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 영공.

제국의 신형 조이드, 양산형 스나이프테라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를 얻은 공화국은

개발 중인 프로토타입 기체 3기로 이루어진 부대를 제국 영토로 출동시켰다.

"대장님, 정말 이런 사막 지대에서 제국의 신형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까?"

공화국의 신형 조이드 라이더가 말했다.

"그래, 제국군에 침투한 첩보원이 보낸 정보이니 틀림없다."

신형기를 맡은 날카로운 인상의 대장이 대답했다.

"우리가 탄 이 기체도 아직 3대밖에 발굴하지 못한 테스트 기체다.

적의 스나이프테라는 기동력이 높은 기체라고 하지만, 이 소닉 버드의 기동력이 더 뛰어나니까 겁먹을 필요 없어."

아직 정식으로 투입 준비가 되지 않아 개발 도중인 회색 장갑만 착용한 프로토타입 소닉버드 편대가 제국 영토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자, 슬슬 제국 영토에 가까워지니 각기 작전 행동으로 이행해라!"

단번에 가속하면서 수직 상승에 가까운 각도로 상공에 산개하는 소닉 버드 편대.

사막 지대 제국군 임시 기지.

공화국과의 분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제국은 새로운 조이드의 양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붉은 사신이라 불리는 제국 제일의 에이스 라이더, 크리스토퍼 기렐 중위가 타는 스나이프테라.

그에게 공화국 사단 하나가 궤멸되자, 제국은 이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공중에서의 높은 기동력으로 가하는 공격은 향후 전쟁의 판도에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제국은 랜드 박사의 지휘 아래, 양산형 스나이프테라를 개발하여 실전 배치를 서두르고 있었다.

임시 기지 캐터펄트에서 두 대의 스나이프테라가 발진한다.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앞서간 대장기 스나이프테라의 후방에서 편대를 구성한다.

"마니노프 중위, 역시 굉장하군!

그대로 선회 행동으로 옮겨라!"

"네, 대장님!"

"2번기, 늦다! 멜빌 소위, 편대 행동 이행까지 2초 정도 늦단 말이다!"

"죄송합니다! 기체가 불안정해서..."

"멜빌 소위, 이게 실전이었어도 그런 변명이나 늘어놓을 건가!"

멜빌에게 엄하게 대하는 아크를 보며 마니노프 중위가 통신에 끼어든다.

"진정하십시오, 아크 대장님!

멜빌 소위의 기체는 출격 전부터 부스터 출력이 안정되지 않아 그야말로 성난 말 같습니다!

뭐, 멜빌 같아서 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니노프 중위님! 제가 성난 말 같다는 겁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쓴웃음을 짓는 아크 대위.

"확실히 마니노프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그 스나이프테라는 너에게 어울리는 기체일지도 몰라."

"대장님까지 그런 말씀을..!"

두 사람에게 놀림을 받아 부끄러운 나머지 곤란한 표정을 짓는 멜빌.

사관 학교 시절, 멜빌의 교관도 맡았던 마니노프 중위는 실전 공적을 인정받아 스나이프테라 배치와 함께 임페리얼 가드로 배정될 예정이었다.

또한 조이드의 테스트 라이더 겸 조이드 조종 강사로서 몇 번이나 교단에서 그러한 마니노프를 지켜본 아크 대위는 

멜빌에게도 구면인 사이이자, 마음 편히 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자, 테스트를 계속한다! 둘 다 최대 가속으로 하강하여 좌우로 전개! 다시 편대 행동으로 돌아가라!"

아크 대위의 지시 아래 순조롭게 시험 비행을 반복하는 스나이프테라.

지상에서는 기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허술한 임시 시설에서 그 비행을 지켜보는 제국 기술자가 

옆에 앉아 있는 수염이 덥수룩한 과학자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한나 멜빌 소위.. 사관 학교를 갓 나온 신병이라...

그녀에게 스나이프테라는 너무 다루기 힘든 거 아닙니까?"

멜빌이 탄 스나이프테라의 움직임이 몇 초 정도 늦어지고 있음을 감지한 기술자가 옆 과학자에게 말했다.

"흥, 너한테는 그 정도밖에 안 보이는 겐가? 

모니터 출력 게이지를 잘 보도록! 불안정한 기체를 매우 잘 타고 있지."

기술자의 우려를 비웃으며 다시 하늘을 쳐다보는 과학자.

프랭크 랜드 박사.

스나이프테라의 선행 양산형 라이더로 한나 멜빌을 지명한 것은 다름 아닌 그였다.

"발굴된 조이드도 복원하면 개체 차가 있기 때문에 모든 조이드가 똑같지는 않지.

같은 프테라노돈종이라고 해도 기체마다 개체 차이가 있단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박사님이 만드신 바이저로 제어하는 것 아닙니까?"

박사의 말에 이상한 듯이 물어보는 기술자.

