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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ㅈ와의 ㅈ쟁 1 2 3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0.70) 2020.11.27 22:28:34
조회 295 추천 25 댓글 14


아니 이게 머선 일이냐ㅠㅠㅠㅠㅠ 오늘처럼 경사인 날에 이게 뭔 난리임ㅠㅠㅠㅠㅠ
와중에 제목 생각 안 하고 별 생각 없이 ㅂㅈㅇㅇㅈㅈ이라고 쓴건데 제목으로 굳어버린거 개 웃기넼ㅋㅋㅋㅋ
백업해둬서 다행인다만 진짜 아찔하다.. 난 갤이 좋아... 다들 흩어지지 마... 영업러들 선생님들 도라와.....

어차피 올리는거 쪼꼼 수정해서 올림 그래도 여전히 오타 비문 많음 주의



1.
살인사건이 발생했음. 용의자이자 피고인은 ㅋ.ㅅ. 좀 있는 집 자제끼리의 사건이어서 언론에 퍼지는 바람에 좀 시끄러워짐. 사건은 검사 ㅇㅊ가 담당하게 되었음. 화제가 되는 것 치고는 용의자랑 증거가 너무나 명확해서 간단해 보이는 사건이었음. ㅇㅊ는 생각보다 재판이 빨리 끝날거라 생각했지만, 이는 엄청난 착각이었음.


2.
ㅇㅇ은 담당 형사임. 강력반에선 큰사건 해결했다고 진급할거라고 축하해줬지만 ㅇㅇ은 찜찜했음. 이상할 정도로 완벽하게 세팅된 것 같은 현장에 이질감을 느꼈던 것임. ㅇㅇ은 계속 고민하다가 찜찜하게 사건을 덮느니 조금만 더 조사해보기로 결심함.


3.
변호사 ㄱ은 새로 들어온 사건 의뢰를 보고 있었음. 질 것이 확실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고액이 걸린 사건. ㄱ은 천천히 서류를 검토하다가 피고인의 이름을, 그리고 담당검사의 이름을 보았음. 그 이름을 오래토록 보다가 ㄱ은 비서에게 요청했음. 의뢰인에게 이 사건을 받겠다고 연락하라고.


4.
부검의 ㅍ은 오랜만에 찾아온 ㅇㅇ을 반갑게 맞이해줬음. ㅇㅇ은 왜 휴식공간이 하필이면 부검실 바로 옆이냐고 툴툴거렸지만 ㅍ은 걍 웃었음. 사실 부검실 무서워하는 수사기관 사람들 구경하는게 ㅍ의 몇 안되는 재미 중 하나였음.

으, 시체 무섭지도 않아요?
무섭긴. 살아있는 사람이 더 무섭지.
그건 그렇다지만... 아무튼 형님, 그래서 검사해보니까 이상한 점은 없었어요?

ㅍ은 이상한 점은 없었다고, 주방에 있던 식칼 한방에 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매우 깔끔한 범죄라고 말해줌. ㅇㅇ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취한 상태에서도 가능하냐고 물어보니까 못할 것은 없다고 답해줌. 그래도 ㅇㅇ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었음.

너 그때 생각하는 거지?
어? 어... 네. 사실 조금.
알았어. 안그래도 국1과수가 나가서 추가 증거 찾고 있는 중이니까 아직 허가가 나 있는 상황이야. 상처부위라도 미세 검사 요청해볼게.
그래도 괜찮을까요?
나만 잔소리 들으면 되니까 괜찮아. 그런데 당장 며칠 뒤에 재판이라 시간이 허락될지는 모르겠네.

ㅍ의 말에 ㅇㅇ은 그제야 웃었음.


5.
ㅋ.ㅌ는 ㅍ이 요청한 추가업무에 짜증냈지만 ㅍ은 웃으면서 애교를 피웠음. ㅋ.ㅌ는 질색하며 들어가버림. ㅍ은 ㅋ.ㅌ가 츤데레짓 하면서도 해줄건 다 해준다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음.


6.
밤샘근무 끝에, ㅋ.ㅌ는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음. 이게 어떤 것을 뜻하는지는 ㅋ.ㅌ는 알 수 없었음. ㅋ.ㅌ는 담당검사인 ㅇㅊ를 잠시 생각하다가 차분하게 보고서를 작성했음.


