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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원 안에 있다.(재신&다운의 뒷이야기?)

팡팡(175.197) 2010.10.22 06:06:37
조회 6550 추천 11 댓글 21

재신은 귀국한지 이레나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야 궐에서 이미 마주쳤고, 급한 보고를 하는 것만도 달포가 모자랄 판국이었다. 구용하에게 자당께서는 여전하시냐는 인사를 받고서야 어머니를 뵙지 않은 것이 떠올라 급히 집으로 향한 것이었다.
3년만에 보는 익숙한 대문. 집에 지내는 날보다 밖에 나다니는 날이 많았다고 해도 나고 자란 집이라 대문을, 담을 다시 보니 울컥하는 기분마저 밀려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집이 온통 꽃 천지가 된 것. 어머님이 새 취미를 들이셨나보다. 봄꽃이 가득 핀 내당으로 들어서니 황씨부인이 이내 닫힌 문을 열었다. 재신은 마당에서 절을 하고 읍하고 서서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어머니는 혼자가 아니었다. 손님인듯 곁에 앉은 이가 보였다. 황씨부인은 느릿느릿 일어서서 내려와 아들 앞에 섰다.
\'이제 오셨습니까....3년동안 더 키가 크신것 같습니다 우리 아드님...\'
어머니의 손은 천천히 아들의 얼굴과 손을 쓸어내렸다. 예의 천천한 미소가 담긴 눈이 아들의 얼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재신은 손님이 있는 것이 신경이 쓰여 다시 읍하며 돌아섰다.
\'그럼 소자 이제 그만 들어가보겠습니다.\'
\'우리 아드님이 청국에서 그예 안지키던 예법을 다 배워오셨습니다 그려... 그런데 청국법도는 오랫만에 만나는 처에게는 인사도 안한답니까?\'
재신은 그제서야 별당에서 맴을 돌 다운이 생각이났다.
\'예...있다가 잠시 들렀다 입궐하겠습니다\' 재신은 건성으로 답을 하며 자신의 방으로 향하려다가 3년동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도, 했던 것도 아닌 다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떠난다고 몹시 울었었지. 재신은 별당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또 엉엉 울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별당문을 열었는데, 구르듯 달려나올 줄 알았던 반토막이 없다. 예상이 어긋나고, 우는 것을 어찌 받아주나하는 근심이 사라져 약간 허탈한 기분으로 몸을 돌려 나오는데, 누군가가 별당으로 들어선다. 얼핏보니 아까 그 손님이다. 객이 별당까지 오는가 하고 내외하고 있는데, 그 객이 자신을 부른다.
서방님!
서방님? 재신은 몸을 돌려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동그스름한 얼굴에 볼록 나온 이마에 어디선가 본 듯한 아미, 큰 두 눈이 말갛게 자신을 보고 있다. 고운 수가 점점이 놓인 새하얀 저고리 아래로 자운영같은 치마가 길었다. 윤나게 빗어 얌전히 쪽을 진 머리인가 동백향기가 올라와 코를 간질였다. 긴속눈썹에 둘러쌓인 눈이  깜빡였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방님. 아아...손님이 아니었구나. 반토막이었다. 허나 이제는 반토막이라 부르기가 무색하다. 키큰 자신에게 대어 여전히 어깨는 작았지만 높이는 전보다 한뼘을 올라와 있었다. 하얀 얼굴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갸웃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어...\' 라고 튀어나오는  자신의 대답이 들려왔다.

