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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당신을 놓쳐야만 하는 이유

이응(1.245) 2017.05.24 01:18:13
조회 2299 추천 44 댓글 21
														

[백수3], [대갈오징], [돌맹이], [ㅍㄹㄹ] 포롤들의 소재를 취합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방송분의 시강감정선이 상당히 축약되어 있고 함축적이라, 소설과 대본 내용을 섞어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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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셋 중에 한번은 실력이 빽이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네번째 기회는 필요없는 모양이야, 강선생?"

 


모연은 세번째로 눈앞에서 교수자리를 빼앗겼어.

첫번째 임용때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빼앗겼고, 두번짼 교수의 논문을 써준 선배가 임용됐어.

그때까지 모연은 참았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선배들보다 먼저 교수자리를 달기엔 의료업계는 너무 고지식하지.

 

하지만 이번엔 그 어떤 명분으로도 모연이 뒤지지 않았어.


모연은 발군의 수술실력을 가진 보기 드문 서전이야. 해성병원의 집도의들은 모두 모연의 어시를 그저 만족스러워하기 바빴지.

동기들 중 누구도, 아니 선배들을 포함하더라도 모연만큼 수술실에 청춘을 쏟은 의사는 없었어.

그런데 그런 모연의 피나는 노력에도 빽 앞에서는 장사 없는지, 이번엔 분명히 너일거라고 말하던 외과장이 마지막에 뒤통수를 갈긴 거야.

 

모연이 밤새워 만든 논문을 들고 학회에 가면서 집도의를 김은지한테 넘겼을 때부터 무언가 불안했는데, 그녀는 결국 이렇게 이용만 당하다 토사구팽 당하고야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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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난 쪽팔리고 교수라도 됐지, 넌 쪽팔리고 아무것도 안됐네?"

 


분명 30분전까진 즐거웠는데...

 

 

최근들어 이렇게 깔깔 웃고 들떴던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즐거웠는데, 그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가 모연을 남겨놓고 휙 가버리더니 그녀의 행복과 행운마저 함께 가져갔는지, 그 다음부터 모연은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것 같은 기분이야.

동기들 중 가장 멍청하고 가장 못돼먹은 김은지에게 모연은 너무나도 어이없게 교수 자리를 빼앗겼어.

김은지 그 나쁜년은 학창시절부터 내내 모연에게 악의적이더니, 이번 교수임용을 아버지의 빽으로 거머쥔 뒤 그녀를 제쳤다는 승리감에 도취됐는지, 잔뜩 이죽대며 내일 있을 제 방송까지 떠넘기고 교수들과 축하파티를 하러 갔어.

그녀의 자리를 빼앗아간 나쁜년이 떠넘기고 간 방송자료를 모연은 울며불며 외워야해. 이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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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외우고 또 외워도 외워지지 않는 방송 대본을 모연은 소리내어 울며 밤새도록 외웠어.

모연이 우는 이유는 이번 일 때문만은 아니야.

앞으로도 그녀의 인생이 남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끝이 날까봐 그게 두렵고, 절망스러운 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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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시진은 사령관 윤길준에게 8개월 간의 해외파병을 명령받아.

눈 앞이 캄캄해져. 어제 모연을 남겨두고 오면서도 이 일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어떻게 이해를 구하나 걱정했는데, 8개월짜리 파병이라니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


시진은 일단 어제의 일부터 사과하기 위해 모연에게 전화를 걸지만 모연은 전화를 받지 않아.

시진에게 그녀가 화가 나서 받지 않는 건지, 환자를 보느라 바빠서 그런건지는 알 수 없어.

둘 중 뭐가 됐든 일단 모연의 병원에 가서 기다리면 만날 수 있겠다 싶어서 무작정 해성병원에 왔는데 병원에 그녀가 없대.

 


"저기 계시네요. 생방송 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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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의사인 모연이 웬 방송을 한다는 건지, 시진이 간호사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병원 로비의 TV에 그녀가 나오고 있어.

화사한 차림의 모연이 눈부신 조명 아래 앉아 낭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를 하는 중이야.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매끄럽게 방송을 주도하는 모연의 모습이 마치 매일같이 방송을 하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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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시진은 모연이 생경하고 자랑스럽기도 해.

