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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독회] [복수혈전] 벤야민의 혁명관, 혹은 메시아적 복수

Grundris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0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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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도 말고 소란떨지도 말고 드러내지도 말라. 그저 묵묵히 찔러 죽이고 때려 죽이고 베어 죽이고 불을 질러라.”


– 아사히 헤이고의 유서 中.


1.


미카엘 뢰비는 벤야민의 「역사철학테제」를 다룬 『화재경보』에서 테제 해석에 대해 꽤나 시의적절하고 설득력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뢰비 또한 벤야민의 급진성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한 사상가의 급진성이란 원래 소화하기가 힘든 법이다. 뢰비는 벤야민이 포스트모던에 속하지 않음을 올바르게 지적하지만, 그는 벤야민에게서 맑스주의과 신학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해 벤야민을 두 얼굴의 야누스에 비유하며 맑스주의적인 동시에 신학적인 철학자라고 평한다. 뢰비에 대해 부분적인 반론을 제시하고 싶다. 맑스주의는 이미 신학적인 계기를 포함하고 있다. 벤야민은 그 계기를 가장 잘 계승한 마르크스주의자이다.  


단적이며 요지를 가장 잘 설명해줄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투쟁은 항상 사회 전체가 혁명적으로 개조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투쟁하는 계급들이 함께 몰락하는 것으로 끝났다.” 여기서 이미 유대교적인 종말론적 전통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저 대목을 좀 더 간명하게 표현한 것이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는 로자의 말인데, 우리가 유의할 점은, 사회주의에서든 야만에서든 자본계급은 몰락한다. 사회 전체의 혁명적 개조에서 자본계급은 몰락하며, 계급들의 공동 몰락에서도 자본계급은 몰락한다. 종교적 전통에서 종말이란 심판의 날, 그러니까 불의들이 심판되는, 다시 말하자면 그 불의의 피해자들을 대신하여 신이 현존하는 모든 것에 대해 ‘복수’를 행하는 날임을 생각해볼때, 맑스주의 자체에 이미 유대기독교적 종말론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공산당 선언』 자체가 자본주의라는 현존 질서에 종말을 고할 어떤 혁명을 말하는 구조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명할 것이다. 


사적 유물론은 역사가 자본계급의 자멸이라는 객관적 흐름을 기초로 노동계급의 몰락이냐 생존이냐라는 두 모순되는 주관적 흐름을 가지고 있으며, 그 두 상반되는 흐름에서 후자를 “구원”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제2인터내셔널의 사회민주주의적 기계론과 맑스주의를 분리시킨다. 맑스주의에 대한 통속적인 비판에서 흔히 소환되는 “기계론”은 역사자동주의 정도로만 다루어지지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마도 다들 모를 것이다. 이 “기계론”이 무엇인지 좀 살펴보자.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인위적으로 혁명을 일으킬 필요가 없는데, 그 이유는 자본주의가 알아서 자멸하기 때문이며, 그 자멸이 올 때까지 평화적으로 의회적 개량이나 하자는 학설이다. 이 학설은 제2인터내셔널 내에서도 자본주의 자체의 방어기제가 단단함을 주장한 베른슈타인, 혁명이라는 주관적 계기를 강조한 로자와 레닌, 판네쿡 등에 의해 십자포화를 맞았다. 우리가 말한 종말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앞에서 말한 객관적 흐름으로 주관적 흐름을 환원한 오류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계론적인 역사관이 바로 벤야민이 역사철학테제에서 정확히 겨냥한 것이다. 벤야민은 이렇게 말한다: “사회민주주의[개량주의] 이론은… …교조적인 요구를 갖는 진보 개념에 의해 규정되었다. (...) 역사에서의 인류의 진보라는 생각은 역사가 균질하고 공허한 시간을 관통하여 진행해나간다는 생각과 분리될 수 없다. 이러한 진행에 대한 비판이 진보에 대한 생각 일반에 대한 비판의 토대를 형성해야 한다.” (제13테제)


“사회민주주의 이론”이 혁명을 실질적으로 포기하는 노선임과, 벤야민이 속한 종말론적 전통이 심판=혁명을 중심에 놓는 노선임을 생각해본다면, 기계론적 역사관에 대한 벤야민의 비판이 향하는 것은 혁명의 포기 이외에 다름 아니다. 벤야민은 또한 역사철학테제 관련 노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노동자 계급이 최후의 억압받고 복수하는 계급이면서 해방시키는 계급으로 등장하는 것은 억압받는 자들의 전통 속에서이다. 이 의식을 사회민주주의는 처음부터 포기했다.” 그렇다면 벤야민에게 혁명이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억압받는 자들”이 겪은 억압에 대한 역사적 ‘복수’이다. 


