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조종사 제대인원 감소도 배경

런던 출신의 오스틴 화이트헤드(20)는 최근 세계최대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에 조종사로 들어갔지만 조종사 자격을 갖추는데 9만2천 유로(12만4천 달러)의 빚을 져야 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인근에 있는 민간비행훈련학교에서 모의비행훈련 등 14개월의 훈련과정에 소요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진 빚이다.

이처럼 새내기 조종사들이 자격조건을 갖추기 위해 거액의 빚을 지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22일 보도했다.

새로운 경향은 9.11테러 이후 경영난에 봉착한 항공사들이 조종사 훈련을 아웃소싱에 의지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또 세계 각국이 국방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공군 전투기 조종사 숫자를 줄이거나 조종사 복무기간을 늘리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에서 채용하는 조종사들의 3분의 2는 공군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 비율이 최근 들어 40% 정도로 급격히 떨어졌다.

스키폴 공항인근 훈련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 CAE의 제프 로버츠 CEO는 "군대가 예전과 같이 많은 조종사들을 배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9.11테러 이후 항공사들도 자체 훈련센터에 투자하는 대신 비용절약을 위해 조종사 훈련을 아웃소싱에 맡기기 시작하면서 민간 조종사 훈련회사들이 전 세계에서 성업하고 있다.

라이언 에어는 지난 3년 동안 CAE가 훈련시킨 조종사 350명 이상을 채용한데 이어 지난 4월 CAE로부터 4년동안 자격을 갖춘 조종사 1천200명을 추가로 공급받기 위한 2천4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대 조종사 훈련회사 중 하나인 CAE는 세계 19개 국에 조종사 훈련시설을갖고 있으며, 매년 7만5천명 이상의 조종사를 훈련시키고 있다.

하지만 조종사가 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훈련비용이 종전에는 견딜만했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북미와 유럽 항공업계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조종사들의 임금이삭감되면서 조종사 희망자들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귄터 마츠니그 부회장은 "과거에는 훈련비용이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항공의 조종사를 지낸 마츠니그 부회장은 조종사 임금이 10-15년 전수준과 비교해서도 10-20% 떨어졌다고 추산했다.

미국에선 9.11 테러 이후 많은 항공사들이 파산했고, 유럽에선 저가항공사들의 출현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점 등이 조종사 임금 삭감의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라이언에어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1천500시간의 비행 경험을 지닌 조종사의 연봉이 8만 유로(10만8천 달러), 선장은 13만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임금 수준으론 화이트헤드와 같은 새내기 조종사들이 훈련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진 빚을 갚기 위해서는 10-15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