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에서 본 일이다.

늙은 오타쿠 하나가 타마시 스폿(TAMASHII SPOT)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초합금 YF-19 하나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게 불량인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계산대 직원의 입을 쳐다본다. 직원은 틀딱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YF-19를 한차례 변형해 보고는

  "문제없는 수준의 양품입니다."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양품입니다'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YF-19를 받아서 에코백 깊이 집어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핸드폰을 자꾸 들여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건담 베이스를 찾아 들어갔다. 에코백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초합금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합금으로 만든 라쳇 관절입니까?"

하고 묻는다. 건베 점장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토이를 어디서 훔쳤어?"

  틀딱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이렇게 큰 토이를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틀딱은 손을 내밀었다. 건베 점장은 웃으면서 '양품입니다'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 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탐포프린트에 스크래치가 나진 않았나 살펴보는 것이다. 두꺼운 손가락으로 토이를 블리스터에 담으며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더니, 개찰구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YF-19를 손에 들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등 뒤로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아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초합금을 줍니까? 하이메탈R 한 개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HG 하나 나눔하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가조립 하나 하나를 나눔 받아 몇 박스를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가조HG 마흔 여덟 개를 신품 MG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DX초합금(DX超合金) 하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YF-19를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YF-19를 만들었단 말이오? 그걸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YF-19,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