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앙은 전투씬이 구린 거나 재미 이전에 가장 심각한 문제가 보면서도 

이게 무슨 스토리인지 파악이 힘들다는 것임.

그래서 라앙 다 본 김에 개인적으로 파악한 것들과 홈피의 언급을 종합해서, 

애니에서 무슨 내용인지 알기 힘들었던 부분을 해설해보고자 함.

이 작품은 원작인 페엑 스토리와 설정을 모르면 무슨 소린지 이해못할 부분이 많고,

페엑에 관심 없어서 해당 정보를 모르는 양반도 많을테니, 페엑 시절과 비교해가며 진행할 거임.

또한, 애니 보다가 무슨 전개인지 못 알아먹으니 짜증나서 대충 본 사람들을 위해 작중 용어도 간략하게 설명 덧붙이겠음.

우선 시작하기 전에 이 작품의 스토리 이해를 방해하는 요인 하나를 짚고 넘어가겠음.

라앙에서 보는 사람들을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중구난방의 회상 장면임.

<예선에서 별의별 방법으로 죽는 하쿠노의 회상>

회상에서 하쿠노는 예선 때 신지에게 배신당해서 살해당했음.

그리고 하쿠노는 성배전쟁 2회전에서 댄 블랙모어 경과 싸워서 승리한 적이 있음.

또한 하쿠노는 3회전에서 사이버 고스트 앨리스와 유대를 쌓고 다시 만나러 오겠다는 약속을 했음.

심지어 하쿠노는 세라프의 정상. 치천의 우리에서 트와이스와 대치한 적이 있음.

문제는 회상의 내용들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거임.

예선에서 죽은 사람은 애초에 성배전쟁에 참가를 못함.

로빈 훗은 자길 이긴 상대였을 하쿠노를 생판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함..

앨리스와 만난 하쿠노는 령주 모양이 지금과 전혀 다름.

작중에도 나오듯이 천년 동안 치천의 우리에 도달했던 마스터는 단 한명. 네로의 전 마스터 밖에 없음.

회상씬들이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데드 페이스이기 때문임.

작중의 키시나미 하쿠노는 과거 트와이스에게 패해서 죽은 소녀 하쿠노의 요소와, 

천년동안 세라프에서 죽은 패자들의 원념이 모여서 구성된 죽음의 총체임.

무슨 말이냐고?

작중 회상에 등장하는 하쿠노들은 전부 다른 인물이란 소리임.

주인공 '키시나미 하쿠노'를 구성하는 패자들 각자의 과거를 하쿠노의 스킨을 씌운 채로 회상했다는 것.

쉬운 예로, 치천의 우리에서 트와이스와 대치했던 것은 사실 소년이 아닌 소녀 하쿠노 쪽임.

그럼 이걸 전제로 두고 진도를 나가보겠음.

대망의 시작. 그래 시작임.

보통 스타트 끊으면, 보는 사람이 몰입하기 쉽게, 이건 어떤 세계관이고 지금 상황이 어떤지 정도는 알려주는 법임.

하지만 나스는 공경 시절에 부감풍경에서 저질렀던 버릇이 재발했는지, 

페엑을 모르면 뭐가 뭔지 알 수 없고, 페엑을 알면 오히려 더 헷갈릴 구성으로 스타트를 끊어버렸음.

무대는 전뇌세계 세라프의 학원 구역.

원래라면 성배전쟁의 참가자 자격을 가리기 위한 예선전이 치뤄지던 장소였음.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기억을 빼앗긴채 주어진 역할에 따라 반복되는 학창생활을 보내게 되며, 

제한시간 안에 자력으로 그 상황에 위화감을 느끼고 깨닫는 것이 합격조건이었음.

애니의 상황은 게임 시절과 얼추 비슷함.

신지, 린, 레오가 학우로 있고 키시나미 하쿠노란 남캐가 과거 기억도 없는 채로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음.

아마리 미사오란 신캐가 추가되긴 했지만, 애니에 오리지널캐 추가는 흔한 거라서 큰 변화로까진 느껴지지 않음. 

때문에 페엑 경험자라면 그냥 예선전이 치뤄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기 쉬움.

가장 명확한 차이점은 학교 아래에 고성소란 장소가 존재하는 거임.

폐기물이 된 데이터들이 버려지는 쓰레기장. 즉, 천년동안 패자의 기록이 모인 장소이자 지금의 하쿠노가 태어난 장소임. 

