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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회귀한 로판고인물 여트레는 고릴라를 담당합니다-9앱에서 작성

초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9 03:18:53
조회 364 추천 14 댓글 3
														

충격의 오카쇼 날 이후로 사흘이 지났지만 멘탈은 여전히 너덜너덜한 상태인 것 같아.
일단 젠틸돈나에게는 괜찮다, 미안하다, 앞으로의 계획에 수정이 필요해졌지만 꼭 반짝이는 아이돌로 만들어줄게! 라고는 했지만..

"하아아아... 뭐부터 하지.."
훑어보던 자료집을 덮어두고, 좀 쉬도록 할까? 그치만 좋아하는 로판읽기조차 건들 엄두가 안나.
트레이너실에서 전략연구랍시고 책이나 읽고, 아무 죄책감 없이 남 몰래 게으름피우던 회귀 전의 삶이 오히려 그리워...

나는 의자에 아무렇게나 늘어져서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젠틸돈나는 공부하고 있을 시간이니, 내가 뭐라도 준비해둬야하는데..

책상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의 화면에 떠있는 것은 오카쇼의 특집기사.

그 레이스를 떠올리면... 비르시나의 그 이상한 태도가 너무 신경쓰여. 거기다 비르시나를 대하는 젠틸돈나도..  그렇게 날 선 젠틸은 처음 봤어.

무의식중에 책장 쪽을 바라보는데, 각종 우마무스메 관련 서적 틈바구니에 숨겨둔 애장서들 몇 권의 이름이 눈에 띄는 것 같은..

"설마, 빙의?!"

나는 자세를 고쳐앉고 생각난 것들을 종이에 줄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젠틸돈나-루프(?회차)
나-회귀(1회)
비르시나-빙의(첫 담당)]

....나는 첫 담당에 줄을 긋고, 다시 고쳐적었다.
[비르시나-빙의(​첫 담당​ ■■■■)]

도대체 이 판타지 소설은 어떻게 되먹은거니, 작가야?
정말 설정 과다 아닌가 하는 기분이야..
루프하고 있는 주인공에 회귀한 조력.. 짐덩이와 빙의자 라이벌이라니..

"근데 빙의했다고 오카쇼를 그렇게 쉽게 이겨?"

머리를 감싸쥐고 생각해보지만 역시 모르겠어.

비르시나를 직접 만나서 물어볼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순순히 답을 해줄까? 그리고 내가 그래도 괜찮을까?

한 없이 반복되는 의문의 대답을 구할 수 없어서, 다시 노트에 고개를 처박고 끄적이다 지우고, 다시 적어내리기를 반복해가며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쉴 무렵,

"또 무슨 말도 안되는 공상 중이신가요?"
"악! 깜짝야! 언제온거야?"
"글쎄요? 그 노트에 그 양 모양 낙서를 시작했을때쯤?"

어떻게 기척도 없이 들어온 젠틸돈나는 내 옆에 와서 빙긋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젠틸 너도 같이 할래? 양돌이 귀여워."
"뭔가요, 그런 황당한 작명은.."

젠틸은 툴툴대더니 내 무릎에 덥썩 앉았다. 머뭇거리던 나는  젠틸을 끌어안은 뒤 등에 코를 박았다.

"이젠 아주 자연스러워졌네요."
"으응... 젠틸 등, 탄탄하면서도 말랑해."

힐링타임... 하고 웅얼댔는데, 젠틸돈나가 맘에 들었는지 쿡쿡 웃었다. 그 웃음의 떨림이 등으로 전해져서 기분이 좀 더 좋아지는 것 같아.

"앗. 화장 뭍겠다."

정신을 차린 나는 얼굴을 떼고 교복의 등을 살폈다. 음. 세이프...인가..

"트레이너."
"응?"
"비르시나 양에 대해서 말인데.."

약간 굳여진 톤으로 운을 떼는 젠틸돈나. 내가 적어둔 글을 열심히 본 걸까?

"역시 트레이너의 추측이 제일 타당할 거예요."
"... 너무 허무맹랑하긴 한데, 루프하는 젠틸이랑 회귀한 나도 있는데 빙의자가 없으리란 법은 없지.."

나는 젠틸을 안은 팔에 살짝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이해가 안돼."
"무엇이요?"
"■■■■...아니, 비르시나가 겨우 그걸로 이긴다고?"

그 말에 젠틸은 흠.. 하고 콧숨을 내쉬더니,

"가끔은 제 의지와는 다른 이야기가 흘러가죠."
"응?"
"예를 들면, 부에나 비스타의 아리마기념 우승 같은 게 있겠어요."
"부에나 비스타?"

한때 팬이었던 우마무스메의 이름이 젠틸돈나의 입에서 나오니 신기한 기분이야.

"예. 그녀는 저번 회차까지 어떤 그랑프리에서도 이기지 못했어요."
"그랬지.."
"하지만 이번엔 아리마 기념에서 우승했죠. 어쩌면, 언젠가 URA 명예의 전당 현창우마무스메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그 때 젠틸돈나가 조언을 했다던가 한 게 아니었어?"
"예, 모든 루프에서 제 개입없이도 약간씩의 뒤틀림은 존재해왔어요. 이번엔 부에나비스타의 아리마 우승, 비르시나 양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 정도가 차이이겠구나 했는데..."

으으.. 나 양심이 찔려.

"혹시 또 자책하고 사과하실 생각이라면, 계약해지하러 갈 거에요?"
젠틸은 내 양손을 꽈아악(내기준) 잡았다.
"안해! 안해, 안해!"
해지하는 김에 손을 부숴놓고 갈 셈이야?! 기겁한 나는 필사적으로...가 아니라 살기위해 얼른 말했다.

"그럼 비르시나가 빙의자니까, 엄청 큰 차이인거고, 그게 레이스 결과를 뒤바꾼거라면..."

진짜 큰일이잖아?

그 한마디 이후로 트레이너실엔 깊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확실히, 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겠지요."

침묵을 깨는 젠틸의 한마디 후로, 우리는 이러저러한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

다음날, 연습용 트랙.

"젠틸! 가속할 때 두 번째 스탭이 가벼워! 좀 더 강하게!"

개선사항을 적용하기 위해 훈련중인데, 지시를 그때그때 빠르게 받아들이고 고쳐나가는 젠틸돈나가 너무 대단해. 역시 최강의 베테랑 우마무스메는 다르구나 싶다.

"오케이! 거기까지! 10분 휴식후에 이어서 하자!"

나는 몇가지 체크사항을 확인한뒤, 젠틸을 불러들였다.

그 때,

"와- 저번에 오카쇼 2착했다고 펑펑 운 트레이너님 아냐?"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는데, 아무도 없었다. 기분 탓이었나 봐...

"왜 그래요, 트레이너?"
"아냐, 음.. 일단 이것부터 좀 봐줄래?"

펜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다가온 젠틸에게 클립보드를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

비블로스와 트레센 복도를 걷던 비르시나는, 창 밖의 트랙에서 젠틸돈나와 그녀의 트레이너를 발견하고 멈춰섰다.

"언니- 왜 그래?"
"아아, 비블로스. 먼저 가 있을래? 잠시 볼일이 생각나서!"

들고 있던 짐을 비블로스에게 떠맡긴 비르시나는, 비블로스의 대답도 듣지 않고 빠르게 뛰어갔다.

"언니! 또 이상하잖아. 휴우, 슈밧치가 기다릴텐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비블로스는 총총거리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

항상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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