7.
여보세요. 형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
- 네 말이 맞았어.
네?
- 사인의 원인이 식칼이 아닐 수도 있어. 칼에 맞기 전에 다른 미세한 금속에 찔린 흔적이 있었어. 상처 중 한 부분만 압력과 흔적 결 모양이 아주 조금 달라.
그럼 그 흉기가 뭔데요?
- 모르겠어. 지금까지 있던 정보중에 없던 흔적이야. 알아낸건 이게 다야.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요?
- 글쎄, 너무 미미해서. 식칼에 맞은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확정이 아니라 그냥 가능성이 있다 정도야.
네... 알았어요. 고마워요, 형.


8.
ㅈ.ㄱ.ㅇ랑 재판 준비를 하고 있던 ㅇㅊ는 ㅈ.ㄱ.ㅇ가 하는 말에 놀랐음. ㅇㅊ는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사가 담당될거라 생각했는데, 사설변호사가 배정되었다는 소식이기 때문이었음. 그리고 그 변호사의 이름을 듣고 ㅇㅊ는 얼굴을 굳혔음. ㅈ.ㄱ.ㅇ는 그런 ㅇㅊ를 보며 예전 생각을 잠깐 했음.

ㅇㅊ와 ㄱ은 검사 동기였지만 둘만 아는 불화가 있었고, 큰사건에 휘말린 후 ㄱ은 사표 내고 나갔었음. 그래도 둘이 한때는 정말 친한 사이였는데. ㅈ.ㄱ.ㅇ는 심각해진 ㅇㅊ의 분위기를 보며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음. 물론 ㄱ에게 자신에게 따로 연락이 와서 몰래 정보를 거래했다는 말 역시 하지 않았음. ㅈ.ㄱ.ㅇ는 월급보다 더 쏠쏠한 정보값에 맛들린지 오래였음.


9.
재판날. 담당검사인 ㅇㅊ는 물론 ㅇㅇ과 ㅍ도 증인으로 참석해야했음. 로비에서 ㅍ과 함께 온 ㅇㅇ이 ㅇㅊ 보고 웃으면서 인사하니까 ㅇㅊ는 굳었던 얼굴을 풀고 반갑게 맞아주었음. 셋이 모여있으니까 ㅍ은 질색하며 먼저 증인실에 가 있겠다며 가버렸음. ㅍ은 평소 ㅇㅊ랑 ㅇㅇ이 나누는 개그코드가 맞지 않았음.


10.
사실 ㅍ 역시 ㅇㅇ처럼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음. 너무 완벽해보이는 사건이 예전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음. 담당 형사였던 ㅅㅅ이 다치고, 담당 검사였던 ㄱ을 사표내게 만들었던, 수사기관을 한바탕 시끄럽게 했던 사건. ㅍ은 예전 생각을 잠시 하다가 증인으로서 해야하는 말이나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로 함.

사인은 외부 흉기로 인한 즉사. 흉기는 피해자의 집에 구비되어있던 식칼. 피해자가 앉아있었다는 점에서 용의자의 키는 성인 이상이면 가능. 남겨진 흔적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지문만 있을 뿐 외부인의 흔적은 없음. 당시 피해자와 피고인 둘 다 만취한 상태였음. 그리고...

ㅍ은 생각하다가 어제 ㅋ.ㅌ가 급하게 알아낸 정보에 정신이 팔렸음. 사실 ㅍ은 그 흉기의 가능성에 마음을 뺏기고 있었음. 만약 그 흉기가 진짜로 있다면 어떻게 생겼을까. 가느다랗지만 튼튼한 금속이, 살을 뚫고 한번에 급소를 노릴 수 있어야 해. 그런 무기를 실수 없이 다룰 정도라면 굉장한 실력자겠지. 고무나 플라스틱의 흔적은 시신에 흔적이 남으니까 아마 전부 금속의 형태일거야. 그렇다면 손잡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렇게 단단한 흉기를 다룰 정도라면 아무리 장갑을 껴도 손에 흔적이 남을텐데. 마치...

그 순간 누군가 증인실에 들어왔음. ㅍ은 긴 다리 옆에 놓인 곧게 뻗은 흰 손을 보았음. 그리고 그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희미하지만 분명한 흉터와 굳은 살을 보았음.

그래. 마치 저 손의 흔적처럼.