역시 놀라운 여자구나 싶어서 시진은 모연의 방송이 다 끝날 때까지 오래도록 모니터 앞에 서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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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나고 시진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면 그에게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모연은 아무 연락이 없어.

모연의 집앞에 무작정 찾아와 그녀를 기다리는데, 시진은 어떻게 모연에게 사과를 하면 좋을지 도무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데이트 하다 말고 가버리는 남자를 어떤 여자가 이해해주겠어.

그렇다고 그의 사정을 모두 설명할 수도 없어.

그는 업무 보고 이외에 누군가에게 자신에 대한 것을 설명하는 것을 국가로부터 제재당하는 특임대 팀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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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은 오늘 하루종일 뜨거운 조명아래서 화려한 차림의 아나운서와 수많은 방청객들 사이에서 그녀의 불편한 마음과는 반대로 방긋방긋 웃으며 떠들다 왔어.

어제 저녁부터 엉망진창인 기분과 상관없이 모연은 방송을 무사히, 아니 더할 나위 없도록 완벽하게 마무리 하고 오는 길이야.

프로그램 아나운서와 담당피디는 보기드문 모연의 화려한 비주얼과 그녀의 방송매너에 감탄하는 눈치였어.

대타로 나간 자리였지만 그들은 모연을 썩 괜찮은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


막상 모연 본인은 내가 왜 여기 이러고 있는지, 뭘 위해 이걸 하는지, 반쯤은 정신을 다른데 놓고 있었는데 말이야.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간 나쁜년의 숙취해소를 위해 나와 있는 이런 대타 자리를 모연은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보란듯이 멋지게 해내고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


모연을 뒤에서 비웃고 그녀의 실패를 고소해하는 시기심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내가 못해낼 것이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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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온종일을 방송국에서 보내고 지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 앞에 유시진이 서있었어.

오늘 하루 모연의 뇌리를 떠나지 않던 그남자가 모연을 찾아온 거야.

 

 

뭘하고 온걸까, 저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이야기를 하러 나를 만나러 온걸까.

 

 

모연은 시진을 집에 들이지 않았어.


모연이 시진을 집에 들이지 않은 이유는 뭐였을까?

그녀를 두고 가버린 시진에게 화가 나서?

아니면 데이트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와 이미 헤어질 결심을 한 후라서?


아니야.

모연은 시진이 하는 말을 일단 들어보고 싶어했어.

어제 일에 대한 사과보다도 먼저 시진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어.

무얼 하는 사람이길래 다른 군인들은 다들 한다는 삽질은 안하고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전우를 구하러 갔었던 거며, 왜 비나 눈이 아닌 총을 맞는지 물어보고 싶었어.

저번 날, 병원옥상에서 그를 데리러 온 헬기를 타고 사라지면서 나중에 다 설명 하겠다던 이야기가 뭔지, 그걸 시진에게 듣고 싶었어.


그 설명을 들어야 시진을 그녀의 집에 초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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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마주 앉은 두사람은 한참동안 말이 없어.

할 말을 찾지 못하는 시진과 그가 해줄 말을 기다리고 있는 모연은 그저 찻잔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야.

이내 시진이 그녀에 대한 사과로 입을 떼.

 


"그날은 미안했어요. 그렇게 두고 가서."
"내가 듣고 싶은건 사과가 아니라 설명인데요."

 


사과보다 설명을 해달라는 모연의 말에 시진은 순간 입을 다물어.

그가 모연에게 해주고 싶고 해줄 수 있는 것들 중에 설명은 없어.

시진이 지금 모연에게 할 수 있는건 사과 뿐이야.

모연이 그가 하는 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적당한 거짓말로 얼버무렸겠지만, 그녀는 시진이 하는 일을 아주 어렴풋하게 나마 짐작하고 있는 사람이야.

집단 패거리들을 상대로 싸우고도 다친 곳 하나 없고, 옆구리에 총상 흉터를 가진 군인이면서 헬기가 데리러 오는 남자라니.