2.


벤야민이 하이데거에 반발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와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역사를 추상적으로 고찰했다는 비판만이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남겨져 있을 뿐이다. 이 추상성을, 벤야민이 역사철학테제에서 비판하는 “균질하고 공허한 시간”과 동일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벤야민의 역사주의 비판을 하이데거 비판과 연결시킬 수 있지 않을까?  


테제의 첫 부분은 신학이라는 꼽추가 사적 유물론이라는 인형을 몰래 조종하는 이미지에 대한 서술이다. 이 신학은, 사적 유물론에 필수적인 그 무엇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신학이 결합되었을 때 사적 유물론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신학은 무엇인가? 그것은 과거에 대한 인식이다. 나는 이것을 거대서사라고 말하고 싶다. 살펴보겠지만, 이 텍스트는 거대서사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오히려 거대서사에 대한 요청이다. 이 이미지가 도입되는 제1테제에 이어서 제2~3테제에는 과거와 현재의 결속이 강조된다. 나아가 과거가 우리에게 구원을 요구함이 강조된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거대서사가 아닌가? 거대서사는 역사적 사건들을 어떤 틀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벤야민의 이러한 서술은 과거를 그들이 현재에게 구원을 요구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즉 과거를 구원의 대상으로, 그러한 틀 속에서 볼 것을 요청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는 거대서사를 요청하는 것이 아닌가? 


​“과거는 그것을 구원으로 지시하는 어떤 은밀한 지침을 지니고 있다. 우리 스스로에게 예전 사람들을 맴돌던 바람 한 줄기가 스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귀를 기울여 듣는 목소리들 속에서는 이제는 침묵해버린 목소리들의 메아리가 울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구애하는 여인들에게는 그들이 더는 알지 못했던 자매들이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과거 세대의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는 은밀한 약속이 있는 셈이다.” (제2테제)


​이 “지침”이, 이 “은밀한 약속”이 거대서사가 아닌가? 벤야민은 구원된 인류에게 그들의 과거가 완전히 주어지게 된다는 언급을 제3테제에서 한다. 그런데 종말론적 전통에서 구원은 역사의 종말지점이다. 즉 어떤 종말지점의 실현에서만 역사가 제대로 주어지고, 완결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구원이 곧 맑스주의적 전통에서는 혁명이다. 그러니까, 벤야민은 역사가 혁명으로 완결된다는 하나의 틀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제4테제에서 이 점이 명확헤진다. 


​“꽃들이 머리를 태양 쪽으로 향하듯이 은밀한 종류의 항일성에 힘입어 과거는 바로 역사의 하늘에 떠오르고 있는 태양을 향하려고 애쓴다.” (제4테제)


​과거는 혁명이라는 종말지점을 향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여기서 벤야민적 거대서사와 기계론이 분리된다. 


​벤야민적 거대서사는 완수를 요구하는 거대서사이다. 기계론의 거대서사는 이미 완수된 거대서사이다. 즉 그것은 애초에 확고한 목표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대서사가 아니다. (후쿠야마가 말한 “역사의 종언”을 생각해보라.) 벤야민의 거대서사는 비상사태가 상례임을, 불의가 상례임을 말하는 거대서사이다. 그러니까, 진보가 상례임을 말하지 않는 거대서사이다. 포스트모던 담론은 거대서사의 완수마저 지워버리고는, 모든 것을 “언어 게임”으로 대체한다. 반면 벤야민에게 과거는 단순한 언어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언어 게임을 넘어 우리에게까지 구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언어 게임은 그러한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벤야민은 역사를 구원의 요청이라는 하나의 중심원리를 가지고 해석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것이 거대서사가 아니면 무엇인가? 제5테제에서도 벤야민은, 통속적으로 이해되는 벤야민 역사철학에서 단골로 호출되는 “연속체의 폭파” 테제와는 다르게도, 역사의 연속성을 말한다.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매 현재가 스스로를 그 이미지 안에서 의도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을 경우 그 현재와 더불어 사라지려 하는 과거의 복원할 수 없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제5테제)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과거와 현재의 연관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벤야민은 왜 거대서사를 요청하는가? 이것은 제6테제부터 시작되는 역사주의 비판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과거를 역사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것이 ‘원래 어떠했는가’를 인식하는 일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제6테제)


