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시(弔問時)-잿멍울

-지제륨-

정말 초록색 사막으로 가는 거니?
너도 너가 원해서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래도 괜찮겠어?
이제 아무도 너를 기억해주지 않을 거야.
나도 너를 그리워하겠지만, 너를 보지 않을 거야.
너가 보기 싫은 게 아니라, 거기 있는 놈들은 미친 놈들이거든.
그곳에서도 네가 주목받고, 사랑받을 거라 생각하면 착각이야.

이상한 양서류만 보면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할아버지도 있고,
아직도 해적의 꿈을 저버리지 못한 벌거벗은 대머리 아저씨에다가
죽을 것 같이 생겼으면서 끝까지 살아남는 꼽추,
머리에 깜장 비닐봉지 쓰고 다니는 정신나간 깡패에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사기꾼 형제,
연쇄살인마 여자가 사실은 팔다리 하나 못움직이는 식물인간이고
내일도 생각 안하고 호르몬 주사에 레드불 2리터를 원샷하는 초록색 인간
상대방의 배가 터질 때까지 입에 스테이크를 우겨넣는 처녀도 있고
그런 여덟 명을 코 후비적거리면서 밟아버리는 괴물도 있어.

거기서도 네가 안전할 것 같니
알아
나도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아
과거도 바꿀 수 없고
그냥.....네가 그리울 뿐이야
그리울 것 같아 그 뿐이야

너의 마지막 대회가 언제 열린다고 했지
내년 초였나 2월도 되기 전이었나
너가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봐줄게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대단하다고, 역시 모르는 거라고 하길 바래

그 뒤, 3월 뒤, 4월 즈음에 너는 초록색 사막으로 가는 황천길을 걷게 될 테니
개나리와 같이 너를 반겨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