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세계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하면 뒤에는 바로 영국이 있었다는 드립도 있고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나라지. 그리고 차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어. 인도, 스리랑카를 본격적인 홍차셔틀로 만든것도 영국이기도 하고...

하지만 19세기 중반, 빅토리아시대 초기까지만 해도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차가 중국의 토양과 중국의 기후에서만 자라는 신비한 나무라고 생각했었음. 그래서 당시 마셨던 차들은 100% 중국(청나라)에서 수입해왔고, 청나라는 유럽인들이 차값, 도자기값으로 지불한 막대한 비용으로 전 세계의 은을 쓸어담아시피 했었지. 영국놈들은 그 무역손해 만회하겠다고 청나라에다 인도산 아편을 팔았고 그 결과는 뭐 다들 세계사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알테니까 길게 말하지 않을게.

아무튼 당시 영국인들이 마셨던 차는 지금과 달랐어. 실론, 아쌈, 다즐링? 그거 다 영국인들이 중국에서 가져오거나 그동네 야생차나무를 발견해서 키우기 시작한거고 당시에는 없었음. 당시 사람들은 청나라가 교역을 허용한 중국 남부의 항구들 - 광주, 오문, 천주 등에 선적된 차들을 사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이산차, 민북우롱, 기문, 정산소종(랍상수총)같은 우롱청차와 암차, 홍차들을 가져가서 마셨어.

당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롱청차(혹은 녹차)와 홍차를 섞어 우렸어. 크리스탈 볼에 두 찻잎을 일정비율로 담고 쓰까서 우렸지. 내가 오늘 준비한 차는 기문홍차와 철관음이야. 기문은 지금도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품종이기도 해 특유의 고상한 향도 있고 때깔도 좋아서. 철관음은 당시에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갖고있는 청차는 철관음과 금훤우롱 두종뿐이라 이걸로했어.

둘을 1:1로 볼에 붓고 쓰까줌. 사용한 스푼은 1859년에 만들어진 은제 티매저고 12사도 장식이라고 불려. 빅토리아시대때 유행했던 장식임. 잘 섞어진 차들은 나중에 또 마시게 넉넉하게 섞어서 통에 넣어줬음.

사용한 다기도 당시에 맞게 은제를 썼음. 중국산 도자기 다기도 많이 썼지만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보면 차를 우리기에는 은 > 중국산도자기 > (넘사벽) > 다른 금속기(구리, 은도금 등) > 영국산 웨지우드자기 > 도기 였다고 함.

여기다 뜨거운 물을 붓고 우려줌. (티팟, 찻잔 예열하는건 기본중의 기본임!) 일단 우려진 차를 보면 색깔은 기문으로만 우렸을때보다 연하고 복합적인 향기가 나는게 좋았음. 맛은 음... 철관음이 고온에 약한 차였나 좀 떫은 맛이 나는데 그거야 우유로 상쇄가능함. 다음에 우릴때는 물온도를 살짝 낮춰보든가 우림시간을 줄여보든가 해야겠음.

사용한 다기들을 소개할게

은제 쟁반, 1900년 영국 셰필드
은제 다기 삼종세트 1947년 영국 셰필드
은제 티스푼+설탕집개 1896년 영국 셰필드
은제 티매저(티캐디스푼) 1859년 영국 런던
은제 스트레이너 20세기 중반 소련
웨지우드 본차이나 Charnwood 찻잔 영국 196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