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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팬소설] 그깟 물건 下

유지일보198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09 12: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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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없이 거리를 가로지르길 20분,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는 대로변을 벗어나서, 아담히 늘어선 집들을 나름의 잣대에 미루어 이건 예쁘네, 저건 좀 그렇네라 일말의 영양가마저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런 공상이 머릿속을 완전히 덮어갈 무렵. 드디어 고색창연한 붉은색 자판기 하나가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부터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슨 생뚱맞게 자판기 이야기냐 꺼내느냐, 좀더 엄밀히 수식어를 몇개 더 붙이자면, 우리집 앞에있는 붉은색 자판기쯤이 되겠다. 출입구 자체가 반절정도 땅 아래에 움푹 들어가있어 길가에선 확인하기 힘들고, 게다가 주변집들은 다 똑같이 생긴 콘크리트 아파트들 인지라, 생뚱맞은 자판기같은 것들로 집의 위치를 가늠할수밖에 없다.


최근에 본 옆쪽나라 영화에서 알게된 것인데, 그동네에선 이런 집을 흔히들 '반지하'라고 부르곤 한단다. 꽤 특이한 발음의 단어인지라,

한번쯤밖엔 보지 못했어도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열쇠는 미리 꺼내놓는것이 좋겠지. 나는 열쇠를 꺼내두려 뒷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을 꺼냈다. 열쇠를 굳이구태여 지갑속에 넣어두는것도, 내가 가진 특이하다면 특이할 버릇이다. 이렇게 혹여 잃어버릴세라 지갑속에 고이 모셔다 둔 열쇠를 집었더니, 마리가 어젯밤 달아줬던 개복치모양 열쇠고리도 덩달아 지갑밖으로 나왔다.

만면이 서투르다시피한 마리도, 뜨개질에서 만큼은 상당한 수재였다.



덜컥



겉으로 봤을땐 열쇠에 비해 작아보이는 열쇠구멍이었는데, 의외로 힘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쑤욱 들어가서는 단번에 열렸다.

매일같이 쓰다보니, 알게모르게 열쇠구멍이 더 헐거워진 느낌이었다. 어느덧 낡게된 107호라 써진 현판을 곁눈질로 쳐다본 나는,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섰다.



"마리, 카노~ 저 왔슴...다.."



음.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의 집에서, 어쩐지 모를 찜찜한 기류가 흐른다. 여느때와 같은 고단한 일상에 치이고 온 입장에서 집만큼은 활기찬 인사와 함께 들어서고 싶었는데, 반갑다는듯한 기색도 없이 허공만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마리탓에 인삿말의 꼬리를 흐리게됐다. 직감적으로 나는 내가 부재중이었던 근 8시간 정도 동안, 지극히 일상적이기는 커녕 이 집에서 상당히 골치아픈 일이 벌어졌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뒤늦게 눈에 들어온 산산조각난 화병이 이를 방증했다.



"어, ㅅ, 세토.."



초점없는 자홍색 눈동자를 반사적으로 내게 돌린 마리는,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내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뒤늦게 본 마리의 오른쪽 발목 가운데에는 생채기 하나가 나있어 시시각각으로 붉은 피 몇방울이 스며나왔다. 그 다음 기억나는 장면은, 어느새 마리의 상처를 유심히 지켜보며 파편이 예상보다 깊히 박히지 않아 다행이라며, 모골이 송연한채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내 모습. 아마 발등 즈음에서 깨뜨린 병의 파편이 운없게 발목에 박힌것으로 대략 유추하고선, 앞으로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라 다그치려던 참이였다 . 아니지, 이것도 넓은 관점에서 고정관념일지 모른다. 내가 본 사실은 오직 병이 산산히 조각난 모습뿐인데, 왜 자연스레 마리가 병을 깬것으로 받아들이는걸까. 조심성이 부족했던 카노가 어처구니 없이 꽃병을 깬걸수도 있지 않은가.



"꽃병을 깨고 울다가 일어났더니.. 카노가 사라졌어.."



마리의 지금 모습은, 세살짜리 가탈내기한테 물어봐도 장황히 풀어 설명해낼수 있을정도로, 의미심장할 것 하나없이 완벽히 넋을 놓은 모습이었다.