ㅍ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그 손의 주인을 보았음. 그는 어수룩하고 긴장한것처럼 보이는 얼굴이지만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있었음. 둘의 눈이 마주치고 ㅍ은 속으로 확신했음. 이 사람이 진범이라고.







11.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조용한 증인대기실 안에서 ㅍ은 자신의 심장소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음. 건너편에 무표정하게 앉은 남자는 자신의 두 손을 만지작거릴 뿐이었음.

시간이 흘러 ㅇㅇ과 다른 증인들이 들어와도 ㅍ은 모든 의식을 한사람에게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음. ㅇㅇ이 왜그러냐고 혹시 체했냐고 놀려도 ㅍ은 웃을 수 없었음.


12.
재판이 시작되었음. 판사의 입장과 함께 선서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ㅇㅊ는 건너편 변호석을 그제야 쳐다봤음. 예전과 다르지 않은 얼굴이지만 너무나 변해버린 분위기의 ㄱ이 특유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앉아있었음. ㅇㅊ는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속이 쓰리다고 느꼈음.

사건개요를 설명하기 위해 ㅇㅊ는 자리에 일어나 입을 열었음.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


13.
시간이 흘러 증인 심문 시간이 되었음. 먼저 ㅇㅇ이 현장 상황을 증언하러 나갔고, 이젠 부검 결과를 말해야해서 ㅍ이 자리에서 일어났음.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ㅍ은 뒤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음.

ㅍ이 증인석에 서서 선서를 한 후, 부검결과를 설명했음. 차분하게 설명하려고 최대한 신경쓰며 말을 마쳤음. 그리고 곧 이어지는 변호인의 질문시간에 ㅍ은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음.

증인. 사인으로 추정되는 상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왜 이 부분을 파고 드는 거지? ㅍ을 비롯해서 ㅇㅊ의 눈동자도 흔들렸음. ㅍ은 목소리를 한번 가다듬은 후 입을 열었음.

사인은 출혈에 의한 쇼크사입니다. 급소를 정확하게 찔렀고, 흉기는 피해자의 주방에 있던 식칼 모양과 흔적이 일치하여 그것으로 추정-
아니요. 상처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정말 식칼 흔적만이 남아있었습니까?
......


재판장 내에 순간 침묵이 돌았음. ㅍ은 침을 한번 삼킨 후 다시 입을 열었음.

...어제 미세검사결과. 아주 작게, 흉기인 식칼과는 다른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흉기일 수도 있겠네요?
정확히 그것이 어떤 흔적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흔적이 식칼이 아닐 가능성은 있습니다.

재판장 내에 소란스러운 웅성거림이 생겼음. ㄱ은 여세를 몰아 다시 질문했음.

식칼이 아닐 '가능성'입니까. 그 정도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일반적인 평평한 모양의 식칼이 중간부분만 왜곡하여 흔적을 남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매우 작은 흔적이기 때문에 흉기의 가능성은 여전히 식칼이 높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현장에 남지 않은 또다른 흉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거군요. 먼저 진짜 흉기로 살해한 후 식칼로 찔러 감췄다.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가능성은 있습니다.

마지막 ㅍ의 말에 재판장 내 수군거림은 더 커졌고, ㅇㅊ는 조용히 눈을 감았음.


14.
재판은 더 진행되었지만 ㄱ의 페이스대로 흘러갔음. ㄱ은 상황증거가 너무나 완벽하지만 피해자의 경로가 지워진 cctv등 수상한 흔적이 너무 많다, 또다른 흉기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 흉기는 술에 취한 사람이 쓰기 어렵다 등을 이유로 들며 다른 제3의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 주장했음. ㅇㅊ는 그러기엔 다른 침입흔적이 없고 제3의 사람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ㄱ은 그것은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했기 때문에 추가 조사를 안했기 때문이라고 몰고 갔음. 결국 판사는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재수사 명령을 내린 후 재판을 미루기로 했음.


15.
ㅇㅇ은 재수사 명령에 속으로 은근히 기뻤음. 역시 자신의 감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며 수사 의욕을 활활 불태우며 걸음을 옮겼음. 빨리 집에 가서 사건을 새로 정리해보고, 내일 날이 밝자마자 지금은 다른 부서로 옮긴 선배를 만나 상담해봐야겠다고 생각했음.