​벤야민이 비판하는 역사주의는, 거대서사 일반이 아니라, 역사를 자유로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벤야민이 보기에 이것은 불가능한데, 그들이 “승리자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이다. 즉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시도는, 승리자들의 거대서사에 따라 역사를 볼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것은 억압된 자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뢰비는 제6테제를 해석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실제’ 사태에 직접 접근한다면서 중립을 자처하는 역사가는 사실상 (랑케의 역사 기술의 특화된 대상인) 모든 시대의 승리자, 왕, 교황, 황제의 시각을 공고히 할 뿐이다.”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말하면서 모든 것이 언어 게임으로 흩어졌다는 이들이야 말로 이 “중립을 자처하는 역사가”가 아닌가? 기계론적 거대서사에서 탈출해야 함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벤야민은 여기서 포스트모더니스트들과 다르게 거대서사 자체에서 탈출하려 하지 않는다. 애시당초 그런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포스트모던 담론은 그저 거대서사가 죽었다는 거대서사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런 나이브한 시각은, 그러니까 “중립을 자처하는” 시각은 “황제의 시각을 공고히 할 뿐이다.” 비판 이론이 늘상 말하듯이 소여된 사실에 대한 무반성적인 태도는 언제나 현존하는 권력에 복무하는 길로 이어지며, 여기에 현상학과 철학적 해석학의 정치철학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데거와 가다머는 실증주의라는 동전의 뒷 면이다.


즉 벤야민은 거대서사에 대항하는 거대서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7테제에서도 역사의 연속성에 대한 강조가 이어진다. 


​“퓌스텔 드 콜랑주는 역사가에게, 만일 그가 지나간 어떤 시대를 추체험하고자 한다면 이후 역사의 진행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머리에서 떨쳐버려야 할 거라고 제안한다. 역사적 유물론이 파기했던 방식을 이보다 더 잘 특징지을 수 없다. (,…) 그는[사적 유물론자는]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하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본다.” (제7테제)


​역사를 솔질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파편적으로 놔두란 것이 아니다. 벤야민이 진정으로 비판한 것이 바로 그런 생각이다. 솔질하지 않는 것은 결대로 솔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역사철학테제의 주요 주장이며, 벤야민-아도르노의 “성좌” 개념은 본질적으로 파편들이 도대체 어떻게 서로 착종되어 있는가에 대한 보편자 개념이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한 시대의 지배적 사상은 늘 지배 계급의 사상이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이것과 벤야민의 역사주의 비판은 함께 공명한다. 제8테제에서 벤야민은 이렇게 말한다. “억압받는 자들의 전통은 우리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비상사태’가 상례임을 가르쳐준다.” 이 “전통“이 거대서사가 아니면 무엇인가? 포스트모던한 주장대로 역사가 언어 게임들의 파편들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비상사태가 “상례”일 수 있는가? 그 비상사태 또한 하나의 언어 게임에 불과할 텐데 말이다. 연이어 벤야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에 상응하는 역사의 개념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비상사태를 도래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벤야민은 여기서도 혁명을 과제로 설정하는 역사의 개념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계급투쟁적 거대서사와 무엇이 다른가? 벤야민은 제9테제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천사는 머물고 싶어 하고 죽은 자들을 불러일으키고 또 산산히 부서진 것을 다시 결합하고 싶어 한다.” (제9테제)


​여기가 그 유명한 “진보라는 폭풍” 표현이 등장하는 테제다. 벤야민은 저 표현으로 진보라는 개념 자체를 비판한 것이 아니다. 역사의 흐름이란 항상 죽은 자들이 불러일으켜지지 못한 것의 연속인데 그것을 진보라 참칭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 천사는 폭품이 자신을 밀어냄에도 계속 부서진 것을 결합하려 시도한다. 진보를 시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진보가 아닌 것을 진보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종의 우상금지령인 셈이다.