"바이저가 전부가 아니거든... 조이드가 가진 야생의 힘, 

그 자체로 개체 차이기도 한 생물로서 가지는 성격은 전부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기술자를 하고 있다니, 제국 기술자도 수준이 떨어지는군..."

기지로 전송되고 있는 스나이프테라의 출력 모니터에서는 멜빌이 탑승한 2번기만 갑자기 출력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파워 커브를 나타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멜빌의 조종으로 인한 쓸데없는 움직임으로 보였을 출력의 굴곡은 그녀가 탑승한 스나이프테라의 성격, 

그 개체 차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것을 랜드 박사만이 이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는 멜빌의 실력을 고평가하고 있었다.

"멜빌은.. 저 기체를 잘 조종할 수 있을 게야. 저 녀석에겐 그게 가능한 힘이 있어..."

박사가 갑자기 혼잣말을 했을 때였다.

임시 기지에 경계 태세 사이렌이 울리며 제국병이 뛰어들어왔다.

"긴급 상황입니다! 공화국군의 기체가 접근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전군, 테스트를 중지하고 철수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랜드 박사님, 여긴 위험합니다. 서둘러 대피해야 합니다!"

긴급 통신은 시험 비행 중이던 스나이프테라 소대에도 전달됐다.

"대체 무슨 일이지?! 설마 이런 변지에까지 공화국군이 올 줄이야..!

목적은.. 설마?! 이 테스트를 노린 건가?!"

놀란 마니노프 중위의 말을 뒤로 한 채 멜빌이 다급하게 말한다.

"아크 대장님! 이대로는 기지 철수가 늦습니다!

철수 시간을 벌 수 있게끔 저희가 방위 임무를 합시다!"

"기다려! 마니노프 중위는 몰라도 넌 아직 전투 임무는 경험이 없잖아!

마니노프 중위를 따라 먼저 철수 행동으로 옮겨라!

적 기체는 내가 어떻게든 하겠다!"

멜빌에게 기지 귀환을 명한 아크 대위였지만, 멜빌은 자신도 임무에 참가시켜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하지만 그래선... 저도 제국군입니다! 이대로 적을 앞에 두고 도망친다니..."

지상에서 스나이프테라 소대의 통신을 듣고 있던 랜드 박사가 통신에 끼어든다.

"아크 대위, 괜찮지 않나.. 멜빌도 데려가도록!

여기서 전투가 벌어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좋은 테스트가 되겠군."

전군 철수 명령이 내려진 기지에서 랜드가 보낸 통신에 멜빌이 놀란다.

"박사님! 빨리 철수하세요! 거긴 위험합니다!"

"무슨 소리냐. 그 위험을 없애기 위해 너희들이 있는 거 아닌가."

마니노프가 말을 꺼낸다.

"맡겨 주십쇼, 박사님! 멜빌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뭐, 얌전히 보호받을 멜빌이 아니긴 합니다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포기하고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아크 대위.

"마니노프, 멜빌, 후방에서 따라와라! 다만 무리는 하지 마라!

가능한 교적은 삼가도록! 우린 그저 기지가 철수할 시간을 벌면 된다.

이제 처음 비행하는 스나이프테라를... 동시에 자신의 목숨을 제일 먼저 생각해라."

"네!"

아크의 말과 동시에 3대의 스나이프테라는 다시 편대를 짜면서 적의 침입 방향을 향해 날아오른다.

두 대를 거느린 대장기의 콕핏에서 아크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이야... 어떻게든 무사히 멜빌을 귀환시키겠다..!"

기지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스나이프테라의 레이더에 적기가 감지됐다.

"기체 확인! 이 녀석은?! 적도 비행 타입입니다, 대장님! 공화국도 비행 타입 개발에 성공한 건가!!"

마니노프의 통신에 입을 다문 채 레이더를 바라보는 아크.

"대장님?! 왜 그러십니까! 이대로 요격 태세로 이행하지 않으면 저희는..."

"아, 미안하다.. 아니, 아직이야. 적의 공격 의사가 확실하지 않아.

잠시 상황을 지켜보며 이대로 방위 체제로 거리를 좁힌다."

적에게 공격을 망설이는 아크의 명령에 불안을 느낀 멜빌이 아크에게 진언한다.

"하지만 그랬다간 적에게 선공당할 수 있습니다! 적기, 이쪽 유효 사정거리까지 700m 남았습니다!

어서 공격 명령을 내려 주십쇼!"

그때였다.

혼란스러운 스나이프테라 소대에 적 소닉 버드가 통신을 보내온다.

"여긴 공화국 특수 유격대, 대장인 척 예거다. 신형기 라이더, 얌전히 투항하면 이쪽도 공격하지 않겠다."

소닉 버드의 통신을 듣고 이성을 잃은 마니노프 중위가 아크에게 말한다.

"대장님! 저 녀석들이 우리를 깔보고 있습니다! 저런 기체 따위, 스나이프테라의 상대도 안 된다는 걸 보여 주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편대에서 벗어나 단독으로 위협 행동을 하는 마니노프의 스나이프테라.