16.
ㅇㅊ는 너무나 복잡한 기분이었음. 예전에 동료였던 자와 검사와 변호사로 만나 공판을 한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음. 거기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을 또다른 가능성으로 뒤엎어질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음. ㅇㅊ는 스트레스로 두 눈이 뜨거워지고 머리가 아팠음. 그 미세증거의 정보가 어떻게 풀려나갔는지는 몰라도 그것을 좀 더 조사해야했음. ㅇㅊ는 그 증거를 찾아낸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며 ㅈ.ㄱ.ㅇ와 함께 주차장으로 나갔지만

......
......

그곳엔 ㄱ이 기다리고 있었음. 눈치보던 ㅈ.ㄱ.ㅇ는 능청스럽게 먼저 입을 열었음.

어, 검사님. 아니, 이제 변호사님이라고 불러야지. 오랜만이네요!
......
......
...하하, 두분이서 할 말이 있나보네. 그럼 전 이만...

ㅈ.ㄱ.ㅇ는 눈치있게 자리를 피했음. 아무래도 오늘 ㅈ.ㄱ.ㅇ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것 같았음. ㅈ.ㄱ.ㅇ가 사라지고 두 남자는 휑한 주차장 안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말없이 서 있었음.


17.
ㅍ은 그 증언 이후로 시간이 어떻게 흐른지 몰랐음. 정확히는 그 전부터, 그 사람을 증인실 안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신이 없었음. ㅍ의 가슴은 여전히 쿵쿵 뛰고 있었고, 이상하게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할 것 같았음. 재판장을 나서던 ㅍ은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걷고 있었는데

저기요.

ㅍ은 자기를 불러세우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음. 미묘하게 높으면서도 단단한 남자의 소리에 ㅍ의 뒷목에 왜인지 모를 쾌감과 공포의 소름이 끼쳤음. 천천히 뒤돌아보니 역시 그 사람이었음.

아까 증언하셨죠? 검시관이라고.
아, 네. 아까 그쪽도 증인실에 계셨던데.
원래 검사님이 절 부르려고 했는데 재판이 길어져서 못나가게 되었네요.
그랬구나... 그런데 왜 저를...?

그 말에 남자는 머쓱하게, 그러나 뚜렷하게 빛나는 눈으로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음.

그게...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18.
둘만 남은 그 자리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돌았음. 숨막히는 침묵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ㄱ이었음.

형, 오랜만이야.

어색하게나마 웃는 ㄱ과 달리 ㅇㅊ는 표정관리 자체를 잊은 듯 굳어버린 표정이었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는데-
난 너랑 할 말 없어.

ㅇㅊ는 자기 목소리에 스스로 놀랄 정도로 차가웠음. 그 목소리에 ㄱ의 눈이 조금 흔들렸지만, 아까의 어색한 웃음대신 변호석에 섰을 때 지었던 뻔뻔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음.

사건 관련 이야기야. 형은 이번 사건 이상하지 않아?
뭐가. 시간 끌려고 억지 끌어봤자-
억지가 아냐. 내가 검사옷 벗고나서 얌전히 변호짓이나 했을거라고 생각해?
......
그때 그 사건 계속 찾아봤어. 어쩌면 이번 사건으로-
넌 여전히 뻔뻔하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계속 너 혼자 알아봐. 난 이제 그때 그 일이랑 엮이고 싶지 않아.

차갑게 말을 뱉은 ㅇㅊ는 ㄱ을 지나쳐 차를 향해 갔음. 남겨진 ㄱ은 눈을 감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다시 표정을 풀고 뒤를 돌아봤음. 차 문을 열고 탑승하기전, ㅇㅊ는 마지막으로 ㄱ을 보며 똑똑히 말했음.

물론 너하고도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웬만하면 우리 서로 보지 말자. 더 만나봤자 서로 좋을게 없어.
......

그 말을 마지막으로 ㅇㅊ는 차에 타고 문을 큰소리를 내며 닫았음. 그리고 급하게 시동을 켜고 빨리 주차장을 넘어 차도로 나갔음. ㅇㅊ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속으로 계속 곱씹었음. 그건 ㄱ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음.


