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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NHK의 뜨거운 파격, 아케치 휴가노카미 미쓰히데

유지군(220.87) 2018.04.20 16:21:48
조회 328 추천 7 댓글 1
														


2020년에 방영될 대하드라마의 소재 인물로 NHK가 아케치 휴가노카미 미쓰히데(明智日向守光秀)를 낙점(落點)했다. 이 소식을 듣고 어라라!”, 하며 야구 글러버와 공을 처음 선물 받은 소년처럼 펄쩍 뛰고 말았다. 채신없이 탄성까지 지른 판국에 얼굴도 확 달아올라 조금은 민망스러워 혼자 씩 웃었는데, 그래도 아케치 미쓰히데라니! 투수를 꿈꾸는 소년이 글러브와 공이 자기 손에 들어왔을 때의 기분과 영락없었다.

 

사실 전국시대(戦国時代)의 그 수많은 영걸(英傑)들 중에 人間美学을 몸소 실천한 인물들이 은연중 감성적으로는 끌리기 마련인데, 예컨대 유군을 위해 거병한 이시다 미쓰나리(石田三成), 친구를 위해 패전도 각오한 오타니 요시쓰구(大谷吉継), 세키가하라에서 불굴의 적중돌파를 통해 에도의 나이후 이에야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 등이 그렇다. 그 수많은 영걸들 중에서 특히 애틋한 정감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인물 중의 하나가 바로 아케치 휴가노카미다.


왜냐하면 그는 배신자의 대명사로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그의 배신으로 천하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오다 우후(織田右府)가 그에게 제거되지 않았다면 하시바 히데요시(羽柴秀吉)가 어찌 天下人이 될 수 있었겠나.


배신이란 일단 지탄받게 되어 있는 행위다. 아무리 천하를 위한 선의의 결의로 배신을 감행한다 하더라도, 사회라는 집단, 조직이란 곳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상, 누구라도 배신자에는 고운 눈길을 보낼 수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배신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지탄을 견딜 강한 마인드가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私的 욕망과 개인의 일탈에 가까운 어리석은 전망과 판단에 휘둘려 앞뒤 없이 나대는 조무래기의 배신이라면 거기엔 사려 깊은 평가가 들어갈 필요도 없다. 당연히 人間美学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여지없이 불쾌하다.


그러나 아케치 휴가노카미의 배신을 정녕 私的 욕망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와카를 즐겨 부르며, 학문을 가까이 한 가인이자 文士였다. 당대의 초특급 엘리트로 고대부터 내려오는 의식과 전통 등 과거의 선례를 연구하는 학문인 유직고실(有職故実)에도 능해 오다 우후와 쇼군가를 연결시킨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전장에서도 무용을 메이저에서의 오타니처럼 자별하고 혁혁하게 세웠다.


그런 그가 오다 우후 이후의 천하를 자신이 움켜쥐는 꿈을 꾸고 배신을 단행했으리라고는 판단하기 어렵다. 아니, 그렇게는 판단되지 않는다.

전장에서 海千山千 다 겪은 역전의 용장인 아케치 휴가노카미가 몇 겹이나 치밀하게 우군들을 포섭하지 않은 채 무모하게 거사를 일으킬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거사 당시, 그가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12. 겨우 이것으로 천하를 장악하기에는 숱하게 포진되어 있는 라이벌들이 너무나 쟁쟁했다. 적어도 하시바 히데요시에 버금가는 다이묘들 몇몇을 사전에 <확실히 포섭>하지 않고서는 혼노지의 정변을 통해서 차후의 천하를 쉽게 보장받을 수는 없었다. 이 점을 彈煙의 전장을 누볐던 그가 간파하지 못할 리는 없다.


그건 결국, 천하인이 되려는 것보다는 오다 우후의 대망을 분쇄하는데 더 초점을 두려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따라서 그의 배신은 사적 욕망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우후의 폭주를 막아 천하의 질서를 보존하려는 데에 있다고 해도 틀린 평가는 아닐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천하의 질서는 교토의 천황과 그 조정을 말한다. 교토의 전례에 밝은 아케치 휴가노카미라서 누구보다도 만세일계 이어온 교토의 질서가 천하의 존속에 필요하다고 엄격히 판단했음직하다. 풍운아인 오다 우후에게 있어선 교토의 질서는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었다.

그 점을 캐치해 냈기에 아케치 휴가노카미는 천하를 보존하기 위해 결연한 배신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人間美学의 인물인 것이다.


그러나 배신의 형태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세간의 지탄에서 쉽게 비켜설 수는 없다. 대중이란 집단은 은유를 배격하고 직유를 선호하기에 배신의 이면에 도도히 흐르는 결연한 선의와 비장한 각오를 엄중히 찾기보다는 지나쳐 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NHK가 배신자의 대명사인 그를 주인공으로 대하드라마를 방영한다고 하니, 유지군으로선 뜨겁게 환호하고 감동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아케치 휴가노카미 역으로 하세가와 히로키(長谷川博己)를 기용했으니 여기에도 야구 소년처럼 감동했다. TBS 드라마 さな巨人에서의 열연이나 都庁爆破에서의 감동으로 유지군으로선 이미 팬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하세가와의 분위기가 휴가노카미로 적격이란 판단도 들었다.

완벽한 캐스팅까지 이루어 낸 NHK. 거기에다 역사적으로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민감한 인물을 1년씩이나 끌어갈 대하드라마의 주역으로 삼았으니, 그 파격성과 성숙한 자세가 기쁘고 고마울 따름이다. 다양한 관점을 구축하고 사회를 통합시켜 나가는 NHK의 힘을 새삼 느낀다.  


2020. 그해를 도쿄올림픽 때문에 기다려졌는데, 이제는 다른 감동과 기대로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1년간 정말로 즐겁겠다. 휴가노카미와 하시바와 이에야스와 더불어 웃고 울 판이니 과언도 아니다. 하세가와 히로키를 주연으로 내세워, 아케치 휴가노카미 미쓰히데를 선정한 NHK 대하드라마의 결단에 감사할 따름이다. 타이틀은麒麟がくる이다.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아케치 휴가노카미는 혼노지의 정변 한 달 전 렌가(連歌) 모임에서 이런 와카를 남겼다.


<때는 바로 지금

  비가 내리는

  오월이로다>


후세에선 거사를 암시하는 시라며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유지군은 5월에 내리는 비를 통해 늦봄의 정취 속에서 홀연히 사라져 갈 자신의 모습을 암유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 비장미에 뭉클해질 따름이다. 그야말로 人間美学을 몸소 실천하는 고뇌의 표현인 것이다.

그때 그 렌가의 모임에 유지군이 있었다면 휴가노카미의 시를 받으며 이런 와카로 조용히 답례를 했을 것이다.


<폭포 소리는

  마른 지 오래되어

  아니 들려도

  명성만은 흘러 흘러

  내 귀에 들려오네>


그리고 충혈 된 눈시울로 떨리는 어조조차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아케치 휴가노카미 미쓰히데님, 이 몸 유지는 휴가노카미님을 기록하고 또 기록할 것입니다. 폭포가 말라 가도 5월의 비와 함께 그 이름은 흘러서, 흘러서 여기까지 들려올 테니까요, 휴가노카미님!”


人間美学의 아케치 휴가노카미 미쓰히데님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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