그의 정체를 완전히 속이기엔 시진은 이미 모연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보였어.

그래서 시진은 다른 여자들에게 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거짓말을 모연에게 할 수가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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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디 갔다 왔어요? 또 헬기 타고 갔어요?"
"아뇨. 멀리 안갔어요. 규정상, 자세한 얘긴..."
"...그렇군요. 간첩은 아니죠?"

 

역시나 시진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

모연도 예상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어.

그녀에게 해줄 말이 없는 시진도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지.

어제 그가 저지른 그 무례에 분명 모연도 무안하고 섭섭했을거고 화가 났을텐데도, 사과보다도 설명을 원한다는 이 신기하고 독특한 여자를 실망하게 하는 일이 시진이라고 기쁠리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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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힘든 하루였는데, 문득문득 유시진씨가 끼어들었어요. 내가 끌린 그 남자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무슨 일을 하는 걸까."

"..."

"근데 이렇게 만나도 난, 유시진씨 애기를 들을 수 없다는 얘기네요, 규정상?"

"...미안합니다."

"특수부대, 뭐 그런 거예요?"

"비슷합니다."

"삽질한다면서요, 부대에서."

"..."

"총상을 입었다는 건 총을 맞았다는 거고. 그럼, 총을 쏘기도 한다는 거네요?"

"..."

"그러니까, 누군가를 죽이거나, 본인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일을 한다는 거네요, 유시진씨는."

"..."

"나쁜 사람들하고만 싸우나요?"

"..."

 


모연은 시진에게 수많은 질문을 했어.

그가 자신의 질문 중 무엇 하나라도 답해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이 질문이라면 당신이 답해줄 수 있을까? 이 질문도 안 되나?

 

 

그런데 그는 그저 씁쓸하게 웃을뿐, 모연이 하는 어떤 질문에도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아.

그저 사과만이 있을 뿐이야.

그래서 모연은 질문을 멈추고 모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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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같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려고, 수술실에서 열두시간도 넘게 보내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죠. 생명을 위해 싸우는 거. 그런데 유시진씨의 싸움은 죽음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거네요."

 

 

시진은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방식으로 생명을 지키는 모연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가 궁금해 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이해했어.

모연이 원하는 답은 시진이 그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던 것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그가 하는 일 그 자체였어.

그게 다른 무엇보다도 모연에게 중요한 문제였던 거야.


되새겨보면 모연은 이제껏 그걸 계속 궁금해했었어.

처음 만난 날에도 총상을 보며 '어쩌다가 다쳤냐'고 물었지.

언제 다쳤냐던가, 아프진 않았냐는 질문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다 다쳤는지를 궁금해했었어.

모연의 집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에도 시진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고는 '이번에도 삽질하다 다쳤냐'고 물었어.

항상 모연이 시진의 지난 상처에 대해서 궁금한 건 그거였어.

유시진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연이 이렇게 묻고, 저렇게 묻고 계속해서 돌려서 물었던 질문에 시진은 항상 농담으로 넘겨왔지만 말이야.


그 때마다 모연은 그의 화제 전환을 항상 모른척해주었었어.

아, 당신이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구나. 피하고 싶은 주제구나, 하고.

그런데 이제는 시진의 대답을 들어야겠기에 모연은 직접적으로 묻는거야.

시진이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연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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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군인입니다. 제가 하는 싸움은, 서로 상처 하나씩은 나눠 가져야 각자의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슬픈 싸움도 있고. 낯선 땅의 내일을 위해, 나와 전우들의 오늘을 바쳐야 하는 명예로운 싸움도 있고. 고작 서른 셋, 꽃 같은 전우의 죽음을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외로운 싸움도 있습니다."

"..."
"군인은, 명령으로 움직입니다. 때론 내가 선이라 믿는 신념이 누군가에겐 다른 의미라 해도, 저는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동안 전, 세 명의 전우를 작전 중에 잃었습니다."

"!"
"그들과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나와 내 가족, 강선생과 강선생 가족, 그 가족의 소중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무력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시진은 말을 고르고 고른 후에야 이야기 해.