19.
남겨진 ㄱ은 가만히 ㅇㅊ가 차를 몰고 가버린 입구를 보고 있었음. 한숨을 쉬니까 하얀 입김이 올라왔음. ㄱ이 알고 있는 ㅇㅊ의 성격상, 아마 이번 사건에 새로 의문점이 제기된 이상 모든 의혹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 물론 그러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분명 혼자 책임지려고 할 것 역시 분명했음.

여전히 빡빡하게 사는 형이네. 길은 조용히 쓴 웃음을 지었음.


20.
버스에서 내린 ㅇㅇ은 집 방향으로 힘차게 걸었음. 이미 늦은 시간이라 빨리 가야 시간을 벌 수 있었음. 형사의 감각으로 이번 사건은 보기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 뻔했음. 어쩌면 예전에 해결하지 못했던, 사실은 ㅇㅇ 혼자서 계속 추적하고 있던 사건하고도 연관이 있을 수도 있었음. 물론 아직은 그냥 감이었지만 ㅇㅇ은 거의 확신했음.

그리고 그런 ㅇㅇ이 버스에서 내린 순간부터 조용히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음.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쓰고 양 손을 후드 주머니에 넣은 그는 cctv가 안 잡히는 사각지대에 서 있었고, 자연스럽게 동네 주민인척 ㅇㅇ을 따라 걷기 시작했음. 고개를 숙여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ㅇㅇ의 뒤를 쫒는 커다란 두 눈에는 섬뜩한 빛이 나는 것 같았음.







21.
ㅇㅇ이 걸을수록 길은 점점 더 어두워졌음. 형사의 월급으로 ㅇㅇ의 집은 도심 언저리의 열악한 빌라가 고작이었음.

ㅇㅇ의 머릿속은 사건 재조사로 바쁘게 움직였지만, 한편으로는 자꾸 누군가 뒤따라오는 촉이 와서 긴장을 한 상태였음. ㅇㅇ은 선배가 말해준 조언을 언제나 마음속에 명심하는 편이었음.

발걸음 속도와 간격을 봐서는 키가 꽤 큰 남자 같았음. ㅇㅇ은 그와의 거리를 너무 좁히지도 넓히지도 않은 채 자연스럽게 걸었음. 늦은 밤의 좁은 골목엔 ㅇㅇ과 그 남자 단 둘만이 있을 뿐이었음.

어느덧 코너를 돌아야하는 순간이 왔음. ㅇㅇ은 유연하게 코너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어둠속에 몸을 맡겼고, 남자는 ㅇㅇ을 따라 코너로 돌기 직전에 몸을 멈췄음. 남자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 같았음. ㅇㅇ은 그 남자가 조치를 취하기 전에 순식간에 뛰어들어 다리를 공격해 무게중심을 무너뜨렸음.

남자는 생각보다 덩치와 힘이 있어서 넘어지고나서도 ㅇㅇ을 힘들게 했음. 지금껏 쌓은 노련한 기술 없이 순수한 힘만으로 붙으면 ㅇㅇ은 자기가 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음. 남자의 주머니 속 손에 들렸던 나이프를 저 멀리 치워버리고 마침내 목과 팔을 제압한 ㅇㅇ은 벅찬 숨을 가다듬었음. 남자는 잠시 힘을 뺐다가 한꺼번에 힘을 주어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ㅇㅇ은 제압한 팔에 압력을 가해 아프게 할 뿐이었음.

마침내 남자가 기진맥진해서 힘이 다 빠졌을 무렵엔 ㅇㅇ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음. 대체 어떤 새끼길래 이렇게 대놓고 뒤를 밟은 거지? 궁금해진 ㅇㅇ은 자기 밑에 깔려 있는 남자의 얼굴 위 후드를 잡아 까 내렸음. 그리고 예상치 못한 얼굴에 ㅇㅇ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음.

뭐야... 애잖아?!


22.
...부탁이요?

ㅍ의 낮은 목소리가 울렸음. 그 말에 남자는 한 번 더 힘을 주며 말했음.

네. 저 좀 도와주세요.

다시 침묵이 이어졌음. ㅍ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랐음. 그저 아까부터 미친듯이 뛰는 심장이 터져버릴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뿐이었음. 남자는 그런 ㅍ을 보며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음.