고정관념은 여지껏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꽤나 합리적인 편견이라고, 그때는 차별을 합리화하려는 불합리하고 신박한 발상이라 실컷 비웃었는데, 정작 엇나간건 나였다는 사실이 헛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본인 입으로 고해성사를 한것이니까, 믿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더불어 카노가 정신이 없었기로서니 깨질수도 있어 주의를 요하는 물건을 그리 안일히 대했을리도 없다. 나는 그렇게 일단락된 실마리덕에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짐짓 안도했다. 잠깐, 서미에 중요한 말을 빼먹은것 같은데.



"카노가 사라졌다고요?!"



어쩐지 괴상하게 운수가 나쁘더라니. 반박자정도 늦게 눈치채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다고 내가 느낀 혼란이 반감되는것은 아니였기에, 나는 충동적으로 상당한 성량의 목소리를 냈다. 몇초간 뜸을 들이는, 

엄밀히하면 상황파악을 못하던 내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리가 갑작스런 무지막지한 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고, 내가 오른손에 들고선 수십분을 걸어온 봉지속에 담긴 계란초밥은 내손을 떠나 툭하는 무난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마리는 힘이 쭉 파진 무기력한 목소리로 으응이라며 짧은 대답을 남겼다.

그나저나, 멀쩡히 있던 사람이 사라졌다고? 자고 일어나니까? 도저히 논리적으로는 어떻게 하지조차 못하겠는 개연성에 머리가 지끈거리려던 참에, 그 꽃병의 겉 테두리에 새겨진 보라색 꽃봉우리 무늬가 보였다. 


아. 저거. 

5년전 1월 2일, 신정을 맞은뒤 다음날에 키도의 생일선물로 사주었었던, 키도의 이름을 풀이한것과 같은 무늬의 꽃병이었다. 매해마다 생일선물이 신정용돈으로 퉁쳐지는 탓에 내심 우울한 기색을 숨기지않던 

키도에게 나와 카노가 처음으로 사준, 제대로 된 선물다운 선물.  카노가 자신의 혈육이라도 되는듯이 애지중지하는 병.  마리가 실수로 저걸 깨뜨려버린것 같았다. 나마저도 목끝까지 험한말 몇마디가 올라오는것을 느껴서, 

잠시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뱉으며 격앙된 감정을 진정시켰다.  제아무리 소중한 물건을 망가뜨린 원흉일지라도, 이상태로 마리를 몰아세웠을때 마리가 느낄 감정을 생각해본다면 도저히 모진말을 내뱉을수는 없었다.



"그럼 어서 찾으러 가야하는거 아님까!"  



"근데... 어디로 갔는지를 모르겠어.." 



"쪽지 같은거라도 있지 않나요? 꼼꼼히 확인 해봤슴까!?"



"ㅈ, 정말이야.. 아무것도 없어.." 



"아, 화내서 미안함다.."



마리인걸 감안하고 가능한 언변을 신경썼음에도 물어보는것에 그 어떤 대답도 하지못하는 답답한 모습을 보고 평정심을 가지는것이 쉬운일은 아니었다.

이건 내가봐도 질문이 아닌 취조같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으니, 얼굴을 들이밀고 애초에 질문부터가 터무니없었다.  소리소문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졌으면서, 

더군다나 험악하게 얼굴을 붉혀가며 싸웠던 사람에게 그 장소나 이유를 친절하게 메모까지 써가며 말해줄리가 있겠는가. 


매일같이 카노가 앉아있던 텅 빈 소파로 시선이 갈때마다 자꾸만 불안한 감정이 엄습했다. 혹여 이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런 마지막 남은 형제마저 내 곁을 떠난다면.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걱정인걸 알고있지만서도, 그 일말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염려하게된 이 상황자체가 몹시 원망스러웠다.  



"그럼 어떻게, 짐작가는 장소라도..."



물어본 대상은 마리였는데, 엉뚱하게도 한가지 장소를 떠올린것은 이쪽이었다.  언제 한번, 몇달전에 카노가 우리 꽃집에서 하얀 국화 하나를 사간적이 있었다. 

