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영복을 사서

전에 입었던 수영복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하지만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었다

이 수영복은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 추억이 깊은 수영복이다

-회상

츠루노

그렇게 됐으니! 내일 다 함께 바다에 가자!

흥흥!

이로하

그렇게 갑자기!?

난 수영복도 없단 말이야, 츠루노쨩!

야치요

어라, 이삿짐 상자 속에 들어있지 않았어?

같이 정리할 때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로하

엣, 앗, 네...

있기는 있는데 그건...저에겐, 그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래, 이 수영복에는 조금 씁쓸한 기억이 서려있다

-회상

이로하

이, 이 수영복 나한테는 너무 화려하지 않을까...?

여학생A

그렇지 않아, 타마키양!

여학생B

그래 그래, 이 정도의 노출 요즘 중학생이라면 평범한 거니까

색도 타마키양에게 잘 어울려

이로하

그래도...

여학생A

아 얼른, 언제까지 고민만 해서는 결정을 못 하잖아

이런 때에는 친구의 직감도 믿어보는 편이 좋지 않겠어?

이로하

...그, 그렇지. 그럼, 이걸로 할까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가 입는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서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우물쭈물 하고 있던 것이 나빴다

그렇게 초조해한 탓인가

모두의 말이 솔직하게 가슴 속에 떨어지지 않고

무거운 비구름처럼 가슴 속에 쌓여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수영복을 구입했고

당일엔 풀장에 가는 약속을 거절했다...

그러니까, 츠루노쨩에게 바다에 가자고 권유 받아도

그 날까지는 가고 싶은 기분이 들지를 않았다

하지만...

-회상

야치요

타마키양이 불안하다면, 바다는 다음에 가기로 하자

펠리시아

기다렷!

그럼 내가 봐줄게! 이로하한테 어울리나 안 어울리나!

이로하

에에에!?

야치요

얘도 참, 억지 부리지마

츠루노

그래, 펠리시아

유감이지만 다음에 가자─

사나

하지만, 저도 보고 싶어요...

야치요

후타바양!?

이로하

그래도, 보여주는 정도라면...

야치요

타마키양, 딱히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도 괜찮으니까?

나는 이렇게 모두에게

수영복을 보여주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엔

약간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펠리시아

이로하

여, 역시 안될...까...?

펠리시아

츠루노

응, 최강의 심미안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

야치요

그거, 바다에 가고 싶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지?

츠루노

유이 츠루노의 심미안은 공정한 판결만 내린다고!

한번 보시라, 이 순수하게 빛나는 눈동자를!

사나

저도...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요...!

이로하

...야치요씨는요?

야치요

에?

야치요

응, 나도 어울릴 거라고 봐. 한번 입어보면 어떨까

모두의 말에 가슴 속에 쌓여있던 비구름이

슥 하고 흩어져서 맑아져 갔다

모두의 말을 듣고 나서는

빛이 바랜 천으로 밖에 보이지 않던 수영복이

조금씩 색감을 머금어 가면서

귀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스스로가 엉큼하다고 생각돼서 싫지만

그 시절의 나는 확실히 반 친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머릿수를 맞추기 위해서만 초대받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그 때

슥하고 가슴 속이 맑아진 대답은 이유는 하나 밖에 없다

신뢰하고 있는 미카즈키장의 모두가

나에게 어울린다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때 모두에게 보여주길 잘했다고 생각해

왜냐면...

─펠리시아─

자아, 자아 츠루노~! 이거나 받아라─!

─츠루노─

아~! 했겠다, 펠리시아~!

─사나─

(바, 바다에서는 모두

이렇게 노는 거군요...!)

─야치요─

튜브 같은 걸 쓰면

언제까지고 헤엄칠 수 없잖아?

─이로하─

야, 야치요씨 당기지 마세요!

수영 못 해도 상관 없어요!

야치요! 이로하쨩!

─이로하─

에?

─야치요─

응?

-번쩍

─츠루노─

이 유이 츠루노가

투샷을 찍었다고!

미카즈키장의 모두와의 즐거운 추억이

이렇게 가슴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마기레코 세계가 아니면 이로하는 카미하마에 전학 오는 일도 없이

저렇게 대충 이용해먹으려는 친구들한테 계속 끌려다녔겠지

5장에서의 회상에서 나오는 모습도 그렇고

수영장 놀러가며 숫자 맞추기 위해서 불렀다는 것도 그렇고

이로하의 저 친구들은 자기들이 편리한대로 이로하를 이용해먹으려고

이로하를 그룹에 끼워서 다니는 거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수영복도 일부러 소심한 이로하가 부담스러워할 걸 골라준 다음

뒤에서 자기들끼리 비웃고 그러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다들 어울려 어울려! 하는데 야치요의 의견을 굳이 물어보는 이로하와

수영복 보여달라고 하는 애들 뭐라고 하더니 정작 자기는 한번 입어본 모습 보여달라는 야치요가

너무나 이로야치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