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는 부산 사람이다.
부산에서 태어났으되 정작 부산을 잘 모르는 그.
지방에서 나고 자라도 학업과 직업때문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수많은 사람들처럼
그 역시도 이제는 고향보다 서울을 더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서울 산지 오래요, 일년에 두어 번 가는 고향을 알아봤자 얼마나 알겠나.
예전에 그와 함께 무작정 부산을 찾았을 때, 자신도 해운대는 10여년 만에 간다며 몹시 흥분했었던 기억이 난다.
부산출신 서울인 중 상당수가, 서울인이나 타지 출신 서울인보다 부산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향에 소흘해서가 아니가 그만큼 부산사람이 많다는 것, 부산이 넓다는 것을 증명하는 바이다.
인구가 380만이나 되는데 그 중에서 부산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한두명이겠거니와
구가 15개나 되는데 부산사람도 그 중 안가본데가 더 많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게 바로 '부산의 힘'이며 '부산의 사이즈'인데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뭉뚱그려서 '지방사람' '경상도 사람' '부산 사람' 으로 축소 지향 적인 사고를 한다.
각설하고, 내가 사랑하는 부산에는 좋은 것들이 넘쳐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물건을 꼽자면 나는 자신있게
이 '금정산성 막걸리'를 내밀겠다.
(부산사람들은 보통 '산성 막걸리'라고 한다)
일전에 소개한 '생탁'이 부산의 가장 대중적인 막걸리지만 이 금정산성막걸리 라는 너무나 성격이 다른
바꾸어 말하자면 이 금정산성막걸리가 가진 몹시 개성적인 맛 때문에 나는 부산의 대표 물건으로 꼽고 싶은것이다.
우리가 가진 부산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는 무엇일까.
화끈함
거침
우직함
무뚝뚝함
미안하다, 부산 되게 좋아하는데 긍정적인거 잘 안떠오른다 ㅋㅋ
광신도의 종교집회를 연상케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문화
높낮이 변화가 심하면서 짧게 끊기는 그들의 말씨
여름 바다의 정열
펄떡이는 생선의 역동감
나는 그러한 모든 것들이 바로 이 금정산성 막걸리에 담겨있다고 본다.
우리 맛거리에서 금정산성 막걸리를 묻는 손님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실제로 반응도 그렇게 갈린다
'오오~ 이런 맛이??? 짱이다!' 하는 반응과
'이거 상한거 아니에요?' 하는 반응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정도의 시큼함
보다 강하게 머리로 퍼지는 취기
탄산이 별로 없는데다 농도가 짙음에 따른 입속의 뻑뻑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한 감칠맛!
금정산성 막걸리는 시고, 도수가 높고, 상대적으로 뻑뻑해서 여운이 상당히 짙다.
그래서 입과 혀에서 오래도록 머물며 다음 잔을 애타게 찾게 만든다.
어려운 시절 먹을 쌀도 없는데 술을 만드냐며 쌀막걸리 제조를 금지시킨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이하게 허가해준 막걸리 중 하나라는 사실은 애주가였던 그 분도 금정산성 막걸리 맛을 알아봤다는 말이다.
이 금정산성 막걸리의 특이한 향의 정체가 무엇일까 고민을 해봤다.
그래서 내린 나의 결론은!
금정산성 막걸리는 과하게 익어 물러버린 배의 냄새가 난다는 것.
수확시기를 놓쳤든 일부러 늦췄든 과 숙성된 과일에는 벌레가 더욱 많이 붙는다.
농익은 과일 당분이 축적되고 역시 높아진 산도가 벌레들의 원초적인 입맛에도 잘 맞는 거겠지.
그리고 내 입맛도 벌레들처럼 원초적인 것이라 믿는다.
한줄평: 친구야 내 죽으모 내 젯상에 산성막걸리 올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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