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SHOW 외전 6부 : 상동에서 온 사나이下

소성84(110.47) 2012.04.20 00:28:29

조회 195 추천 0 댓글 8

둘리의 거리에 도착하였다.

"여기있소."

매너있게 소성가공은 택시비를 건네었다.

"잔돈은 필요없으니 넣어두시오."

"껄껄껄. 오늘은 운이 참 좋단말이야. 오늘은 일찍 접고 설렁탕이나 한그릇 사가지고 일찍 들어가야겠수다."

차에서 내리니 저 멀리 약속장소인 시계탑이 눈에 띄었다.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시계탑에 도착할 무렵 소성가공은 위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패왕색의 패기였다.

견문색의 패기를 십분 발휘하여 소성가공은 패왕색의 주인공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뒤다!'

아찔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그곳에 이인이 있었다.

팔척의 키에 군중을 압도하는 몸집이 인상적이었다.

소성가공은 첫눈에 그를 '뒤에서 선빵쳐도 승산없는 인물.' 로 규정짓고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공손하게 먼저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소성가공입니다."

"엇. 우리 동갑아닌가. 왠 존대.."

소성가공은 그의 멘트에서 진하게 뿜어나오는 패기에 숨이 덜컥덜컥 막혀왔다.

어지간한 각오로는 도저히 그와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을것 같았다.

술한잔 아직 하지못했는데 소성가공은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막창집에 이끌려와 있었다.

대충 둘러보니 열댓명의 인원이 있었지만 소성가공의 관심사는 오로지 이인뿐이었다.

그의 바로 오른쪽에 이인이 앉아있었다.

소성가공은 또 한번 이인의 패기에 눌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집게와 가위를 들고 다소곳이 막창을 굽기 시작하였다.

"치익- 치익-"

얼마쯤 구웠을까.

"그렇게 구우면 안돼."

이인의 패기가 갑자기 피크를 쳤다.

순식간에 소성가공을 제압하고 가위와 집게를 뺏어든 이인은 능수능란한 솜씨로 막창을 굽기 시작하였다.

그 손동작은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같았다.

패기에 눌린 소성가공이 겨우 상태를 유지하며 버티는 동안 막창이 모두 익었다.

이인은 다익었으니 막창을 먹어도 좋다는 신호로 소성가공에게 술을 권했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패기가 사라진 것이었다.

소성가공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패기가 사라진 마당에 더이상 무엇이 문제겠는가.

이내 둘은 연거푸 술잔을 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4년동안 줄기차게 마실 술의 시작이 바로 그때일지 그 둘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랬다. 또 다른 전설의 시작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에도 소성가공은 가끔 그때를 회상하며 잠이들곤 한다.

'그날의 패기는 과연 막창이 다 익어서 사라진 것인가. 아니면 내 각오가 그만큼 강해진 것인가.'

아무튼 그때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7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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