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건물 아래로 들어가는 시진에게 모연은 함께 내려가자고 해.

시진은 새로운 희생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며 모연에게 함께 내려갈 수 없다고 하지. 모연은 그걸 받아들이고 혼자 내려갈 그에게 줄 응급키트를 준비하는데, 약병에 쓰인 영어 아래에 그녀가 쓰는 한글, [엔세이드].


그걸 보고 시진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 내가 영어를 못읽을까봐 그러는거냐고 억울하다고 항변해.

그럴만하지 육사수석 졸업에 미합중국사관학교에서도 날리던 그에게 이런 취급이라니!

하지만 모연은 그의 억울함 서린 농담도 받아주지 않고 여전히 심각하고 진지해.

난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땐 그냥 재밌었거든.

꽁알꽁알 대는 유시진도 귀엽고 안받아주는 모연도 좋고, 아무튼 웃기고 재밌었어.

근데 생각해보니 모연이 심각하고 진지한 이유가 있었더라구.

7회 고반장님과 바유를 구출하러 갔을 때는 의사인 자신을 데려가서 잔인한 선택을 하게 하던 그가 이번엔 너무 위험해서 의사인 당신도 함께 갈 수가 없다는거야. 

이건 정말 위험한 상황인거지. 

의사가 대기중인 지진현장에서 구조대가 직접 응급처치를 해야할 정도면 최소한의 안전확보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의미야.

그런데 그 현장으로 들어갈 시진은 너무도 아무렇지 않고, 그녀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심지어 농담까지 해대는데 모연이 걱정이 안되겠어?

 난 저 한글 [엔세이드]라는 메시지의 수신자가 유시진이 아니라고 생각해.

시진이 그걸 읽고 쓰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걸 모연이라고 모르겠어?

저 메시지는 모연이 준비하는 [만약]인 거야.



[엔세이드], 이 한글로 적은 메시지는 모연이 시진을 위해 준비한 [만약]이야.

시진이 혹시 모를 본인의 죽음을 준비하기 그 이전에, 이미 모연은 준비한거야.

유시진이 크게 다칠지 모르는 상황을...

시진에게 저 한글은 아무 소용이 없어. 영어를 읽고 쓰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고, 응급처치까지 충분히 잘해내는 시진에게 약병에 적힌 글자가 영어이건, 러시아어이건 심지어 우르크어여도 시진은 대처할 수 있어.


근데 만약 시진이 다치면? 그리고 그 옆에 영어를 읽을 수 없거나, 응급처치를 능숙하게 할 수 없는 누군가밖에 없다면?

모연을 비롯한 의사들은 모두 건물 밖에 대기 중이고 그의 옆엔 그의 부하들 중 한명 또는 최악의 상황에는 생존자 뿐일 거란 말이야.


그의 부하들이 얼마나 의료 용어를 알아볼 수 있는지 모연에겐 알 수 없는 일이야.

그래서 모연은 그들에게 정확한 지시를 주기 위해 한글로 적어둔거야.

약병의 모든 영어 밑에 그녀의 메시지를 적은거지. 유시진을 살려달라고...

확실히 해두는게 좋으니까.


끝까지 그녀에게 농담을 늘어놓던 시진이 휘적휘적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모연의 눈에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해.

모연은 바라지, 저 약병의 메시지가 부디 소용없기를..

아무 일 없이 돌아온 시진이 되게 영어로 말하는 걸 꼭 듣게 되기를 바랐을거야.

이어지는 글 : 그대 내게 다시 돌아와요  /  유시진의 죽음에 대한 각오

아무 일 없이 이쁘게 내 품에 와준 떡이 넘나 이뻐서 뻐렁침을 주체 못하고 이 대낮에 리뷰를 쓰고 있네 징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뷰는 원래 밤에 써야 제맛인데.. 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