​그렇게 보면 연속체의 폭파가 달리 이해된다. 연속체의 폭파는 역사의 천사가 결합에 성공하는 순간이다. 나아가 혁명에 대한 과거의 요청들이 완수되는 순간이고, 거대서사가 실현되는 순간이다. 벤야민에게는 거대서사가 있었다. 다만 그것이 거대서사의 완결을, 구원을 요구하는 거대서사였으며, 또 구원의 실패로 점철된 거대서사였을 뿐이다.  


​주목할 점은, 벤야민이 기존 거대서사에서 벗어날 점을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거대서사에 따라 역사를 이해하지 말 것을 벤야민은 요청한다. 이 점에서 벤야민의 하이데거 비판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 대한 반성이, 구원에 대한 과거의 요청이 간과된 채 존재를 역사적 지평에서 이해한다는 것은 지배자들의 관점에 따라 역사를 이해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이데거에게는 그런 반성이, 비평이 결여되어 있다. 나아가 하이데거는 역사를 은폐하는 것을 비판한다. 그러나 은폐에 대한 그의 비판은 지배자들의 관점을 은폐하는 한에서만 은폐를 겨냥한다. 하이데거는 기존의 거대서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역사는 반성이 없는, 추상적인 역사이다. “하이데거는 현상학을 위해 역사를 추상적으로, ‘역사성’을 통해 구원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비평이 전제되지 않은 전통적 역사에 대한 강조는 결국 기존체제에 대한 복무로 귀결되고야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데거의 철학은 딱히 나치적이지 않다. 다만 나치가 하이데거적이었을 뿐이다. 이 주장에 대해 감정적인 반감이 들 수 있겠지만, 하이데거를 나치 철학자로 치부하고 넘겨버리는 것 만큼이나 하이데거를 나치로부터 편리하게 분리하려는 것 또한 둘 다 하이데거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태도이다.


그렇다면 하이데거와 벤야민의 차이는 어떻게 요약될 수 있는가? 결국 혁명 개념의 유무이다. 고대 그리스에 대한, 시원에 대한 하이데거의 복고주의와 달리, 벤야민은 그러한 시원과 과거로부터 질적으로 단절할 것을 주문한다. 하이데거는 존재의 의미가 충만했던 과거로 되돌아가기를 원하며 벤야민은 과거와 – 정확히는 과거의 불의들과 – 단절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 단절이 혁명이 아닌가? 달리 말하자면 하이데거는 유신(=복고)을 원하는 것이고 벤야민은 혁명을 원하는 것이다. 즉 그는 과거에 행해진 억압에 대한 복수를 원한다.


벤야민에게서 혁명은 일차적으로 과거 세대의 요구이다. 그 과거 세대는 무엇을 요구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그것은 종말=심판=구원이다. 즉 기존의 역사진행을 정지시키는 것이요, “진정한 비상사태”인데, 예수가 화평을 주러온 것이 아니라 칼을 주러온 것과 같이, 이러한 비상사태가 행하는 기존 질서의 중단은 폭력적이기 마련이다. 벤야민은 「폭력비판을 위하여」에서 이렇게 말한다.


“...신화적 폭력[질서를 정립하고 유지하는 폭력]에도 신적인 폭력이 맞선다. (...) 신화적 폭


력이 법정립적이라면 신적인 폭력[질서를 중단시키고 폐절하는 폭력]은 법 파괴적이[다]... (...) 신화적 폭력은 그 폭력 자체를 위해 단순한 삶에 가헤지는 피의 폭력이고, 신적 폭력은 살아 있는 자를 위해 모든 생명 위에 가해지는 순수한 폭력이다. 전자는 희생을 요구하고 후자는 그 희생을 받아들인다.” 


따라서 “억압받은 자들의 전통”은 자신들을 억압했던 기존의 사회질서를 중단시킬, 메시아적이고 신적인 폭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곧 복수에의 요구가 아닌가? 혁명이 과거에 억압받은 이들을 위해 그 억압을 폭력적으로 “폭파”하는 것이라면, 이것이 도대체 복수가 아니고서야 무엇인가? 따라서 폭력을 철폐해야 하기에 복수=혁명을 철폐해야 한다면, 그 철폐의 수단인 폭력적 복수를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승인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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