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실력이 있어도 돈 없으면 조종사가 될 수 없다니.  조종사노조   2009. 8. 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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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훈련생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조종사가 되고자 하는 열정과 자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돈이 없으면 열정이 아무리 뜨겁고 자질이 뛰어나도 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고소영 강부자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면서 

대한항공도 거기에 맞게 바뀌나 봅니다. 오늘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합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홈페이지(www.kalfcu.or.kr)에 올린 글을 제 블로그에도 옮겼습니다.

돈 없는 젊은이에게도 조종사의 길을 열라 !

- 외국인 조종사 더욱 늘어날 듯

대한항공은 항공대학교에 위탁하여 조종사를 양성하는 APP(Airline Pilot Program) 지원자들에게 $130,000불 정도의 훈련비를 전액 자비 조달해야 함을 통보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1억 6천만원의 훈련비를 조달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훈련생으로 선발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대한항공은 2005년 말 조종훈련생 선발을 중단했습니다. 그러자 외국인 조종사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노사가 합의한 “외국인조종사 인력운영 약속이행서”에 따르면 2007년 말 이후 외국인 조종사의 수는 212명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회사는 조종사가 부족하다며 외국인 조종사의 수를 350명까지 늘렸습니다. 기장과 부기장이 모두 외국인으로 편성되어 한국어 기장 방송을 객실 사무장이 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조합은 회사에 대해 합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내국인 조종사 채용을 확대하고 그 문턱을 낮춰야 함을 누누이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반대로 내국인 조종사 지원의 벽을 계속 높여왔습니다. 제주 39기까지는 훈련비를 상환하지 않았습니다. 조종사로 15년간 근무하면 훈련비가 상환되는 조건이었습니다. 제주 40기~58기는 훈련비를 무이자로 5년거치 10년 상환하는 조건으로 했습니다. 제주58기 이후로는 대한항공이 보증을 서고 은행이 대출을 하여 부기장 임명 즈음한 시기부터 이자와 함께 원금을 은행에 상환하는 조건으로 입사했습니다. 그나마 회사가 훈련생을 중도에 퇴교시킬 경우 훈련비는 회사가 부담하는 조건이었습니다.

2008년부터 회사는 중단했던 조종훈련생 선발을 재개했습니다. APP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며 이들은 중도에 회사로부터 퇴교조치를 받더라도 본인이 훈련비를 부담해야 하는 조건으로 선발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원자들이 급감했으며 결국 조종훈련생들을 많이 선발할 수 없었습니다. 2009년 선발 예정자들은 최종면접을 마치고 몇 달 동안 가슴 졸이며 합격자 통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날아든 것은 합격 통보가 아니었습니다. 1억 6천만원의 훈련비 조달 능력이 없다면 선발하지 않을 것임을 알리는 메일이었습니다.

회사가 이런 식으로 내국인에 대한 조종사 진입의 문턱을 계속 높인다면 결국 시간이 갈수록 내국인 조종사의 일자리는 떠돌이 외국인 조종사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대한항공 운항의 품질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대한항공은 말로만 명품인 짝퉁 항공사로 전락할 것입니다. 회사는 내국인 조종사가 없어 외국인 조종사를 쓸 수밖에 없다며 노사합의를 안 지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변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60세 재채용할 수 있는 조종사가 있는데도 쓰지 않고 있고 내국인 조종사를 양성하는 문은 갈수록 좁고 높게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회사가 한 말들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회사는 돈이 없는 사람도 조종사가 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방침을 변경해야 할 것입니다. 조종사의 꿈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지원할 수 있게 해서 내국인 자원을 최대한 선발해서 이들로 하여금 지금 대한항공 외국인 조종사 자리를 대신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대 한 항 공 조 종 사 노 동 조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