...혹시 시간이 되시면-
[♬]

남자가 말을 잇자마자 타이밍 나쁘게 ㅍ의 전화가 울렸음. 그 소리에 ㅍ이 오히려 놀라자 남자는 웃으며 전화를 받으라고 했음. 전화를 받으니 화재로 인해 피해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급하게 검시를 해야하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빨리 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음. ㅍ이 우물쭈물하자 남자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음. 그제야 ㅍ은 알겠다고, 빨리 가보겠다고 답을 했음.

많이 바쁘신 분이셨네요.
그게, 죄송합니다. 요즘따라 더 이러네요.
괜찮아요. 저야말로 갑자기 말 걸어서 놀라셨을텐데.
그래서 말인데요, 이거...

ㅍ은 급하게 자켓 안쪽을 뒤져서 명함을 하나 줬음. 이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 행동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음.

나중에 연락 주세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도와드릴게요.

명함을 받은 남자는 고맙다고, 그런데 자신은 명함이 없다고 곤란하게 웃었음. ㅍ은 괜찮다고 말하며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했음. 그러고는 뒤돌아 도망치듯 빨리 걸음을 옮겼음. 미쳤어. 미쳤나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ㅍ은 불안함을 잊으려는 듯 걷는 속도를 빨리 했지만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했다는 느낌은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음.


23.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내가 어떻게 행동하기를 바랐는데?'
'너는... 너만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
'적어도 나한텐 그러면 안 되잖아.'

당시 ㅇㅊ의 마지막 말은 울음과 함께 섞여서 나왔었음. 그 모습을 보던 그 애의 표정은 어땠더라. 그때 나는 왜 그토록 배신감을 느꼈을까.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의미가 없어지는데.

침대에 누워있던 ㅇㅊ는 몸을 뒤척였음.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영 잠이 오질 않았음.

사건을 재조사한다는 소식은 이미 기자에게 풀리는 바람에 언론은 몹시 시끄러웠음. 피고인은 좀 사는 집안 자제라 어떻게든 입장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갖은 수를 쓸 것이 뻔했음.

그런데 정말 그 사람이 범인일까? 아니면 변호측이 주장하는 대로 누군가가 파놓은 함정인걸까?

ㅇㅊ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져서 더더욱 잠이 오질 않았음.


24.
ㄱㄴ는 타겟이 자기를 제압하더니 이젠 오히려 자기를 걱정해줘서 어안이 벙벙했음. 정확히는 살면서 처음 당해보는 애취급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몰랐음.

야. 많이 아프냐? 하여간 요즘 애들은 겁도 없어. 근데 너 어디 살길래 이 모양이냐.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거야? 혹시 누가 시킨건가. 협박 당하는 건 아니지?...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지만 ㄱㄴ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고 바닥만 봤음. 그 모습이 오히려 딱했는지 ㅇㅇ은 ㄱㄴ를 제 집으로 끌고오기까지 했음. 혹시라도 도망갈까봐 ㄱㄴ의 손목까지 야무지게 꽉 쥐고 낡은 빌라 안에 쑤셔넣어버리기까지 했음.

허름하고 좁은 집은 삭막했지만 그래도 나름 있을 건 다 있었음. ㅇㅇ은 ㄱㄴ한테 옷가지를 쥐어주고는 씻으라고 또 화장실에 쑤셔넣었음. ㄱㄴ는 이제 당황을 넘어 어이가 없었지만, 오랜만에 본 거울 속 제 모습을 보고 납득했음. 잔상처와 먼지로 더러워진 얼굴은 엔간한 거지보다도 더 안타까워보였음.

따뜻한 물로 씻고 집주인이 준 옷으로 갈아입은 ㄱㄴ는 우물쭈물하며 밖으로 나왔음. 나와보니 어디서 가져왔는지 제법 푹신해 보이는 이불이 거실 바닥에 깔려 있었음.

다 씻었어?

갑자기 뒤쪽에서 들린 목소리에 ㄱㄴ는 놀라서 쳐다봤음. ㅇㅇ은 부엌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데워 먹는 즉석 도시락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음. 오, 씻고 보니까 너 잘생겼네. ㅇㅇ이 웃으며 말하는 와중에도 ㄱ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음.

ㅇㅇ은 ㄱㄴ를 지나쳐 도시락을 이불 옆 바닥에 두고 이번엔 자기가 화장실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음. 곧이어 물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샤워라도 하는 것 같았음. ㄱㄴ는 벙찐 것처럼 서 있다가 아까 ㅇㅇ이 서 있던 곳으로 가 앉아 도시락을 먹었음.

