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의학이라는 전문적인 소재 때문에 난해해서 독자들에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5회 정도의 짧은 단편 연재로 기획되었으나 예상을 깨고 굉장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장기 연재하여 후일 대 히트하게 된 블랙잭은 테즈카 특유의 휴머니즘이 매회 완결되는 에피소드 안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으며 의학이라는 소재가 가져다 준 신선함, 그리고 블랙잭이라는 아웃사이더적이면서도 이면성을 지닌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살리면서 또 다른 테즈카 만화의 대표작이 될 수 있었다.  

단편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던 작가는 블랙잭에서도 매회 완결되는 짧은 분량안에서 군더더기 없고 밀도 높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의사였던 자신의 의학 지식에 만화가로서의 상상력을 가득 담아 그려내는 새로운 소재, 스타시스템과 각종 까메오 출연, 이색적이고 실험적인 연출, 감각적인 센스로 무장 된 위트와 유머 등 테즈카 월드를 마음껏 펼쳐내었다.

주인공 블랙잭은 이제까지 그의 작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설정하여 또 다른 재미를 더해주 줄 수 있었다. 신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무면허 외과의사, 상대방에게 수술 비용으로 엄청난 보수를 요구하면서도 때로는 기적 같은 대수술을 행하고도 한푼도 받지 않는가 하면 어려운 사람들의 뒤에서 남몰래 도움을 주는 인간적인면을 보여주는 가 하면 원성을 살 정도로 냉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언제나 어두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익살과 유머감각이 풍부한 모습을 보여주며 캐릭터적인 즐거움이 극대화 될 수 있었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통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듯 통찰력 있게 단면을 드러내는가 하면 부정적인 면을 통쾌하고 유쾌하게 날려버리기도 한다. 여유로움 삶의 여유가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도 안타까울 정도로 슬픈 이야기도 있다. 다채로운 사람들의 모습, 삶의 군상을 바라보고 다각적인 시선에서 접근하며 단순히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고치고 병든 사회를 고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의학이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정보적인 면에 만화적 엉터리가 더해진 이야기, 블랙잭이라는 캐릭터의 매력과 테즈카 월드의 재미가 넘치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연재가 끝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 역시 바로 매 에피소드마다 블랙잭이 전해주었던 잔잔하면서도 깊이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