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만 해도 커피추출법은 튀르키예식 커피 혹은 거기서 파생된 방법이 전부였음. 집에 손님이 와서 커피 끓이다가 생각이 나서 여기서 커피 끓이는 방법과 흔히들 하는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

원래 튀르키예는 커피마시던 나라임. 차는 공화국 수립 이후 아랍국가들이 모조리 독립해버리자 국민에게 카페인을 공급할 방법을 찾던 공화국 정부가 리제에 대량으로 차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지 그전엔 커피만 마시던 사람들임. 오스만 제국 시절 커피는 대부분 예멘에서 가져왔음.

튀르키예식 커피도구는 간결함. 진짜 필요한 도구는 커피를 담는 제즈베(cezve)랑 커피잔 뿐이고 나머지는 거드는거.

일단 커피를 갈아야겠지. 요즘이야 요 앞 슈퍼가면 튀르키예 커피용으로 갈아놓은 원두를 살 수 있지만 옛날엔 타흐미스하네(Tahmishane)라는 커피 로스터리같은데 가서 로스팅한 원두를 며칠 먹을만큼만 사와서 직접 갈아서 썼음. 커피 가는 방법은 1. 절구로 근성을 가지고 빻은다음에 밀가루용 채에 쳐서 고운 가루만 모으는방법, 2. 황동제 핸드밀로 근성을 가지고 가는거 둘 중 하나임. 커피용 절구도 있긴 한데 쓰고싶지 않아서 핸드밀로 갈았음. 밀가루만큼, 혹은 더 가늘게 갈려야함. 에스프레소 분쇄도조차도 튀르키예 커피로 써먹기엔 너무 굵어서 안됨.

그 다음엔 컵 하나당 2티스푼 분량으로 제즈베에 담고 찬물도 컵으로 개량해서 담아야지. 참고로 "체즈베"라고 국적불명의 발음으로 아는 사람들 많은데, 터키어로 c는 ㅈ에 대응되므로 제즈베가 정확한 발음임. 당장 옆나라 말들만 해도 제즈바, 제즈베, 자즈웨 다 이렇슴. 이걸 이브릭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브릭이 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해주겠음. 이브릭 커피법은 또 다르거든.

그 다음에 취향에 따라 설탕을 넣는데 여기선 컵당 각설탕 1개가 국룰임. 이걸 중간당도(orta şekerli, 오르타 셰케를리)라고 부르고 설탕을 빼거나(şekersiz, 셰케르씨즈), 설탕을 두배 넣든가(çok şekerli, 촉 셰케를리)라고 주문할 수 있음.

그다음에 한번 살살 저어줌. 그리고 불위에 올리는데, 불위에 일단 올렸으면 절대로, 절대로 커피를 저으면 안됨!

불은 최대한 약한불이 좋은데 나는 근본있는 알콜램프를 썼음. 한국에서 보니까 모래커피가 좀 알려진거같은데 그건 까페에서 주문 대량으로 들어올때 한꺼번에 만드려고 제즈베 수십개씩 모래에 박아넣고 끓이는 방법이지 개인용은 절대 아님. 마찬가지로 끓는물과 커피를 넣고 불에 올리는 방법도 까페용 속성추출법이라 일종의 꼼수임.

기다리다보면 거품이 오르고 끓으면서 한꺼번에 폭발하듯이 부풀어오르는데 이때가 제일 중요함. 제즈베에서 소리날때부터 집중하다가 확 커지려할때 재빨리 제즈베를 들어서 불에서 떼어야함. 그러면 곧 가라앉는데 만약 커피를 쓰게먹고 싶으면 거기서 한번 두번 더 불에 올렸다 뗐다 반복하고, 연하게 먹고싶으면 끓어오를때 바로 불에서 떼서 컵에 따르면 됨.

나중에 커피 마시고나면 그 남은 커피찌꺼기로 점을 보는데 그거 어떻게 하는지 곧 올리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