꾸밈없이 매일 후드나 걸치고 다니는 사람이 꽃이라니, 진심으로 의구심이 들어 물으니 소중한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그렇게 애둘러 말했었는데, 그만큼 속이 훤히보이는 변명도 처음 접해봤다.

소중한 사람이 한명 더 있지 않냐며, 국화 한송이를 더 챙겨주고는 내 500엔짜리 동전 한닢을 더해 값을 치뤘었다. 산산조각난 이 꽃병도 분명 카노가 지칭한 소중한 사람의 것었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머리에서 스파크가 튄다는 막연한 묘사가 어느때보다도 피부에 와닿았다.

그렇다면 분명, 카노는 지금.



"저, 어디있는지 알것같아요. " 



---------



어느덧 저 첩첩산중으로 저문 해와 더욱 짙게 깊어가는 밤.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는 조문객들의 발마저 끊긴지 두어시간이나  경과한 텅 빈 공동묘지를 홀로 외로이 거닐다가, 손가락 한마디만한 하루살이 몇마리가 모여든 옅게 번진 가로등 불빛아래에 발걸음을 멈춰세운다. 짙은 군청색을 띈채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시꺼멓게 바뀌어가는 하늘엔  별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를 않았다. 징그럽다는 생각도, 공포스럽다는 생각도 추호도 들지 않았지만, 명료하게 설명할수 없는 공허감을 품에 안고있었다.


붉은 목도리가 올려진 비석 위로 어둠이 드리웠고, 이는 헤드폰이 올려진 비석도 마찬가지였다.  몇년에 걸쳐 내린 비 때문에 완전히 망가졌을 헤드셋 주위를 무수히 자라난 풀들이 감싸고있다.나름대로 몇번이고, 아무도 모르게 야심한 새벽에 길을 나서 비석 주변을 정갈히 했음에도 끈질기게 타고 오르는 이 무성한 잡초는 어쩔 도리가 없다.  정신없이 오는탓에 풀을 뽑을만한 마땅한 도구조차 챙기지 못한탓에, 몇줄기씩 얽힌 줄기들을 손으로 고스란히 뽑아냈다. 가슬가슬한 촉감의 풀이 손을 쓸고 내려가 재차 쓰라린 느낌이 들었다. 



"잘 지냈어?" 



무엇도 묻혀있지 않은 묘비로,  오늘도 적적하게 답하는 사람 없는 독백을 남긴다.  드문드문 내걸린 연등 몇개가 전부인 좁은 길을 따라 오르면 도착하는 울창한 숲의 한 복판, 고즈넉한 산새가 품어준 넓디넓은 공동묘지에서 희미한 빛을 내뿜으며 깜빡이는 낡은 가로등 하나에 시야를 의존한채 비석 앞에 주저앉았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땅에서 쭈그려 앉아 균형을 잡기보다는 차가운 손을 비석에 가져다 댔다.  무더운 계절에 걸맞지 않는 차가운 손은 어쩐지 그 비석과 다를바 없는 온기를 지니고 있었다. 결국은 또 다시, 이 앞에 다다랐다.



"그래도, 직접 보는게 낫다니까."



꿈에서든 어디서든, 키도의 모습을 다시금 생생히 마주할 때 마다 항상 잊고있었던 사실 한가지를 깨닫고는 키도의 마지막 부탁을 계속해서 곱씹어본다. 

내가 없는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줘. 단장의 명령이라며 거추장스럽게 포장하긴 했지만서도, 남은 가족을 두고 떠나는 사람의 이보다 간단한 부탁은 떠올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런만큼 어느 대목에서도 나를 기억해달란 사실은 찾을수조차 없었다.  형태조차 남지 않을 내 주검, 어디서도 찾지 못할 나를 기려달라는 일언반구의 단락. 그 무엇도. 내 말 어디에도 키도의 의견은 반영되어있지 않았다.


한바탕 내가 고함을 질렀었던 때, 마리가 지어보인 표정이 참 추하게도 지금에 와서야 다시 떠올랐다.  그건 그저 한낯 물건이었다. 지금이라도 눈썰미와 재력만 충분하다면 언제든지살수 있는 그저 좋은 소재를 썼을뿐인 공산품이다. 마리에게  한 마디도 전할 용기가 없어 이곳으로 도망쳐온 주제에 참으로 배부른 소리들이였다. 텅 빈 묘와 깨진 화병으로 장식된 집,어디에도 키도는 없었다. 

