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럼들이 후기 남겨달래서 써본다. 더 정중하고 자세하게 쓰던거 있었는데 와파뻑나고 업뎃하다 날아가니 빡쳐서 못 쓰겠다...  미안해.

요새 가뜩이나 해외출장이 많아서 집에 있는 날보다 뱅기타고 밖에 나간 날이 더 많아. 오늘도 기껏 스페인까지 왔는데 몸살기운에 컨디션도 안 좋아서 와인도 안 먹구 겔겔대다가 그래도 주말이니 기어나가봤어. 일껏 나가니 장대비 쏟아지고 환영식이 거하네...

첫 잔은 고제. 그냥 스페인 크래프트라 시켜봤는데 뭐 딱히 모난 것도 잘난 것도 없는 쿰쿰한 식초 고제.

둘째 잔은 Panda Black Geisha 브라운 에일인데 어디가 검은 지 어디가 게이샤인지 작명 센스를 이해할 수가 없네.

막잔은 홉개구리 버번 에이지드 스카치 레드 에일. 혼술찐따라 배불러서 댓병을 여러 개 시킬 수가 없어서 추천 젤 많은거 하나만. 근데 이거 왜케 비싸냐? 스태프가 진짜 마시고 갈 거냐고 가격확인 시켜주더라.

여튼 왜 스카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완성도는 괜찮았어. 붉다못해 짙은 갈색의 컬러, 몰트 쩐 내음도 싫지는 않았고. 맛은 그냥 캬라멜x10에 바닐라, 그리고 이 것 때문에 밀크초콜렛으로 착각할 정도의 크리미한 쪼꼬렛과 녹아내린 구운 흑설탕 내음. 너무 달아서 8.2%의 알콜 부즈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어. 달다구리한 벨지안 트리펠이나 쿼드루펠을 연상시키기도 했어. 우디함은 거의 없었고.

피니시는 아주 약간의 호피함과 허브의 스파이시. 피곤해서 허브의 캐릭터는 정확히 잡을 수 없었는데 후추나 펜넬향은 아니고, 클로브와 비슷하다는 생각은 잠깐 들었는데 제대로 캐치한거같진 않아.

그래서 결론은 비싼거에 비해선 참신하진 않았단거야. 사실 나는 배럴에이징에 꽤나 회의적이라, 배럴에이지가 진짜 맛있긴 어렵다는 입장에 가까워서. 그런 회의적인 시각에서는 홉개구리의 완성도는 나쁘진 않았어. 그래도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지.

바로 올리려고 했는데 글도 날아가고 배터리도 오링나서 속이 뒤집어지는 줄. 지금 이 것도 다시 쓰는 동안 술이 깰 정도로 짜증이 나서 힘들었어...

마지막으로 스페인까지 와서 맥주혼술찐따짓이나 하면서 널부러져있는 나를 동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