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수치료 받고 느낀 불합리

정형외과 갔는데 도수치료 회당 19만원 받음.

근데 물리치료사가 "목인가요 허리인가요?"하더니 직접 X레이 사진 보고 오더라. 

그말인즉 의사는 "도수치료를 할 것"이라는 결정만 내렸지

도수치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무런 지시도 감독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난 사실상 의사가 아닌 물리치료사를 시간당 20만원에 고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비보험 적용이 된다고 해도 그 돈 또한 내가 낸 돈인데. 

그 20만원 중에 물리치료사가 받는 돈은 얼마나 되냐? 5만원쯤 되냐?

백번 양보해서 의사의 "도수치료 할 것"이라는 진단 한 마디가 15만원짜리라 치자

근데 문제는 그 돈을 매번 낸다는 것이다

똑같이 의사의 1회 결정인데 "도수치료 10번 할 것"이란 결정을 하면 150만원, "20번 할 것"이란 결정을 하면 300만원?

그건 말이 안 된다. 

혹자는 의사는 공부를 잘 해서 된 것이니까 그래도 된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돈은 공부를 잘 한다고 더 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의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문제는 의사는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란 것이다. 

의사의 봉급은 국가가 걷은 의료보험의 총액 + a를 분자로, 국가가 뽑은 의사의 수를 분모로 해서 결정된다. 

분자도 분모도 계획경제에 가까운 국가정책적 고려에 의해 정해졌을 뿐 시장의 원리에 의해 정해진 것은 없다.  

쉽게 말해 의사 연봉은 자본주의가 아닌 공산주의 시스템인데,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1억 넘는 돈을 챙겨주고 있는 모순에 빠진 것.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의사의 노동 가치는 그 정당한 액수를 국가가 정책에 의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고 

천정부지로 솟구치도록 내버려둬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각설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약분업을 했듯이 물리치료업을 분업시키면 된다. 

물리치료사는 따로 개업해서 물리치료행위를 한다. 

의사는 물리치료에 관한 처방전을 발급해서 환자를 보낸다. 의사는 일반적인 처방전과 동일하게 1만원+진료비를 받는다. 

그럼 환자 입장에서는 뭐가 달라지나?

놀랍게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냥 물리치료 가격이 현저하게 싸지는 이익만 생긴다. 

어차피 의사는 지금도 "물리치료를 할 것"을 지시하기만 할 뿐 아무런 구체적인 관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환자는 더 싸게 도수치료 받을 수 있고, 실비보험 누수도 줄일 수 있고, 

물리치료사는 지금과 비슷한 봉급 또는 그 이상을 받게 되고, 

손해를 보는 것은 의사밖에 없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은 의사의 배때기를 위해 환자와 보험이 모두 고통받고 있다는 것. 

물리치료 말고도 분업시킬 수 있는 중간적 직종들은 모두 분리시켜야 한다. 

지금은 사소한 것도 모두 의사를 거쳐가게 되어 있어서 모든 의료행위에 의사가 숟가락을 놓는다. 

변호사와 다른 점이다. 법률에는 변호사 외에도 법무사, 노무사, 행정사 등이 있어서 

사소한 일에 굳이 변호사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의료계는 허리 좀 주물러줄 때도, 레이저나 쏠 때도, 위험도가 애매한 약을 처방받거나 심지어 눈썹문신을 해도 

의사가 아니면 못 하게 엄격히 금지해놓고 법무사, 노무사와 같은 단계적인 구조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 해서 의사가 직접 도수치료 하거나 눈썹문신을 해주는가?

아니다. 의사는 면허를 이용해서 숟가락만 얹거나, 아예 그쪽 영업을 하지 않는다. 

사실상 의료재정 파탄의 주범은 의사의 인건비라 봐도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