 그 순진한 애를 울려가면서  집착했던 물건이지만서도, 이곳으로 발걸음을 향하던 1시간의 시간동안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보람이라곤 새발의 피만큼도 찾질 못했다. 키도가 원하는것이 본인 생일선물을 깬 마리를 마구 갈궈대는것일리는 없지 않은가.  만에 하나 어디서라도 키도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네가 뭔데 마리를 울리냐며 멍석말이를 당하는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헤드셋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번엔 옆에 놓인 머플러로 시선을 옮겼다. 똑같이 익숙하고, 보다 더 헤져있는 낡은 머플러.  둘다 손길 건네는 사람을 잃은 채로, 비어있는 묘를 가만히 지키고 있다.물건들은 깨지고, 헤지고, 낡았다.  삶의 가장 즐거웠을 순간을 따스하게 감싸주었을, 혹은 가장 불행한 순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선율을 들려주었을 동고동락해온 물건들이었음에도 결국은 그 의미와 색이 바래간다 . 영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삶을 살아가는 80여년의 시간만이라도 변함없이 그대로인 물건을 찾아낼수가 있을까. 아마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진시황과 같은 수순을 밟게될것이 자명했다. 



꽤 오랫동안 올려놓았던 손을 비석에서 떼고, 놓여진 물건들을 한손으로 결을 따라 보다듬던 차였다. 평온히 울던 풀벌레 울음소리가 일순간 영문모를 타닥거리는 발소리에 묻히는것이 아닌가.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려 저만치 떨어진 정문에서부터 누군가를 등에 업은 건장한 사람의 윤곽이 대략적으로 보여오더니, 뜀걸음이랑 얼추 비슷한 속도로 점점 더 가까워져갔다. 다름없이 깜깜한 밤의 꺼무잡잡한옷을 덧입은 그 사람은 이렇게까지 먼 거리에선 누구인지 도통 알아볼수가 없었다. 분명 그럴터인데, 벌써부터 그 정체를 휜히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석 앞 가로등 근방까지 쉬지않고 걸어온 세토, 그리고 마리 두사람과 묘비를 중간에 두고 서로를 마주본채로 서있었다. 세사람이, 드리운 빛에 공연히 밝게 비춰지며 그림자가 졌다. 



"후우... 카노... 여깄었군요."



먼저 말을 걸려고 했던것을, 숨을 헉헉대는 모습을 어벙하게 쳐다만 보다가 세토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땀으로 투성이가 되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모양새가 조금 측은하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세토의 등을 몇번 토닥였다. 단순한 선심 치곤 내 왼손에 상당한 힘이 실려있었다. 등에 업힌채로 이곳까지 오느라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는 세토에게 괜찮냐며마리가 나지막히 말하는 소리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세토 두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아, 나 찾으려고 온거구나."



"정말이지, 말도 안하고 말임다." 



세토의 이제 좀 괜찮냐, 마리 너는 어쩌다가 왔냐 같은 말도 아니고, 이미 눈으로 보이는것을 지리멸렬한 말에 겨우 숨을 고른 세토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허나 능청스럽기 그지없는 평소의 세토의 말투는 아녔다. 되려 손에 꼽을정도로 낮은 톤의 목소리였다. 불만을 가질때마다 어렸을적부터 습관적으로 부풀렸던 볼도 이번엔 멀쩡했고, 어쩐지 불성실해보였던 포즈도 오늘은 허리를 핀 채로 멀쩡히 서있었다.  이윽고 세토는 마리를 지그시 쳐다보며, 어떤 말을 하기를 종용하는것 같았다. 나는 마리가 무슨 말을 할지바로 눈치를 챘다. 그간 세토의 등에 업힌채 그 한마디를 하는것에 끙끙 앓으며 난처해했을 마리의 표정이 자동으로 재생되는듯 했기에, 눈을 꼭 감고 힘겹게 입을 열려는 마리의 모습도 납득이 갔다.



"저... 있지.. 카노..."



"사과하려고?"



"으응, 아까는 정말 미ㅇ.."



