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3주를 맞은 김포공항~인천국제공항간 인천공항철도가 텅 빈채 운행되고 있다. 편의시설 부족, 불합리한 연계 교통수단, 비싼 요금 등의 이유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항철도를 전액 민자 방식으로 건설하면서 예상 수입의 90%에 못 미칠 경우 적자분을 전액 지원키로 해 매년 수백억원의 혈세가 들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개통한 인천공항철도가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한칸에 서너명씩만 탑승한 채 운행되고 있다. /김영민기자

◇텅텅 빈 객차=12일 오전 10시30분 공항철도 검암역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공항철도 일반열차. 객차안에는 기자외 단 3명의 승객만 앉아 있었다. 6개 객차안에는 282석의 좌석이 있으나 승객은 모두 37명(13%).

공항철도는 하루에 일반열차(요금 3100원) 89편, 직행열차(7900원) 17편이 운행된다. 직행열차는 요금이 2배 이상 비싼데다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어 이용 승객이 거의 없었다.

열차안엔 짐을 보관할 곳이 없었다. 대형 트렁크를 갖고 탄 한 승객은 가방이 쓰러지지 않도록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직행열차에는 짐 보관 공간이 있다. 승객 김진배씨(47)는 “공항 이용객 대부분이 크든 작든 짐을 갖고 타기 마련인데 일반·직행을 구분해 짐 보관 장소를 만든 것은 어찌된 차별이냐”고 혀를 찼다. 오전 11시13분 인천공항역에서 김포공항을 향해 출발한 6개 객차 안의 승객은 모두 12명. 그나마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공항철도가 이처럼 외면받고 있는 이유는 공항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시간·요금·환승 편의성 면에서 크게 차별화가 안되기 때문. 승객들은 인천공항역에서 내린 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 출국장까지 가는데 3개 에스컬레이터를 거쳐 700ｍ를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박모씨(39)는 “시간상 별 차이가 없는데 무거운 짐을 지고 환승하는 불편을 감수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깨진 독에 물붓기식 적자 보전=하루 공항철도 전체 이용객은 넉넉잡아도 1만~2만명 수준. 공항철도측은 명확한 하루 이용객 수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공개를 거부했다.

실정이 이런데도 건설교통부는 공항철도 이용객이 올해는 하루 2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민간자본과 계약을 맺었다. 공항 하루 입출국자 8만여명이 전부 공항철도를 이용한다 해도 3배에 달하는 과대 예상치다.

건교부는 서울역까지 2단계 구간이 개통되는 2010년에는 49만명, 2015년에는 67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치를 잡고 있다. 계약에 따르면 오는 2040년까지 33년동안 예측 수요 90%의 미달분은 전액 국고 보조하도록 돼 있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철도가 지나는 부분의 경치가 좋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강구중”이라며 “모두 환승역으로 짜여져 있는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이용객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철도(주)는 김포공항~계양~검암~운서~공항화물청사~인천공항를 잇는 1단계 구간을 지난달 23일 개통했다. 김포공항~디지털미디어시티~홍대입구~공덕~서울역의 2단계 구간은 2010년 개통될 예정이다.

〈인천|유성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