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회식.

공군 신병들을 환영하는 전통.

자대배치받고나서 선임들앞에서 과자나 냉동식품을 그냥 입에넣고 꼭꼭 씹어서 맛있게 먹어야 한다.

철모르던 신병시절 나도 빙 둘러앉은 선임들 앞에서 맛동산과 각종 과자들 거의 일곱봉지를 먹었고

까끌까끌한 맛동산을 허겁지겁 물도없이 계속 먹느라 수분이 부족해서 목이 말랐다

세봉지째 먹는데 목구멍에 과자가루가 확 느껴지면서 목이 매여 숨이 막혔다

삼키지 못한 맛동산을 입에 물고 얼굴이 벌게져서 있는데

공군출병장님이 보라매처럼 달려와서 내 등을 두들기고 콜라를 컵에 따라 주었다

당연히 입에머금고있던 맛동산은 무사히 삼킬 수 있었다

나는그날 공군출병장님께 배부르게 얻어먹었다.

회식이끝나고

공군출병장님이 테이블에 놓인 과자봉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배부른데 억지로 먹지 마라"

"니가 선택해서 온 공군이다. 배부르면 억지로 먹지 마라."

나는 공포따위 느끼지 않고 배가 불러 그만 먹었고

공군출병장님의 감독 하에 모두 함께 회식자리의 뒷정리를 했다.

그날 밤에 공군출병장님이 나를 불렀다

담배 두개를 물고 불을 붙여 한개비를 건네주며 말했다.

"힘든걸 참아봐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여기는 너희 집이 아니다. 억지로 참아봐야 너만 힘들고 병신되는거다. 여기 공군에서뿐만이 아니다. 사회가 그렇다. 아무도 니가 힘든걸 알아주지 않아. 그래서 무슨일이 있어도 내 한몸 잘 건사하면서 적당적당히 사는거고, 그래도 같이 즐긴 자리는 같이 정리하는게 맞다. 그게 사회의 예절이니까. 그래서 같이 정리하게 시킨거다."

"명심해라. 공군은 불필요한 고통을 참지 않는다"

그날 나는 소주를 먹지 않고도 취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 그날 맛동산 몇봉지에 공군정신을 배웠고 공군정신에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