고 오로지 의자에 발을 꼬고 앉아 티타임만을 즐긴 것이다.

어느새 나에기를 쫓던 세레스의 몸은 축 늘어져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벅차게 숨을 헐떡거렸다.

그 모습에 나에기도 천천히 도망가기를 멈추고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려 시선을 고정했다.

"이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아. 세레스, 이제 좀 정신을 차리고 둘이서 생각을 다시 정리해보자."

"크, 으윽······."

그야말로 헥헥거리면서도 세레스는 나에기를 마주보기 위해 고개를 들지 않았다.

분한 듯 그저 입술을 짓씹으며 상체와 동공을 부르르 경련할 뿐이다.

그걸 본 나에기는 너무 걱정스러운 마음에 순간 방금 전까지의 사투를 잊어버린 채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세레스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나에기가 지금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 탓이다, 그녀의 입가가 일그러진 미소를 띄고 그녀의 눈에는 엄청난 흑심만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코 앞으로 온 나에기는 지금 그의 모습이 매우 무방비한 자세가 되어버린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나에게는 키리기리가 있어. 그러니까, 이런 짓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야. 너에게도, 또한 키리기리와 우리 모두의 친구들에게ㄷ—"

"그 놈의 키리기리 키리기리!! 내가 닥치라면 그냥 얌전히 닥치고나 있으라고! 이 빌어먹을 앵무새 같은 새끼야! 말귀 하나 못알아듣는 똥멍청이가!"

"세, 세레스?!"

그렇게 나에기를 향해 뛰어든 세레스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그대로 박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