도시락을 다 먹을 쯤 ㅇㅇ이 다 씻고 나왔음. 뭐야, 안 도망갔네? ㅇㅇ이 웃으면서 말하고나서야 ㄱㄴ는 아까 그 시간이 도망갈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음. ㄱㄴ의 두눈이 동공지진하는 걸 보며 ㅇㅇ은 또 웃다가 물었음.

너 가족이나 연락할 사람은 있어?

그 질문에 ㄱㄴ는 아까 먹은 도시락이 올라오는 것 같았음. 그런 ㄱㄴ의 표정을 보던 ㅇㅇ은 더이상 질문하지 않았음. 대신 화장실에 칫솔 꺼내놨다고, 자기 전에 양치는 꼭 하고 자라고 갑자기 잔소리하더니 ㄱㄴ가 다 먹은 도시락을 치우고 하나밖에 없는 자기 방에 쏙 들어가버렸음. ㄱㄴ는 또 멍때리면서도 시키는대로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음.

애초에 사람을 처리하라는 임무는 처음이라 긴장을 하긴 했었지만, 일이 이렇게 전개될 줄은 몰랐음. 얌전히 양치를 하던 ㄱㄴ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알 수 없었음. 그저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씻어서 그런지 두 눈이 무거워졌음. 어차피 당장 마땅히 갈 데도 없었음. 일단 저를 경찰이나 보호소에 넘길 것 같지는 않고, 좀 자고나서 저 사람이 일어나기 전에 도망쳐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ㄱㄴ는 입을 물로 헹궈내기 시작했음.


25.
업무지에 도착한 ㅍ은 바쁘게 옷을 갈아입고 곧바로 검시실에 들어갔음. 불에 까맣게 탄 시체들에게선 특유의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었음. ㅍ은 최대한 집중하며 시신들을 해부하고 분석하기 시작했음. 물리적인 저항은 거의 없고 대부분 연기에 질식한 것으로 보아 피해자들이 자는 동안 참사가 일어난 것 같았음.

마지막 남은 청년의 시신은 비교적 온전한 편이었음. 얼굴은 잔해로 인해 망가졌지만 몸은 하얀 피부가 다 보일 정도로 거의 온전히 남아있었음. 이제 그의 가슴을 갈라야 하는데, ㅍ은 이상하게 아까의 긴장감이 다시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음. 아무리 이 일을 오랫동안 했어도 새벽에 사람을 해부하는 일은 여러모로 정신이 피로한 일이었음.

천천히 그의 하얀 가슴을 가르자 빨간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음. ㅍ은 해부용 칼을 잡은 손이 떨지 않도록 모든 정신을 집중해야 했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검시가 끝났음. 이 시체의 사인은 질식사가 아니었음. 위에서 발견한 농약성분이 사망 원인이었음. 마찬가지로 물리적인 저항은 보이지 않았고, 손에서는 화약성분이 발견되었음.

이 사람은 방화범이구나. 불을 지르고 자살한 모양이네. ㅍ은 피로한 정신으로 조용히 생각했음.


27.
새벽이 지나도록 결국 한숨도 못 잔 ㅇㅊ는 그냥 일찍 출근하기로 했음.

코트를 두르고 주차한 곳으로 향하는 동안 ㅇㅊ의 발걸음 소리만이 들렸음. 마치 죽어버린 도시처럼 길가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음. 이 시간에 검찰청에 가봤자 당직을 서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을게 뻔했지만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ㅇㅊ는 생각했음.


28.
차에 탄 ㅇㅊ는 잠시 머리를 식히려 눈을 감았음. 이렇게 머리가 복잡할 때는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었음. ㅇㅊ는 그 사람에게 문자나 남겨볼까 생각했지만, 아마 그 사람도 밤샘 근무를 하다가 옆에 딸린 휴식실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을 것이 뻔해서 그냥 두기로 했음. 무작정 보고싶다고 그의 소중한 쉬는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었음.

ㅇㅊ는 자꾸 떠오르는 옛생각에 고개를 저었음. 어떻게 얻은 평화인데 다시 예전의 힘든 시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음. 어차피 증거 얘기를 하려면 그 사람과 만날 수 밖에 없었음. 이따가 근무시간 끝나고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해서야 ㅇㅊ는 억지로라도 굳은 표정을 풀 수 있었음. 현재의 소중함을 지키자고 마음을 다시 독하게 먹으며 ㅇㅊ는 차 시동을 걸었음.