"괜찮은데.  .. 아니, 진정해. 거절하려는게 아니야."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좀전에 집에서 있던 일들을 미루어 보면 느끼고있는 감정과 별개로 마리가 내게 사과를 하는것이 자연스러운 처사였지만, 되려 사과를 받는다는것 자체로 죄인이 된듯한 기분이었기에 괜찮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내가 사과를 거절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인 모양인지 마리가 또다시 경직된듯한 표정을 짓자,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환히 미소를 지어보였다.불과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 전에는 별별 막말을 모두 쏟아냈으면서 되도 않는 대인배 코스프레나 하고있는 내가 우스꽝스러웠지만은, 적어도 마리를 울리게 되는것 보다는 나았다. 



"아까 화낸거 미안했어. "



사과는 내가 건네는것이,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처사였다. 마리는 망설임없이 내민 손을 선뜻 잡았다. 평소같은 천진하고 태평한 미소는 변한게 없었다. 평소에는 차가웠던 마리의 손길이

그 미소와 맞물려 오늘따라 따뜻하게 느껴졌다. 모든게 일단락된듯 느껴졌지만, 나는 이와중에도 뒷짐을 지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처럼 서있는 세토에게도 하나 물어볼것이 있었다.



"그거 능력, 원격으로도 써졌었나."



적어도 내가 알기론, 어디를 찾아간다고 둘에게 정확한 장소를 말하지 않았다. 마리에게는 더더욱. 내가 도착하고 얼마 되지않아 이 둘도 이곳을 찾은걸 보면,

허탕 한번 치지않고 단번에 내가 있는곳을 알아맞혔다는것 외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는듯했다. 정말 원격으로 텔레파시라도 쏜것인지, 내가 여기있을것이라고 어떻게 단박에 알아냈는지,소소하다면 소소할 의문점이였다. 



"척하면 척임다." 



하긴, 거진 10년을 함께해온 형제의 감을 너무 얕잡아 봤다.  내가 말없이 집을 나왔다고 했을때, 갈만한 곳이 여기 외에는 또 어디가 있겠는가. 

하물며 지금도 내가 여기있다는걸 어떻게 알아맞췄냐며 직접 묻지도 않았다. 눈도 붉은색을 띠고있지 않으면서도 단박에 의중을 알아맞히는것을 보면,

 참 눈치도 빠르다는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자, 이제 너네도 어서 인사해. 되게 오랜만 아니야?"



 나만 홀로 동떨어져 비석 앞에 서있는 어색한 모양새 대신에, 세토와 마리에게도 같이 동참할것을 권했다.  도처에 널린듯한, 그렇기에 가치있는 키도의 비석에 이윽고 손 세개가 얹어졌다. 세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손을 올리기에는 조금 비좁아서,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잠시 뒷전으로 밀려난 누나의 비석이 신경쓰이는데, 누나도 이정도는 이해 해주겠지. 작고 아담한 크기의 묘비덕에, 어떻게든 손을 가져다 대려하는 세사람이 원형으로 묘를 둘러싼 기묘한 모습이 완성됐다.



"그래도 아직,"



나는 제각기의 색을 가진 눈들을 바라봤다. 

자홍색 눈동자 두개, 갈색 눈동자 두개. 

그리고 이미 가려진 눈 네개.



"가장 중요한게 아직  깨지지 않았으니까." 



다시는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우리가 걷고자 선택했던 길이자, 우리가 걷고자 염원했던 길이다. 무엇보다도 몸을 내던진 그 모두가 원했던, 부숴지지도, 쉽사리 헤지지도 않을 길이다.

세사람의 손이 얹어진 묘비를 구름사이로 자태를 드러낸 초승달이 비췄다. 



----------------


메카쿠시티, 소설루트와 동일하게 아야노는 삼인조가 어렸을적 자살을 선택 


쿠로하는 키도만을 살해한채 아지랑이 데이즈에 가둬지나, 


키도의 유언에 따라 키도만 죽은 상태로 루프는 돌리지 않기로 결정한채,


메카쿠시단의 다른 멤버들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아지트를 떠나고 연락조차 뜸해진 설정






+

개연성 개작살났다

대가리 딸려서 미안하다 


가능하면 15일 맞춰서 히비야로 하나 더 써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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