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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짧은 글 - 페미니즘앱에서 작성

비기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8 01: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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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가부장적 체제에서 비롯된 차별의 피해자라는
문제 인식이 퍼지며 페미니즘은 확산되었다.

그런데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단일한 이해관계로만 조직될 수 없다. 예컨대 같은 여성이라도 고소득 전문직 여성과 중년 청소 노동자 여성의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이성애자냐 아니냐, 즉 성적 지향에 따른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생물학적 성별을 전환한 트랜스젠더를 페미니즘 운동이 어떤 태도로 받아들일 것인가도 논란이다.

이렇게 여성 내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할 때 어떤 해법을 동원하느냐에 따라 페미니즘이 대안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렸다.

'인류의 절반'(여성) 중 상당수(페미니즘에 동조하지 않는 여성)를 '거짓-여성'으로 규정하고 페미니즘의 성과를 '이익'으로 간주해 '진짜 여성'들만 이 혜택을 가져야만한다고 말하는 것은 '여성주의'라는 상품에 대한 지분 소유를 주장하는 것에 가깝다.

이 논리는 '반페미니즘' 정서의 소유자들이 '진짜 여성'의 자리에 '실제로 차별을 경험한 어머니 세대'를 놓고 '거짓 여성'의 자리에 '무능한 페미니스트'를 놓는 방식과 정확히 대치된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사회 운동'이 목표로 하는 것은 특정 집단에 구체적 이익을 안겨주는 것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어떤 여성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다른 정체성을 가진 여성의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면, 이것은 공동체가 '현안'으로 다뤄야 한다.

이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배제되어 있던 사람들이 사회의 주인이 되게끔 만드는 것이 사회운동의 역할이다. 사회운동은 자신의 지분에 비례한 배당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 체제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
가령 과거의 시도가 실패했다면, 그러한 시도를 한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거부할 것이 아니라 실패의 이유를 따져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성주의를 포함해 한국의 진보적 사회운동은 이런 성과를 만드는 데 지속적으로 실패해 왔다. 사회운동의 일부 당사자들은 종종 자신들을 어떤 운동을 시작한 '최초의 존재'로 지칭한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인터넷 일부에서 자생적으로 고개를 든 여성운동이 그랬고, 청년 노동자나  비정규직 사업장을 근거로 구세대와 구별되는 별개의 시도를 내세운 노동운동에도 유사한 흐름이 있었다.

이전 시기 사회운동의 시도는 한계에 부딪혀 실패했거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실패의 원인은 대개 기성세대의 사회운동가들, 즉 '기득권화된 운동의 주체'에 있다. 그래서 사회운동의 새로운 주체들은 종종 과거의 실패를 토대로 한 '업데이트'가 아니라 청산을 목표로 한 '리셋'을 시도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새롭게 시작하는 그 운동이 어쩔 수 없이 앞으로 겪게 될 실패의 상당 부분은 과거의 기득권화된 운동이 마찬가지로 겪었던 것이다.

같은 실패를 거듭 되풀이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사회 운동의 성과가 축적되고 실패의 사례가 퇴적될 수 있는 '공론장', '시민사회'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
이 '공간'에는 다수의 시민이 개입하고 통제하면서 사회운동의 성과가 '실무적인 정치'의 영역에까지 반영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고 제출하며 이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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