29.
해가 뜨기 직전 하늘이 짙은 남청색이 된 새벽. 잠에서 깬 ㅍ은 놀라서 숨을 헐떡였음.

악몽을 꿨음. 사람이 있었고, 또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꿈이었음. 살해하는 자의 얼굴은 어제 만났던 그 남자였음. 그 얼굴을 보고 놀라 깨닫고 보니 그 죽는 사람은 바로 ㅍ 자신이었음.

한참을 헐떡이다가 겨우 숨을 진정시킨 ㅍ은 손으로 식은 땀을 닦았음. 새벽에 긴급명령으로 근무한 후 겨우 돌아와 자서 그런지 피곤하긴 한 모양이었음. 이런 지독한 꿈을 꿀 정도라니. 사실 이번 검시가 ㅍ의 검시관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었음. 어쩌면 검시관이 되어 처음으로 현장에서 일했던 것보다도 더.

몇시간 자지 못한 것을 알고 ㅍ은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다시 침대 속에 몸을 파묻으려고 했음. 비상 야근 때문에 오전 휴무를 받아두긴했지만 그래도 돌아가면 그만큼 더 바쁠 것이 뻔했음. 하지만 몸을 뒤척이다가 이불 속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ㅍ은 결국 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음.


30.
새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와 햇볕의 눈부심에 ㄱㄴ는 눈을 떴음. 낯선 평화로움에 잠시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음. ㄱㄴ는 잠시 뒤척이다가 갑자기 이곳이 어딘지를 생각해내고 벌떡 상체를 일으켰음.

일어났어?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ㅇㅇ이 부엌의 작은 식탁에서 시리얼을 먹고 있었음. 너도 먹을래? ㅇㅇ이 권유했지만 아침에 무언가를 먹는 것이 익숙지 않았던 ㄱㄴ는 고개를 저었음. ㅇㅇ은 ㄱㄴ가 자기도 모르게 처음으로 대답한 것에 그제야 애다웠는지 조용히 웃었음.

ㅇㅇ은 언제 정리했는지 가지런하게 갠 ㄱㄴ의 옷을 전해줬음. 이는 무언의 축객령이기도 했음. ㄱㄴ가 말없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ㅇㅇ도 출근할 준비를 했음. 요즘 날이 꽤 쌀쌀해져서 아무리 추위를 잘 안 타는 ㅇㅇ이어도 옷을 잘 챙겨 입어야 했음.

나갈 채비를 마치고 ㅇㅇ이 눈짓을 주자 ㄱㄴ는 현관 밖으로 나갔음. ㅇㅇ도 따라나와 문을 잠그고 둘은 함께 낡은 계단을 내려갔음. 큰 길이 나올 때까지 둘은 아무 말 없이 골목길을 걷고 또 걸었음.

어느덧 차가 씽씽 다니는 제법 큰 도로가 나왔음. 아무 대화도 없었지만, 둘은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인 것을 알았음. ㅇㅇ은 주머니를 뒤져서 나온 지폐 몇장을 ㄱㄴ에게 줬음. 아무리 힘들어도 나쁜 짓은 하지 말고 어디 가서 막일이라도 하라는 잔소리도 덧붙였음. ㄱㄴ는 얌전히 돈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말은 없었음.

ㅇㅇ이 미련없이 뒤돌아 갈길을 가려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멈칫했음. 그러고는 다시 돌아와서 ㄱㄴ의 후드 안에 휑하니 드러난 목에 자기가 매고 있던 낡은 목도리를 둘러줬음. 그러고는 저 혼자 뿌듯하게 바라보더니 잘 살라며 인사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가버렸음.

가만히 서 있던 ㄱㄴ는 자신의 목에 걸린 목도리를 만져 보았음. 익숙지 않은 까슬까슬하고 답답한 느낌 때문에 풀어버릴까 고민했지만 그냥 두기로 했음. 몇시간 못 자긴 했어도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잔 것은 오랜만이라 그런지 간만에 몸이 개운했음. 그러고보니 평소 꾸던 악몽도 꾸지 않았음.

ㄱㄴ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등을 돌려 아까 ㅇㅇ이 간 곳과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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