이곳에서 하쿠노는 트와이스를 만나게 됨.

페엑을 아는 사람이 보면 문셀 중추에 있을 최종보스가 친히 주인공 앞에 나타난 것이요,

모르는 사람은 처음 보는 안경잽이가 갑툭튀해서 뭔지 모를 말을 충고랍시며 던지고 사라진 걸로 보였을 거임.

그런데 사실 이 장면에는 재미있는 떡밥이 있음.

<하쿠노가 본 트라우마>

트와이스가 설명해줬듯이, 고성소의 소각로에 온 자는 자신이 원체험한 풍경. 트라우마를 보게 됨.

그리고 하쿠노는 그곳을 찾았을 때 불타오르는 폐허를 보았음.

하쿠노가 무슨 존재인지를 생각하면 이것은 그의 안에 있는 죽은 자 중 누군가의 기록이라는게 됨. 

애초에 하쿠노 자신에겐 과거가 없으니까.

<죽어가던 생전의 트와이스가 본 광경>

그리고 이때 하쿠노가 본 광경은 생전에 바이오 테러에 휘말려서 

눈앞의 어린아이 하나 못 구하고 죽은 트와이스가 본 풍경과 아주 흡사함.

작중 세라프 정상에 있는 트와이스가 이미 죽은 트와이스의 원념이라는 점.

그리고 고성소에는 죽은 자들의 기록이 쌓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1화에서 하쿠노와 대화하던 트와이스는 사실 하쿠노의 내면에 있던 그가 말을 걸었다는 해석이 가능함.

실제로 이후로도 하쿠노는 이미 고성소를 떠난지 오래인데도, 시간과 장소를 무시하고 

고성소에 있는 트와이스와 대화하면서 그에게서 중요한 키워드를 듣곤 함.

1화 후반부는 갑작스런 예선종료 통지로 급전개가 시작됨.

페엑을 해본 사람이면 자기가 아는 예선전과는 다르니 움찔했을 부분.

아직 예선통과를 못한 자들은 남아있는 경쟁자를 죽여야만 살아남아서 본선에 갈 수 있으며,

실패한 자들은 모조리 제거당함. 하쿠노 역시 미사오의 꼬드김을 들은 신지의 배신으로 살해당하게 됨.

이후의 전개는 잘 아는 대로 하쿠노는 진작에 죽었을 상처를 입었는데도 목숨을 부지했고,

자길 죽이려 드는 추적을 피해 고성소 소각로로 달아남.

그리고 그곳에 있던 폐기된 데이터. 황금극장의 잔해에서 네로를 소환하고 위로 올라갈 자격을 얻게 됨.

자, 그럼 이 갑작스런 살육극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부 가짜.

알다시피 작중에서 성배전쟁은 진작에 옛말이 되었고

당연히 예선전은 치뤄지지 않은지 오래였음.

1화에서 벌어지던 것은 전부가 과거에 실재로 있었던 사건의 재현에 지나지 않음.

즉, 학교에서 하쿠노가 보았던 린과 레오. 신지와 미사오는 천년 전에 예선 통과하고 떠난 인물들의 재현이지 진짜가 아님.

피 흘리며 쓰러진 하쿠노에게 들렸던, 또 다시냐는 죽은 학생들의 목소리는

이것이 한두번 반복된 재현이 아닌 것을 말해줌.

트와이스가 이 학교를 전자의 지옥이라 표현한 것이 딱 들어맞음.

왜 이런 재현을 반복하고 있었는지는 재현된 예선전을 운영하던 코토미네의 마지막 대사와

홈피의 언급 등으로 유추가 가능함.

고성소 영역은 이미 예선도 치뤄지지 않게 된 성배전쟁에 원래는 없을 129번째 마스터를 보내기 위해서

천년 동안 패배자들의 기록으로 예선전을 재현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실패하는 결말만을 맞이했음.

하지만 차크라 바르틴의 완성이 가까워지면서 세라프의 최후를 느낀 죽음의 총체가 

정상에 있는 승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눈을 뜨는 변화가 일어났음.

그리고 미움과 승자에 대한 분노 밖에 없었을 그가 살기 위해서 싸울 의지를 획득하는 

기적이 일어나면서 마침내 역할을 다하게 된 것.

그리고 세라프 최하층은 그들을 보낸 후 차크라 바르틴에 의해 소거되게 됨.

※ 정리하면서도 노잼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