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다음 달 군 입대를 앞둔 대학생입니다. 군 입대가 코앞에 닥치니 이제야, 비로소 실감이 납니다. 입대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있는 지금, 국가를 지킨다는 자긍심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더 큽니다. 2년간의 군 생활로 저는 대학 졸업이 늦어질 것이고, 취업도 늦어질 것입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취업난 소식과 경제난 뉴스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합니다. 이런 와중에 2년이라는 긴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는 것이 저를 더욱 뒤처지게 만들까 걱정이 앞섭니다. 대다수의 대한민국 군인들이,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 갖고 있는 걱정과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 화났던 것은 군 복무 체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모든 남성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방’은 국가존립에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국방’에 반대합니다. “합당한 처우를 제공하지 않고 강제로 징집하여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의무’와 ‘애국심’이라는 이름아래 국가가 주도하여‘착취’하는 ‘국방의 의무’에 반대합니다.”

우리나라 사병의 평균 월급은 18만 8천원입니다. 이것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450원입니다.(6시 기상에서 10시 취침 시 까지, 하루 14시간으로 계산) 더욱이, 군 생활은 자유를 제한하며, 계급으로 서열화 된 조직생활입니다. 이러한 군생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시급 450원은 매우 불합리하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국방의 의무를 경제 논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주장의 입장은 ‘국방은 의무 그 자체’로서 행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같은 입장에서 ‘모든 사병의 월급을 현실화하기에는 예산이 너무 많이 소요 된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저는 이 두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가 주어지듯, 국가는 노동에 합당한 처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징집제가 국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국가는 ‘그에 걸 맞는 처우’도 보장해야 합니다. 또한, ‘예산 문제’는 ‘국가착취’를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국가가 보존되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국방, 행정 등의 공공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수많은 공무원들이 이러한 국가공동체 운영에 봉사합니다. 물론,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습니다. 공무원이 무보수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길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군인들에게는 무보수에 가까운 착취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합당한 처우 없이 강제로 징집하는 것은 ‘국가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에게 ‘의무’를 지울 수 있는 것은 국가뿐입니다. 국가권력은 가장 최종적이고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국가가 국민에게 ‘의무’를 지울 때는 그것이 남용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합니다. ‘국방의 의무’가 ‘국민의무’, ‘애국심’등의 이름아래 폭력적으로 행사되지 않길 바랍니다.

김두관 국회의원의 말에 따르면, 병력 수준을 유지한 채로 모병제로 전환하면 약 7조원의 추가 부담이, 병력을 20~25만 명 (미국 및 국방전문가 등이 판단한 한국군 적정 규모) 수준으로 감축하면 추가부담은 약 2~3조원에 그친다고 합니다. 15년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서 밝혀낸 방산비리 금액만 1조원 대입니다. 밝혀진 부분만 그렇다고 하니, 방산비리만 해도 이정도 라고 합니다. 국가에서 사병들의 월급을 현실화 하는 것은 ‘예산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합당한 처우에 대한 의지’의 문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