예전에도 별당은 자주 찾지 않았었다. 재신은 방이 어색한 듯 돌아보다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다운의 기척이 들린다.
들어와.
어색하니 한 마디를 던지자 예전처럼 살금살금 눈치를 살피며 방으로 들어온다. 자기 방에 들어오면서 눈치는...안변한 것도 있다 싶어 어쩐지 안도가 되어 말투는 다시 무뚝뚝해졌다.
뭐요?
상대편의 눈이 주춤하다가 무언가를 내민다.
고운 비단으로 배접한 책은 단정한 글씨로 心在圈 이라 써있다. 심재권? 속을 들여다보니 자신이 주고 갔던 시문들이 정리 되어 묶여있다.
구양수체를 닮은 날씬한 글씨가 나비처럼 날아갈 듯 꽃같은 시들과 잘도 어울렸다.
누가 쓴거요?
제가....썼습니다.
재신은 청으로 떠나기 전 보았던 비뚤한 글씨를 떠올렸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예?
원망 섞인 눈이 그를 향했다. 어째서인지 놀릴말도 떠오르지 않아 재신은 말을 돌렸다.
심재권이라면 주숙진의 사(詞)에 나오는 자구가 아닌가? 왜 제목을 심재권이라 한거요?
질문을 듣고는 입술을 깨무는 양이 할말이 있으나 입을 다무는 것같다. 재촉을 하자 겨우 다운이 대답을 한다.
무릇 권이란, 동그라미라는 것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이 아닙니까, 먼저 이 시들이 그 자체로 완전한 것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주숙진의 圈兒詞에서 노래한 것은 그리움인데, 이 시들도 그리는 마음을 시로 지은 것이니 내용도 어울린다 하겠습니다.
또 원이란 것을 그릴 때에는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 그 끝을 만나는 것이니 이 시의 마음도 이제 끝과 만나 맺음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마음이 동그라미 안에 있다고 한 것입니다. 원이 닫혀버렸으니 마음은 이제 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끝을 맺은 것입니다...
답을 들으며 재신은 턱하니 내려온 아래턱을 추스렸다.
좌우로 방에 쌓인 것이 책인 것에 눈을 돌린 재신은 책을 하나씩 들썩여보았다.
주역본의,주비산경주해, 산학입문, 구장산술? 책상에는 산대와 함께 마방진을 그린 종이까지 있었다.
반토막 너...이런 서책은 어디에서 얻은거냐?
재신은 어안이 벙벙했다. 시문을 짓는 연습을 하였으려니 했는데, 전혀 예상외의 책들이 펼쳐져 있다. 필시 혼자힘으로 구한 것은 아닌데, 어머니가 산술을 아실리는 없고, 아버지는 별당으론 얼씬도 안하시겠지만 별당에 오신다고 해도 며느리에게 산술을 가르치실 살가운 성격도 아니지 않은가. 형 영신이 한때 산술에 빠지자 호통을 치셨던 아버지셨다. 물론 당신도 산술에 흥미는 있으셨지만 그런 티는 잘 내지 않으셨기도 했었다.
복잡하고 잔뜩 찌푸린 재신의 얼굴을 보는 다운의 얼굴은 담담했다.
3년의 세월 키는 자랐으나 그녀의 바람은 자라지 못했다. 3년동안 소식도 한 줄 없는 남편의 마음이 제것이 될리 없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소망이나 희망같은 것은 아예 내려놓은지 오래였다. 글씨 연습을 하며, 공부를 하며 삼백예순날씩 세번을 보내는 동안 그녀는 마음을 버리고 또 버리는 것도 함께 배웠다.
무심한 다운의 얼굴빛은 재신을 더 당황시켰다. 울지도, 칭찬을 기대하며 바라보지도 않는 조용한 눈에 기분은 점점 뿌옇게 흐려졌다.
\'간다!\' 짜증섞인 말을 뱉으면서 재신은 벌떡 일어났다.
가시려구요....
다운은 조용히 일어섰다. 눈물도 투정도 없이.
재신은 휙 바람을 내며 별당을 나섰다.
\'좋은 아내 좋아하시네....\'
별당 문 밖의 죄 없는 돌맹이가 차여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


-계속-

*주숙진 :송대의 여류시인. 권아사는 동그라미를 소재로 그리움을 노래한 그녀의 시이다.
*주역본의~구장산술 : 수학책.
*산대 : 복잡한 셈을 할때 쓰던 막대기입니다.
*마방진 :1에서 n제곱까지의 자연수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하여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게 만든것.(장헤원의 동양수학사 참조)


횽들 나 잠안자고 뭥미...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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