모연에게 그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시진이 하는 말은 이것이었어.

그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그는 어떤 사람인지 지금 시진이 모연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의 최선은 이게 전부야.

 

시진은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믿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누구도 하기 꺼려하는 일이기에 그가 하기로 한거야.

그는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실제로도 잘 해왔어.

시진은 어려서부터 군인의 길을 꿈꿔왔고, 명예로운 군인이 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왔어.

그 노력들이 현재의 군인 유시진을 만들었고 시진은 군인으로서의 자신이 자랑스러워.

그래서 그가 군인의 일을 포기할 수 없는 거고.


모연이 그와의 연애를 이어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에 그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면, 시진은 그녀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해주어야 해.

모연은 그가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자격이 있으니까.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모연에게 시진 자신도 당혹스러울 정도로 끌리지만, 그러니 더욱 솔직해져야 하는거지.

그가 말해줄 수 있는 부분 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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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이 하는 일은 정말로 자신의 청춘을 바치고, 목숨을 바치는 일이었어.

모연의 예상이 전부 맞았던거야.

 

그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지만 그가 누구냐에 따라 그 생명을 거두기도 하는 사람이었어.

의사인 그녀와 같으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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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의삽니다. 생명은 존엄하고, 그 이상을 넘어선 가치나 이념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모연은 의사야.

눈 앞에 누워 있는 환자가 살인범이건, 테러범이건 그게 누구든, 일단 그녀가 치료해야 할 환자라면 모연은 그가 누구라도 환자로 대할 뿐이야.

모연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를 수술하고 회복을 돕지.

시진이 하는 일처럼 구해야 할 생명과 죽여야 할 타겟을 따로 설정하는게 아니라, 모연은 누구든 살려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야.

모연은 끝내 시진이 하는 일을 받아들이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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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제가 기대한 만남은 아닌 거 같네요."
"이해합니다."
"가보겠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잘가요."

 


모연의 결정은 결국 시진과의 이별이야.

시진은 모연의 결정을 존중해주었고 그녀에게 인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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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은 마지막까지 모연에게 신사적으로 굴었어.

이별을 고한 모연에게 웃어주었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게 보내주었지.

그리고 혼자 남은 카페 안에서 그는 오래도록 앉아 있었어.


이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만큼 두사람이 함께한 시간은 짧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에게 아주 많이 끌렸고, 그래서 기뻤지만, 그런만큼 이별이 아쉽지.

서로가 서로를 놓치고 싶지 않을만큼 이끌렸는데,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주변 상황에 의해 흔들리더니 결국 끝이 나고야 말았어.


유시진은 알고 있었을까? 

이별을 고하는 강모연의 마음이 사실은 시진이 그녀를 잡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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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간의 휴가를 받았음에도 시진은 그날밤 바로 부대로 돌아왔어.

시진은 부옇게 김이 서려서 비쳐보이지 않는 거울을 닦아내곤 자기 얼굴을 한참 들여다봐.

가슴 뛰게 하는 여자를 만나고도 그녀를 잡을 수가 없는 무력하고 답답한 남자의 얼굴을.

 

시진은 모연을 설득하지 못했어.


모연과 처음 만난 날, 그녀가 우스갯소리로 했던 살인범들은 대개 호감형이라던 말에 시진은 꽤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어.

따지고 보면 그는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목적이 그가 믿는 선(善)을 이루기 위함이고, 그가 받은 임무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시진이 죽이는 건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시진은 모연에게 차마 당신과 내가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가 없었던 거야.

 

 

그가 사람을 죽이고, 자신 또한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하는 이유가 본질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걸 시진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지만, 모연에게 그것을 이해시킬만한 시간은 너무나 부족했어.

그는 곧 떠나야할 사람이니까.


그래서 시진은 모연을 잡을 수가 없어.

그녀를 놓쳐서 지금은 너무 아프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으니 곧 괜찮아질거라고 시진은 믿어.



이어지는 글 : 그냥 지나가는 인연은 아닌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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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괜찮을거에여 유대위님아. 앞으로 8개월간 수시로 생각나고 안괜찮을검미다. 미래에서 왔어여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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