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4일
차 지나가는 소리에 깨어납니다.
도로 바로 옆의 공원이라 승용차 소리도 시끄럽게 들립니다.
일어나 짐을 정리하려고 보니까 페니어가 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 도로를 달렸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섭군요.
지금 바늘과 실이 없기 때문에 가면서 보이는 마트나 시장에 들어가서
구해보기로 하고 조심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출발합니다.
시골이라서 그런지 좀처럼 마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이런 마트가 보이네요.
부담스러운 울트라 맨 때문에 왠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일단 급하니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할머니께서 카운터에 앉아 계시는데 바늘을 설명하는데 한참이 걸립니다.
전자사전을 꺼내서 바늘을 찾아 보여드리고 몸짓으로 설명을 합니다.
그랬더니 길 건너 약국으로 가라고 합니다.
주사기로 해석하셨나 봅니다.
답답해서 할머니를 모시고 밖으로 나와 떨어진 페니어를 보여드렸더니
그제야 이해를 하신 듯한 말을 합니다.
다시 마트로 들어와서 실과 바늘을 찾아보지만 실만 있고 바늘은 없네요.
저보고 잠시 여기 있으라고 하면서 집으로 가시더니 몇 분 뒤 바늘을 가지고 오십니다.
그리고 그늘진 마트 옆의 나무 밑 벤치까지 안내해 주십니다.
너무 고마워서 고맙다는 말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일본어를 잘 모르니까
아리가또, 도모 아리가또만 반복합니다.
나무 밑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 계신 아저씨께서
음료수를 주시면서 힘내라고 하십니다. ㄳ
또 마트 할머니께서는 토마토를 들고 나오셔서 먹으라고 주십니다.
아침부터 물량공세
바느질을 꼼꼼하게 하고 나서 할머니께 뭘 드릴 게 없나 찾아보다가
페니어 안에 안 뜯고 남아있던 고추장 한 팩을 꺼내 드립니다.
바늘을 돌려드리려니까 손을 저으면서 가지라고 하시면서 종이쪽지에
주소를 적어 주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한국 가면 꼭 편지 해 드릴게요.
한 시간이 넘게 공을 들여 한 바느질을 끝내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짚차
39번 지방도. 좁은 시골길
또다시 바다가 나옵니다.
물 반 고기 반도 아닌 물 반 섬 반입니다.
일본 와서 바다는 매일 보네요.
버려진 지 오래된 것 같은 버스
일본의 노인분들도 게이트볼을 즐겨 하시나 봅니다.
250번 국도로 합류
아이오이라는 도시까지 이 도로로 달리다가
2번 국도로 빠져서 히메지 까지 갈 계획입니다.
비젠의 한 편의점에서 산 495엔짜리 도시락
오늘도 그냥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밥을 먹습니다.
전자렌지로 돌리고 자전거 핸들에 걸어놓고 달렸더니
고기들이 세탁기 돌려놓은것 마냥 퍼져있군요.
맛은 있는데 양이 좀 부족한 게 흠이네요.
앞에서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보니까 오토바이 탄 할아버지와 승용차가 부딪친 사고 같은데
할아버지께서 바닥에 앉아서 움직이질 못하시네요.
큰일이 아니길 바라면서 저는 갈 길 갑니다.
계속되는 바다, 섬
정말 섬 많네요.
손을 놓고 달리면서 사진을 찍는 미친 짓도 해보고
너무 덥고 힘들어서 잠깐 쉬러 멀리 보이는 역으로 가 봅니다.
자판기 왕국 아니랄까봐 역에 역무원도 없고 자판기만 떡 하니 서 있네요.
때마침 기차가 들어와서 사진을 찍고 앉아서
아침에 마트 할머니께서 주신 토마토도 먹고 갑니다.
12시가 조금 지나서 효고현 아코 시에 접어듭니다.
도시의 경계선은 주로 높은 곳에 있네요.
탄산음료가 너무 땅겨서 다이소에 들어가 환타를 삽니다.
이것도 500ml인데 너무 먹고 싶었던 거라 밖에 나와 그 자리에서 다 마셔버립니다.
자전거 도로가 갑자기 없어져 마을로 들어가서
길을 잘못 들어 한 시간 정도를 허비해 버립니다.
저 앞에 대형마트가 보이는군요. 오늘 점심도 마트식으로 해결해야겠습니다.
한참을 고민해서 푸딩과 도시락 하나를 사서 나옵니다.
이 푸딩은 뭐.. 양만 많고 맛은 없네요.
앞으로 먹지 말아야겠습니다. 우웩
도시락은 반찬종류는 많은데 맛이 다 그저 그래서 억지로 다 먹습니다.
아이오이 시내에 들어와 달리다 보니 또 도서관이 보입니다.
이번에는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가 있지 않을까 하고 들어가 보니
이게 웬일. 컴퓨터가 무려 두 대나 있습니다. 인터넷도 되네요.
익스플로러를 켜고 싸이월드에 접속하니 일본싸이가 떠서 낭패
한글 입력도 안 되고 이뭐병
자갤에 영어로 글을 쓰고 있는데직원이 뭐라고 합니다.
이 지역 주민이 아니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끄고 나가랍니다.
뭐 이래요..
끄는 척하면서 순식간에 글을 올리고 나서 나옵니다.
일본 도서관 실망입니다.
도서관을 조금 지나니 2번 국도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히메지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군요.
2번 국도와의 재회
길이 넓어 좋습니다.
어디서 향긋한 냄새가 나나 했더니 커피공장에서 나는 냄새였군요.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런 고소?구수?한 냄새는 좋네요.
표지판에 오사카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히메지 시내로 접어들고 드디어 히메지 성이 보입니다.
관광객이 매우 많습니다. 여기저기서 한국어도 들립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자전거를 타고 들어갈 수 있어 좋습니다.
시꺼먼 오카야마 성보다 이게 훨씬 예쁘네요.
사진을 찍고 있자니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텐슈가쿠의 입장시간이 끝났다는 내용입니다.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됐는데.. 안타깝습니다.
뭐 오늘만 날인가요. 내일 다시 오면 되죠.
늦었으니 오늘은 히메지에서 자기로 하고
셀카도 찍고 히메지 성 주변을 둘러봅니다.
볼 건 다 본 것 같으니 히메지성 앞의 대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잘 곳을 찾기로 합니다.
지금까지 봐 온 일본의 시장은 겉보기에 대부분 비슷해 보입니다.
건물들 사이로 난 길 위에 천장이 있는 구조
잘 곳을 찾는데 좀처럼 노숙할만한 공원은 보이지 않고
막 짜증이 나려고 하는 그때, 도로 건너편에 호텔이 보입니다
.
잠시 고민을 한 결과, 오늘은 저기서 자고
다음부터 아껴쓰자 라는 별 대책 없는 계획을 세우고
호텔로 들어가 체크인을 합니다.
싱글 6300엔.. 정말 미쳤군요.
이것으로도 모자라 편의점에 가서 빵과 간식거리를 619엔에 사옵니다.
오늘 하루 만에 8440엔이나 써 버렸습니다.
가지고 온 돈을 보면 하루에 4500엔 이상 쓰면 출국이 위험해 질 수도 있는데
앞으로 정말 긴장 좀 해야겠습니다.
이동거리 : 103.75 km
총이동거리 : 726.4 km
사용금액 : 8440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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