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국의 오버로드 15화

ㅇㅇ · 2024.03.12 18:03:39

"으아아아아아! 멍청한 녀석들! 멍청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수많은 귀족에게 두려움을 사는 대귀족.

리 에스티제 왕국의 왕권파와 귀족파가 분열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박쥐를 연기하는 왕국의 영웅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남자. 6대 귀족의 일원 중 하나인 레에븐은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듯 머리를 헝클였다. 지적인 그가 이런 모습을 드러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고, 그렇기에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 잘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바보냐?! 바보인 거냐고?! 전쟁이 아이들 소꿉놀이로 보이는 거냐고?! 제국의 전쟁만으로도 이미 피폐해지고 피폐해진 상황인데 뭐? 우리가 직접 전쟁을 시작한다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아는 녀석이 어떻게 하나도 없어?!"

그 멍청한 인간들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은 뻔하다.

적당한 명분도 있으니 서로의 파벌을 악화시킬 생각인 것이다. 내정이 피폐해지는거? 그런 것쯤은 상대 파벌을 몰락시키고 복구시킬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너무 어리석고 멍청해서 뛰어난 현자와는 다른 의미로 전혀 읽을 수가 없다.

요리사가 아닌 자가 요리의 고난을 알 리가 없고, 권력자가 아닌 자가 정치의 어려움을 알 리가 없으며, 평민이 아닌 자가 평민의 고통을 알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귀족으로써 살아오기만 한 어리석은 귀족들은 제대로 된 국정에 대해서도, 현 왕국의 상황에 대해서 전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생각밖에 없는 우둔함 머저리들만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참혹한 현실에 레에븐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현실이 너무 잔혹해서 마주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차라리 뭔가 득이라도 있으면 모를 텐데···."

차라리 전쟁에 기적적으로 이겨서 뭐라도 얻을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상대는 언데드 국가.

전력부터가 불확실하며, 만에 하나 이긴다고 해도 얻을만한 것도 없다. 언데드한테 뭘 얻겠다고? 장난하냐? 이 왕국에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녀석밖에 없다는 말인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어리석은 자들밖에 없기에 왕국 꼬라지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떠올린 레에븐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장소를 바꿔서 왕궁의 어딘가.

그런 레에븐 후작과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아아, 그런가. 너무 어리석어서 이건 예상하지 못했네."

왕국의 현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한 공주.

라나는 너무 어리석은 짐승들의 행동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본래부터 그녀는 자신 이외에는 원숭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과한 어리석음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던가? 너무 어리석은 그들은 라나의 지혜로도 읽을 수 없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몇 년을 연명하기 힘든 상황인데, 대놓고 자신들의 숨통을 끊겠다라.

라나는 냉정한 얼굴로 왕궁의 현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답이 나왔다.

"잘해야 내년까지려나. 어쩌면 올해일지도."

잘해야 1년. 그것은 어떤 의민인가.

그 1년이라는 시간은 라나가 예측한 리 에스티제 왕국의 수명이었다. 제국까지 있는 상황에서 이런 어리석은 짓은 더 이상 왕국이 버티지 못한다. 그녀의 두뇌는 담담히, 그리고 확고하게 리 에스티제 왕국의 멸망을 가리켰다.

＊

"바보들인가?"

"바보들이네요."

왕국의 선전포고를 들은 법국은 어이가 없었다.

누가 누구룰 향해 선전포고를 해? 가장 풍요로운 토지와 이점을 가졌으면서 군사력은 최하인 국가가 뭘 잘했다고 먼저 움직여? 실상을 아는 자들은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상황에 어이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저딴 게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생각 같아서는 그 힘으로 왕국을 멸망시켜달라고 모몬가님한테 간청하고 싶군."

카체 평야의 저력이라면 왕국 따위는 멸망시키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카체 평야 언데드의 목적은 차후의 전 종족의 공존을 위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모몬가의 존재를 널리 알리기 위한 포석이었다. 언데드의 편견을 벗기기 위해서는 작더라도 착실하게 한 걸음씩 걸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정당한 폭력이라고 해도 편견이라는 것은 이런 부분에서 발을 잡는다. 그렇기에 언데드국에서는 국가에서의 방어라면 모를까. 공격은 다소 힘든 형편이다.

"차라리 잘 됐소. 이번 기회에 왕국을 확실하게 뿌리뽑는 것이오."

"음,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동맹국으로써 언데드와 인간이 함께 싸우는 모습을 선전할 좋은 기회요."

"확실히 그렇군."

＊

"?"

뭐임? 이거 뭐임?

카체 평야의 언데드 국가를 시작한 페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리 에스티제 왕국이 자신을 공격하는가? 소환물은 창조주의 상식과 지식을 일부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페일의 지식 안에서 리 에스티제 왕국은 절대로 이곳을 공격할 깜냥이 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 언데드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 국가에 얻을만한 것은 없다. 이겨도 져도 무의미, 오히려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막대한 자금의 손해밖에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반발이 있는 건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하지만 저렇게 갑자기 전쟁을 시작할 줄은 몰랐다.

'상관없나.'

하지만 이내 페일은 잡념을 버렸다.

창조주의 지식에서 리 에스티제 왕국은 스스로 망국하는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국가. 법국에서도 리 에스티제 왕국을 치우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을 덜었다고 할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위대한 창조주는 그것까지 감안하고 이번 사태를 진행한지도 모른다. 아니, 위대한 창조주라면 그랬으리라.

오오, 위대한 모몬가님이시여.

페일과 언데드들은 그렇게 모몬가를 찬양했다.

당연히 200년 동안 군림한 모몬가라고 해도 이런 어리석은 사태···· 트롤 짓을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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