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6회말 2사 3루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루에 출루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오사카)=김현민 기자

13경기 동안 타율 0.213(47타수 10안타)에 홈런은 하나도 치지 못했다. 분명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이대호(오릭스 버펄로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당장의 성적에 조급함을 갖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이대호는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오릭스의 4번 타자인 이대호는 시즌 초반 타 팀의 집중적인 견재를 받고 있다. 1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의 경기에서도 이런 모습은 이어졌다.

이대호는 이날 2타수 무안타 2볼넷을 얻었다. 이대호는 1회말 2사 2루에서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3볼 1스트라이크에서 이대호는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경기 후 그는 “3볼 1스트라이크에서 큰 거를 치고 싶었는데 상대가 좋은공을 주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소프트뱅크의 선발 야마다 히로키는 볼넷을 허용하더라도 이대호는 피해가겠다는 계산을 세웠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야마다의 볼배합은 바뀌지 않았다. 야마다는 3볼1스트라이크에서 볼을 던져 이대호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풀카운트에서 야마다는 몸쪽에 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이대호는 뛰어난 선구안으로 볼넷을 얻어냈다.

6회 2사 3루 찬스에서 이대호가 들어서자 야마다는 바깥쪽으로 연속으로 네개의 볼을 던지며 1루를 채웠다.

경기 후 이대호는 “좋지 않은 공을 주는데 칠 수는 없다”며 “기회가 왔을 때 치는 것이 4번 타자다. 하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1루가 비면 확연한 볼넷을 던졌다”며 상대의 유인구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대호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무엇보다 내 스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장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상대가 실투를 했을 때 좋은 타구를 날려야 하는데 상대 실투를 놓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대호의 말에서 조급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일본 무대에서 자신이 원하고 주위에서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이대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