그걸 본 아크가 말한다.

"기다려라, 마니노프! 쓸데없는 싸움은 그만둬!

지금은 녀석들 말대로 얌전히 투항하면 기지의 안전이 보장된다!"

그러나 마니노프는 아크의 말을 뒤로 한 채 적에게 향한다.

"대장님! 대체 왜 그러십니까?! 지금이 선공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편대에서 뛰쳐나온 마니노프의 스나이프테라가 공화국의 소닉 버드를 겨냥하며 좌우 날개에 장착된 포스 배럴 개틀링을 발사한다.

마니노프의 공격은 확실하게 적을 제압했다.

날개를 맞고 지상에 떨어지는 소닉 버드.

마니노프의 공격을 계기로 공화국군 대장에게 다시 통신이 들어옴과 동시에 공중 전투가 시작됐다.

"이게 무슨 짓이냐! 그쪽이 적대적인 행동을 한다면, 이쪽도 봐주지 않겠다!"

단번에 전투 태세에 들어가며 스나이프테라를 향해 공격을 개시하는 소닉 버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멜빌에게 아크가 통신을 보낸다.

"멜빌, 너는 기지로 돌아가 철수하도록 해라!

너까지 여기 있을 필요는 없어!"

아크의 지시에 멜빌이 혼란스러워한다.

"어째서... 어쨌든 지금은 적기의 요격을 우선시하겠습니다!"

개틀링으로 견제하며 왼쪽으로 크게 선회해 소닉 버드와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는 멜빌.

그러나 기동성 높은 소닉 버드에게 배후를 빼앗긴다.

"네놈! 애먹이기는!! 있는 힘을 다해 기체를 노획해 주마!"

"적에게 뒤를 잡혔습니다!! 엄호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멜빌이 보낸 통신은 두 아군에게는 닿지 않았다.

연결되어 있어야 할 통신 회선이 차단되어 있었다.

"그럴 수가..! 하필 이런 때에..! 너, 통신 기능까지 변덕스럽게 조절하는 거야?!"

그 직후 뒤에서 퍼부어진 무수한 포격이 기체를 스쳤다.

"아 진짜! 부탁이야, 제발!!"

적의 공격을 피한 멜빌이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스나이프테라의 움직임 때문에 뒤에 접근한 소닉 버드를 뿌리치지 못하고 있었다.

"저 기체! 스나이프테라보다 기동력이 높잖아?!"

적을 뿌리치고 싶은 멜빌이었지만, 출력이 안정되지 않은 멜빌의 스나이프테라가 갑자기 엔진 출력이 떨어지며 스피드가 급속히 떨어져 갔다.

두 아군에게 짐 신세가 될 운명에 처한 멜빌.

"이, 이런 데서 또 불안정하게 이러다니... 스나이프테라, 제발 내 부탁 좀 들어줘!"

멜빌의 간청이 결실을 맺었는지 갑자기 통신 회선이 복구됐다.

멜빌의 스나이프테라 눈앞에는 진화 해방한 소닉 버드의 A-Z 윙 소드가 스카이 슬래시를 사용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걸로 끝이다! 제국병!"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 멜빌 앞으로 마니노프의 스나이프테라가 끼어든다.

"멜빌, 거기 비켜!"

절체절명이었던 멜빌의 스나이프테라는 충돌로 인해 그 자리에서 튕겨져 나갔고, 

마니노프의 스나이프테라는 동시에 머신 블래스트를 사용하여 A-Z 스나이퍼 라이플을 소닉 버드에게 발사한다.

마니노프의 정확한 사격은 소닉 버드의 몸통을 관통했다.

소닉 버드 한 대를 격파함과 동시에 유연한 움직임으로 몸을 크게 반전시켜, 다시 다른 기체에게 공격 태세를 취했다.

"내가 말했지, 멜빌! 넌 내가 지킨다고 말이야! 제자가 먼저 죽었다간 앞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겠어?"

"마니노프 중위님..! 감사합니다..."

튕겨져 나간 충격으로 체제가 무너진 상태였기에, 

기체 제어를 되돌리기 위해 조종간을 잡고 스나이프테라의 콕핏에서 마니노프의 기체를 확인하는 멜빌.

하지만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된다.

마니노프의 스나이프테라가 선회하고 다시 남은 한 대의 소닉 버드를 조준한 순간이었다...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던 마니노프의 스나이프테라가 어디선가 발사된 붉은 섬광을 맞고 구멍이 뚫려, 연기를 내뿜으며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한나 멜빌

신병이면서도 뛰어난 조이드 라이더로, 랜드 박사의 조수다.

원래는 고아였으며, 어릴 때 박사에게 입양된 후 딸로 자라며 

조이드에 관한 교육을 계속 받아 조이드 수리 및 정비에 일가견이 있다.

사실 제국 선대 황제의 딸(현 황제인 피오나의 이복 누이)로, 

선대 황제에게 물려받은 조이드를 복종시키는 특수한 힘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